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폐허가 된 곳도…빠르게 변하고 사라지는 대구 고택의 모습, 사진에 담았죠"

입력 2025-12-11 10:21:05 수정 2025-12-11 16:2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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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구소 빛그림방 '대구의 고택' 전시
'대구를 보다' 프로젝트 14번째 작업
12월 16~21일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 전시장

윤국헌, 하목정
윤국헌, 하목정
김정현, 옻골마을 금전고택
김정현, 옻골마을 금전고택
최현진, 조길방가옥
최현진, 조길방가옥
박정배, 남천고택
박정배, 남천고택
사진연구소 빛그림방은 2013년
사진연구소 빛그림방은 2013년 '신천'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매년 전시와 함께 달력을 제작해오고 있다. 올해 제작한 달력 일부. 빛그림방 제공
사진연구소 빛그림방이
사진연구소 빛그림방이 '대구를 보다' 14번째 작업인 '대구의 고택' 촬영물을 모아 만든 사진집. 빛그림방 제공

10여 년 간 대구의 역사와 문화를 사진으로 기록하는 중장기 기획 프로젝트 '대구를 보다'를 이어오고 있는 사진연구소 빛그림방이 올해는 '대구의 고택'을 주제로 한 결과물을 선보인다.

오는 16일부터 21일까지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 전시장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기획 및 지도를 맡은 윤국헌 빛그림방 대표를 비롯해 김정현, 박은혜, 박정배, 송혜경, 이정표, 이화선 최숙현, 최양수, 최현진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작가들은 대구 전통 한옥마을인 옻골마을, 인흥마을, 한밤마을, 묘골마을부터 근대 선교사 주택까지 시내 곳곳에 자리한 다양한 시기의 고택 60여 채를 직접 찾아, 그곳에 남겨진 생활 흔적과 세월의 결을 카메라에 담았다.

윤 대표는 "대구의 고택은 한 세기의 삶과 변화를 품은 도시의 유산이지만, 너무 빨리 변하고 쉽게 사라진다"며 "하루 빨리 기록해서 아카이빙해야겠다는 생각에 대구의 고택을 올해 주제로 정했다"고 말했다.

작가들이 마주한 고택의 모습은 다양했다. 여전히 사람이 거주하며 일상의 삶을 이어가는 집이 있는가 하면, 어떤 집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채 비어있고, 리모델링을 통해 카페나 식당으로 변모해 수많은 사람들이 드나들기도 했다.

"인터넷으로 검색할 땐 몰랐는데, 막상 찾아갔더니 아예 건물 자체가 흔적 없이 사라진 곳도 있어 안타까웠습니다. 대구에서 한 시대를 살았던 누군가의 삶과 감정이 묻은 기억의 장소들이 알게 모르게 잊히고 있는 것이죠."

특히 윤 대표는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는 고택의 경우 드론을 활용해 촬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전시에서는 드론으로 찍은 눈 쌓인 묘골마을과 인흥마을의 모습 등을 감상할 수 있다.

그는 "사진가는 이러한 상반된 풍경 속에서 도시의 정체성과 사라지지 않은 오래된 것들을 응시하며 그 안에 깃든 인간의 삶과 정서의 흔적을 드러낸다"며 "그것은 기록을 넘어 사라진 한 세대의 삶이 머물렀던 존재를 기억하는 행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진은 시간을 붙잡는 도구이자, 시간의 흐름을 담아내는 언어이다. 우리가 사라짐을 마주하며 기록한 대구의 고택, 그 흔적들을 '사라지지 않을 기억'으로 세워 여전히 과거가 살아 있음을 증언하고자 이번 전시를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빛그림방은 2013년 '대구를 보다'의 첫 작업인 신천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매년 전시와 함께 탁상달력을 제작해왔다. 이번 탁상달력에는 흑백필름으로 촬영한 고택 사진들이 삽입됐다.

이와 함께 빛그림방은 촬영 작품들을 모아 사진집 '대구의 고택'도 출간한다. 사진집은 ▷전통고택 마을 ▷근대 건축 ▷일반 고택 ▷리모델링 활용 고택 등으로 나눠 구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