1997년 '한국 안전하다' 했으나 외환위기, 경제규모·구조 고려 1조달러는 필요
비기축통화국 한계 속 정부 확장재정은 잘못, 지출 절제해야 외환위기 막을 수
정부 법인세 인상, 배당확대 기업경쟁력에 도움 안돼, 일자리에 초점 맞춰야
"고환율 시대, 개인은 미국주식 등 달러자산 확대 필요성 커져"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6원 오른 1천473.0원으로 집계됐다. 달러수요 확대와 원화가치에 대한 의문이 맞물린 사이 환율은 '장기 우상향' 그래프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가운데 제2의 외환위기 가능성을 경계하며 외환보유고 확대 및 재정건전성 강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눈길을 끈다. 매일신문은 지난달 '제2 IMF 외환위기 다시 오는가?'를 출간한 김대종 세종대 경제학부 교수를 10일 만나 얘기를 나눴다.
-최근 '제2 IMF 외환위기 다시 오는가?' 책을 출간하신 걸 비롯해 오래전부터 우리나라 외환보유고가 부족하다고 꾸준히 지적하고 계시다.
▶그렇다. 외환위기를 겪고도 철저히 대비하지 못한 것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데 이 책의 목적이 있다. 학자가 되기 전 증권사에 다니며 IMF를 목도했다. 우리나라 대기업이 절반이 무너지고, 종합주가지수는 1천에서 270포인트까지 폭락했다. 국민은 금을 모아 나라를 살렸지만, 상처는 깊었다.
외환위기 발생 원인을 공부하고,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을 막으려고 연구하면서 현재까지 오게 됐다. 원달러 환율 회귀분석 결과 장기 우상향이 예상된다. 외환위기가 다시 올 가능성도 30% 정도로 추정된다. 정부의 확장재정이 지속되면 더 위험해진다.
-외환보유고가 그렇게 부족한가?
▶1997년에도 정부와 한국은행이 '한국은 안전하다'했으나 외환위기를 맞았다. 한국은행은 세계 10위 외환보유고를 갖췄다 얘기하지만 경제규모나 구조를 고려했을 때 부족하다.
2025년 10월 기준, 우리나라와 경제구조가 비슷한 대만은 외환보유고가 6천억 달러로 국가 GDP의 77%다. 한국은 4천200억 달러로 GDP의 23%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미국 트럼프 대통령 요구에 따라 연간 200억달러를 미국에 투자해야 한다. 우선 6천억~7천억달러를 확보해야 겨우 이자수익으로 연간 200억달러를 마련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늘려야 하나?
▶3개월치 경상지급액, 외국인투자금의 33% 등을 기준으로 BIS(국제결제은행)이 제시한 금액은 9천200억달러, IMF(국제통화기금) 제안은 7천억달러다. IMF 권고치를 따랐던 아르헨티나마저 최근 열 번째 국가파산을 겪은 점을 고려할 때 1조달러 정도는 비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정건전화 필요성도 강조하고 계신데.
▶우리나라는 비기축통화국이기 때문에 건전재정을 해야 한다. 비기축통화국이 국가부채율이 60%가 넘으면 IMF는 '재정위험국가'로 분류한다. 2029년이면 순수하게 국채만으로 이 '60%선'에 도달한다. 거기다 현재 공기업 부채나 각종 연금 등을 포함한 국가부채는 130%에 이른다.
-현 정부는 확장재정 기조가 뚜렷하다.
▶물가상승률이 2%, 최저임금인상률이 2.9%인데 내년 국가 예산은 8.1%을 올렸다. 정책적 과잉이다. 국회는 재정지출을 절제하고 외환안정 예산을 최우선으로 지원해야 한다. 그게 대한민국이 다시는 외환위기에 빠지지 않는 길이다.
-환율 전망은?
▶우리가 IMF 외환위기 때 환율이 2천원까지도 올랐다. 우리나라 외환보유고가 충분하지 않은 이상 이렇게 환율은 계속 상승압력을 받는다. 조만간 1천500원, 내년에는 1천600원까지도 갈 거라고 예상한다.
-내년 미국 연준 의장 교체 후 금리 본격 인하 및 이로 인한 달러가치 하락도 점쳐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일시적인 하락요인은 될 수 있겠으나, 훨씬 더 많은 상승요인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우상향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
-정부가 환율을 낮출 방안은?
▶우선 미국·일본과의 통화스와프 재개 및 확대다. 국제금융시장은 전쟁터와 같다. 위기상황에서는 동맹국이라고 해서 우리를 도와주지 않는다. 1997년 외환위기도 일본이 우리나라 단기채권을 팔면서 시작됐고, 미국도 그때 바로 뒤를 따랐다. 시급한 과제다.
-환율이 이미 많이 올랐다. 외환보유고 확충 외에 무엇을 해야 하나?
▶국제금융거래에서 원화 비중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은 전세계 GDP에서 2%인데 원화의 국제금융이용률은 0.1%에 불과하다. 이 비중을 따지면 태국(밧)이 20위인데 제조업 세계 5위, 수출액 세계 12~13위권인 우리 원화가 40위다. 정부가 제조업에 집중하면서 금융업을 육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선 한국은행이 원화 스테이블 코인 발행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 기득권을 내려놓고 '지분 절반이상 보유' 같은 규제를 낮춰 삼성전자, 네이버 등 대기업이 주도할 수 있게 해 주면 된다.
-현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를 하자면?
▶한 가지만 짚자면 일자리 관점에서 봤을 때 걱정스럽다. 대학생 취업률은 45%인데 정부가 말로만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겠다'고 얘기하고 있다.
기업환경을 세계 평균 정도는 만들어놓고 이런 얘길 해야 한다. 일례로 우리나라 법인세가 26%, 미국과 세계평균은 21%다. 전 세계가 세금을 낮춰서 일자리를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재정과 복지를 확대하고 있다.
내년 3월 노란봉투법 시행 시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및 유럽상공회의소가 '떠나겠다' 얘기한다. 이미 국내 주요 기업들이 대규모 해외투자를 하고, 우리나라는 공동화되고 있는데 여당은 부작용이 생기면 그때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고환율 시대 개인은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
▶개인 차원에서는 달러 자산을 많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 세계 증시 시가총액에서 미국이 65%인데 한국은 1.5% 밖에 안된다. 이것만 보더라도 미국주식을 많이 사는 건 (자산배분 관점에서) 자연스러운 일이다. 소득의 25%정도는 주식에 투자하고 그중 90% 이상을 미국에 투자하는 것을 추천한다.
-국내보다 미국증시 전망을 밝게 보는 건가?
▶미국 퇴직연금 '401K'로 인해 증시에 막대한 자금이 계속 유입된다. 또 '4차산업' 혁신기업들이 미국에 몰려 있다. 미국 경제와 증시는 계속 성장할 거다.
-현 정부 '밸류업' 정책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핵심 수단이 배당확대인데, 배당은 기업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본다. 배당만 강조하다 투자위축, 기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 소액주주 입장에서도 세제 측면에서 자사주 소각이 배당보다 유리하다. 애플 같은 글로벌 빅테크들은 대부분 배당보다 주로 자사주 소각을 하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추천하는 투자 방법은?
▶시가총액 1위 기업에 집중투자하는 방식이다. 미국은 엔비디아, 한국은 삼성전자 주식만 사는 식이다. 시가총액 1위 기업이 바뀌면 모두 매도하고 새로운 1위 기업에 투자한다. 과거 기록에 비춰보면 기대수익률이 상당히 높다.
다만 개별주 투자는 급락 위험도 상대적으로 높다. 위기 때 30%씩 하락하는 상황을 못 견딜 것 같으면 나스닥, S&P500 같은 주요 지수에 '인덱스 투자'를 하는 것도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