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사이 저렴한 원룸·고시원촌…사회 관계망 단절
프라이버시 민감도 높아 복지 개입에 거부감
"복지관 접근성 떨어져…주민 커뮤니티 공간도 부족"
대학가의 원룸·고시원촌은 저렴한 임대료에 이끌린 청년·중장년 취약층이 섞여 사는 지역으로 단기 체류자가 많다. '은둔 고립'은 사회적 관계망이 단절된 원룸·고시원촌 거주자들이 외부 접촉을 회피하는 삶의 형태를 말한다.
설문조사에서도 이런 특성이 확인됐다. 원룸·고시원촌 고립 위험군 13명 중 6명(46.2%)이 현재 거주지에서 산 지 3년이 채 되지 않았다. 이웃과 관계를 맺을 여건과 동기가 극히 부족한 환경인 셈이다.
가깝다고 느끼는 사람은 '가족'(46.2%)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는 관계의 축이 여전히 가정에 남아 있으며, 사회적 관계망이 완전히 단절되지는 않았음을 시사한다. 다만 실제 교류 빈도가 낮은 점을 감안하면, 가정으로부터 단절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가깝다고 느끼는 사람으로 복지사를 꼽은 응답자는 단 한 명(7.7%)뿐이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원룸·고시원촌 고립 위험군의 '복지 회피'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프라이버시에 대한 민감도가 높고, 복지 개입에 대한 거부감이 두드러졌다. 또 한 건물에 비위험군과 위험군이 섞여 살기 때문에 위험군 식별이 어렵다는 점도 복지 개입의 난이도를 높였다.
이와 관련 윤숙현 신당종합사회복지관 복지사는 "원룸·고시원촌 위험군들은 누가 찾아오는 것 자체를 불편해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회에서 상처도 많이 받았고, 본인의 삶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와 같은 '복지 신청주의' 체제에서 이 같은 원룸·고시원촌의 '복지 회피' 성향은 일종의 사각지대로 작용한다.
윤 복지사는 이어 "복지사가 찾아가서 문을 두드려도, 문을 안 연다. 이처럼 복지제도에 거부감이 있기 때문에 본인이 수급자에 해당해도 제도 자체를 몰라 지원을 못 받은 사례도 있었다"라며 "타 주거 유형에 비해 복지관 접근성이 떨어지고 주민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이 부족한 게 주된 이유"라고 했다.
청년층 비중이 높다는 점 역시 원룸·고시원촌의 '은둔 고립'을 촉발시키는 요인이 된다. 이들 다수는 안정적인 노동이 어렵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으며 무력감, 불안, 가정불화 등으로 인해 고립된 경우가 많았다.
지역의 위기 청년들을 대상으로 상담 등 지원 사업을 하는 청년베이스캠프 소속 김희숙 복지사는 사회적 고립의 여러 원인 중 '무기력'을 꼽았다. 김 복지사는 "성인이 되기 전, 학교에서는 상처를 받아도 선생님 등 누군가 도와줄 수 있는데, 사회에 나오면 뭐든 다 혼자 해야 한다"며 "사회활동을 하며 부당한 대우나 상처를 받은 경우, 자신감이 없어지고 위축될 수 있다. 여기에 무기력까지 더해지면, 사회적으로 완전히 고립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