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포천 비닐하우스서 10년…남편 사망 후, 대구로 와 폐지수집
아들·시동생과 세식구 한달 수입 30만원 남짓…아픈 시동생 간병비, 사채도
한쪽 눈 실명에 귀까지 어두워져…창문 안 닫기는 방서 겨울 맞아야
2층짜리 벽돌 건물 뒤 아래쪽 한켠에 딸린 작은 방 한 칸. 5평 남짓해 보이는 이 방이 김현실(81·가명) 할머니와 50대 아들, 70대 시동생 세 식구가 함께 생활하는 보금자리다. 할머니의 한쪽 눈은 실명 상태고 나머지 한쪽 눈마저 시력이 흐려져 방 안에 바퀴벌레가 기어 다녀도 잡아내질 못한다. 장판에 얼룩이 묻어도 구분이 안 가 청소조차 힘든 곳이지만 이 방 한 칸만이 김 할머니가 몸을 뉘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돈 벌러 온 한국, 비닐하우스서 일하다 시력 잃어
중국 북경에서 조선족으로 태어난 김 할머니는 7남매 중 셋째이지만 맏딸이었다. 친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없었다. 열 살 무렵 이복어머니가 왔지만, 열세 살 때부터 일을 해 동생들을 모두 먹여 살렸다. 동생들을 돌보느라 스물다섯 늦은 나이에 시집을 갔더니 시댁엔 아홉 식구 먹을 양식이 찹쌀 반 가마 밖에 없었다. 김 할머니는 논에서 모심고 김을 메주고 양식을 받아오며 남편과 둘이 일해 시부모와 시동생, 시누이들과 집안 어르신까지 부양했다.
가난을 견뎌내려 김 할머니는 2005년 혈혈단신으로 낯선 한국에 돈을 벌러 왔다. 경기도 포천 비닐하우스에서 채소를 재배하면서 한 달에 60만원을 받아 집에 대부분 보냈다. 김 할머니는 베트남에서 온 다른 일꾼들과 비닐하우스 한켠에 간이 막사를 만들어놓고 그 안에서 먹고 자는 생활을 했다. 매일 아침 5시부터 저녁 6시까지, 점심 먹는 한 시간을 제외하곤 허리를 구부리고 밭일을 했다. 밤이 되면 주워온 플라스틱 통을 깨뜨려 바닥에 깔아 차가운 논바닥에서 올라오는 한기를 피했다. 끓인 물을 담은 물통을 끌어안으며 잠을 청했다.
공기가 탁한 비닐하우스 안에서 생활하다 보니 눈앞은 항상 어두컴컴하고 희뿌연 상태였다. 할머니가 사는 세상은 늘 안개가 가득했다고 한다. 포천에서 10년 동안 밭일을 해, 중국에 있는 남편과 두 아들, 손자손녀까지 공부 시켰다.
2016년 남편을 하늘로 떠나보낸 뒤, 인지장애가 있는 시동생을 혼자 중국에 두고 올 수가 없어 한국으로 데려 왔다. 2013년 한국에 먼저 와 대구에서 일용직 일을 하던 아들 곁에 정착했고 세 식구는 함께 살기 시작했다.
보증금 200만원에 월세 25만원짜리 방 한 칸. 자정이 되면 김 할머니의 하루가 시작된다. 집 앞 80미터 거리에 있는 교회 마당 한쪽에 교회 측 배려로 마련한 리어카 주차장. 굽은 등과 저릿한 다리로 이곳까지 걸어오는 데만 세 번을 쉬어야 겨우 닿는다. 아픈 다리로 리어카를 끌어서는 오토바이·자전거 타고 폐지 줍는 사람들 속도를 당해내질 못하니, 새벽 시간에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밤 12시에 하루 일과를 시작한 김 할머니는 새벽 3시쯤 돌아와 잠깐 눈을 붙인다. 잠시 뒤 아침 8시면 다시 나가 폐지를 줍고 저녁 7시가 넘어서야 집으로 돌아온다. 아들 곁에 정착한 뒤로 김 할머니는 매일 이렇게 폐지를 주우러 다니며 또 10년을 살아냈다.
◆30만원이 세식구 한달 생활비…병원은 사치
세 식구의 유일한 수입원은 김 할머니가 폐지를 주워 버는 한 달 30만원이 전부다. 건설현장에서 일용직 일을 하는 아들은 지방간과 폐질환으로 건강이 나빠졌다. 최근에는 건설 경기 악화로 일자리마저 뚝 끊겼다. 세 식구 모두 외국인이라 정부 복지 혜택은 받을 수가 없다. 귀화하는 데 드는 비용은 1천만원이 훌쩍 넘는다.
세 식구 건강보험료는 계속 체납돼 의료서비스는 끊겼다. 아파도 병원을 못간다. 김 할머니는 척추협착증, 고혈압, 고지혈증, 골다공증, 좌안실명, 우안신경저하를 앓고 있다. 제대로 된 진료 없이 이웃이 갖다 준 진통제로 하루를 버틴다. 시동생은 지난해 3월 난 교통사고로 병원 입원 중이다. 병원비 때문에 여기저기서 적게는 몇 만원, 많게는 수십만원씩 빌린 돈은 이자가 붙어 1천만원이 넘는다고 한다.
끼니는 이웃과 교회에서 나눠주는 과자, 떡, 빵조각을 챙겨 얼려둔 걸로 떼운다. 방 안 오래된 미닫이 창문은 닫히지 않지만 고칠 생각조차 못한다. 휴지와 천 조각으로 문틈 새를 막아가며 차가운 바닥에서 겨울을 난다. 가스비를 못 내서 난방은 끊긴지 오래다. 전기세와 수도세마저도 지인에게 돈을 빌려가며 겨우 낸다. 아들이 감기에 걸려 약값이라도 드는 달에는 수중에 쥐는 돈은 3천원 남짓. 월세가 밀려 언제 방을 비워줘야 할지도 모르는 김 할머니는 "아무리 용을 써 봐도 안 된다"며 눈물 짓는다.
오랜 세월 밭일로 굽은 허리와 다리는 밤잠마저 못 이루게 한다. 밤마다 찾아오는 통증은 모질게도, 두어 시간의 새우잠마저 허락지 않는다. 밤에는 피가 쏠려서 다리가 '펄떡 펄떡 뛴다'고 한다. 살갗 안에서 벌레가 돌아다니듯 찌릿한 고통에 놀라 잠을 깨면, 아들을 깨울까봐 제대로 펴지지도 않는 다리를 부여잡고 혼자서 숨죽여 울음을 삼키며 통증을 참아본다. 파스를 붙이고 끙끙대다 보면 자정이 오고 김 할머니는 다시 리어카를 끌고 길로 나간다.
재작년부터는 귀마저 안 들리기 시작했다. 폐지를 줍다가 자동차 경적소리를 듣지 못해 사고도 났지만 폐지 줍는 일을 줄일 수는 없다. 요즘은 아들이 부르는 '엄마' 소리조차 듣지 못할 때가 많다. 백내장 수술을 해준 안과 의사는 김 할머니에게 어디 가서 보상을 좀 받아보라 하더란다. 그저 빚 걱정, 밥 걱정 없이 살아보는 게 유일한 소원이라는 김 할머니. 의료보험이 안 돼 병원은 엄두도 못 낸다는 김 할머니는 "내가 어딜 가서 보상을 받겠나"라며 한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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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내역]
◆시부·세 아이 돌보는 뚜옛 란 씨에 2,502만원 전달
베트남에서 살다 결혼 후 한국으로 이주한 뒤 남편이 수감되자 낡은 주택에서 시부와 세 아이를 돌보는 뚜옛 란 씨(매일신문 12월 2일 10면 보도)에게 2천502만7천346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국민법무사(김태원) 10만원 ▷김정수경영회계사무소 10만원 ▷전시형 10만원 ▷하혜련 5만원 ▷이병규 2만5천원 ▷배정준 2만원 ▷신종욱 2만원 ▷최은서 1만5천원 ▷최정원 1만5천원 ▷박순애 1만원 ▷조금래 1만원 ▷조성연 1만원 ▷조현석 1만원 ▷이장윤 4천원 ▷김건율 2천원 ▷'시냇가의심기운나무' 2만원 ▷'돕기돕기돕기돕기' 7천598원 ▷'당근걸음돕기돕기' 28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남편 간호에 생계 막막 김다나 씨에 2,550만원 성금
2년 전 뇌출혈로 쓰러져 중증 장애를 갖게 된 남편을 뒷바라지 하느라 수입원이 끊긴 채 셋방에서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카자흐스탄 출신 김다나 씨(매일신문 12월 9일 12면 보도)에게 50개 단체, 181명의 독자가 2천550만6천956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태원전기 100만원 ▷㈜일지테크 100만원 ▷한성철강㈜ 100만원 ▷㈜한라개발 50만원 ▷농협세무법인송정김천2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태린(이동훈) 4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삼성기공(장태종) 3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삼이시스템 20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백석치과(오주호)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경주운전전문학원 1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 10만원 ▷두드림정신과(정진영)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 10만원 ▷유성에스에이치(이석현) 10만원 ▷선진건설㈜(류시장)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하나항공여행사 7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5만원 ▷위브디자인(김영민)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 5만원 ▷하나경대혜인내과의원 5만원 ▷㈜동위(이석우) 3만원 ▷㈜하나항공여행사 3만원 ▷대신엔지니어링(서준영) 3만원 ▷동신통신㈜(김기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통영굴국밥국수(허정) 2만원 ▷청명(고나배정) 1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도경희 200만원 ▷김상태 100만원 ▷유주영 40만원 ▷김진숙 이신덕 각 30만원 ▷김봉주 민경석 박철기 신승준 각 20만원 ▷방일철 12만원 ▷곽용 권현창 김관일 김관중 김광채 김문오 김민섭 김상표 김상형 김정아 박노석 박민기 안길자 오재환 우선자 이기순 조득환 최창규 허금주 각 10만원 ▷김구호 김기욱 김미경 김영수 김종환 김주인 노은경 박성일 박희규 백미화 서정오 서준교 송복례 안대용 안현숙 이경호 이상현 이윤정 이은영 이종하 이학주 이현목 장민원 장일령 전광섭 전우식 전치원 정선수 정의관 최상수 최옥기 최한태 각 5만원 ▷이동욱 4만원 ▷곽병완 김민경 박경자 박성동 박승호 박창원 손민낙 신광련 안정원 이길재 이대성 이응섭 이재열 임동욱 장순복 정광모 정루카 최영주 최춘희 각 3만원 ▷이영수 2만5천원 ▷구자선 권오영 권유진 권혁필 김국현 김승언 김은숙 남영희 류휘열 박성준 박용진 배일권 성민교 이재민 이주협 이해수 장원기 정일 정호인 조미아 주춘식 각 2만원 ▷전선수 1만1원 ▷강명은 강지원 강태식 강혜현 구용서 권증남 김균섭 김다영 김성진 김성혁 김용각 김은희 김주현 김주호 김태천 박경아 박영록 박인배 박태용 박홍선 배상영 배상영 백왕흠 백진규 변희광 심재권 오용문 우철규 원희진 유귀녀 은빈환 이경희 이기현 이남훈 이영수 이운대 이유록 이혁준 임채숙 장순임 정서원 정영민 제갈점노 조영식 차경수 최경철 한정화 한종우 황성광 황인욱 각 1만원 ▷권두영 6천원 ▷가지영 김유철 김진혹 수민 신우용 안인호 윤인주 이정선 조인숙 홍순구 환외 각 5천원 ▷문민성 4천원 ▷신우용 3천600원
▷'왕이신나의하나님' 30만원 ▷'언제까지나 회원들**김다나씨, 힘내세요!!' 12만3천300원 ▷'다나씨힘내세요' '사랑나눔624' '주님사랑' 각 10만원 ▷'마르띠노윤' 5만원 ▷'다나님힘내셔요' 2만원 ▷'김다나후원' '무명인' '산나' '석희석주' '카리스마' 각 1만원 ▷'조금이라도' 29원 ▷'당근걸음돕기' 26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