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 기자의 한 페이지] '대구시향 日투어' 숨은 주역…김진우 대구콘서트하우스 공연기획팀장

입력 2025-12-10 13:28:25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김진우 대구콘서트하우스 공연기획팀장이 그랜드홀 객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구콘서트하우스 제공
김진우 대구콘서트하우스 공연기획팀장이 그랜드홀 객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구콘서트하우스 제공

지난 9월 25일, 43년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 최초의 클래식 콘서트 전용 공연장인 오사카 더 심포니홀. 무대에 오른 주인공은 대구시립교향악단이었다. 대구시향은 이날 이곳에 모인 1천여명의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이날 공연은 '월드오케스트라페스티벌 인 재팬'이란 이름으로 후쿠오카·히로시마 등 일본 3개 도시에서 펼친 대구시향의 일본 순회공연 피날레 무대이자, 2016년 독일·체코·오스트리아 유럽 3개국 투어 공연 이후 10년만의 해외 무대였다. 특히, 이번 일본 투어는 해외 공연장을 대관 형식으로 빌려 공연을 선보인 이전과는 달리, 경비의 절반을 일본 공연장 측에서 부담하는 초청공연 형식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컸다.

김진우(47) 대구콘서트하우스 공연기획팀장은 이번 일본 초청 공연을 성사시킨 숨은 주역이다. 2022년부터 그가 노력을 기울인 끝에 얻은 4년 만의 결실이었다. 그는 이번 공연을 성공적으로 치르면서 최근 오사카 더 심포니홀과 이 공연장을 운영하는 지케이학원그룹으로부터 감사장을 받았다. 8일 매일신문 인근 한 카페에서 김 팀장을 만나 그간의 소회를 들었다.

-이번 공연은 어떻게 이뤄진 건가.

▶첫 걸음은 2019년 대구콘서트하우스에 근무하게 되면서부터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클래식 음악 전공자로서 이곳에서 근무한다는데 대해 자부심이 컸다. 대구를 대표하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극장이지만 세계적인 극장으로 만들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그러기 위해선 세계적인 극장과 교류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런 이유로 해외 유명 클래식 공연장 측에 이메일을 보내게 된 게 시작이었다. 특정 시기를 정해 동시에 일괄적으로 보내는 게 아니라 매년 꾸준히 적합할 것 같은 공연장을 떠올리면서 한 곳 한 곳에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돌아온 반응은 냉랭했다. 사전에 어떤 관계가 형성돼 연락을 한 게 아니었기에 메일을 확인하고도 답장이 없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답장이 있더라도 뭔가 적극성을 갖고 얘기가 이어지진 못 했다. 일상에서 '기회 되면 밥 한 끼 먹자'고 얘기하듯 "연락을 준 데 대해 감사하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함께 하자"는 답변 정도가 대다수였다.

김진우 대구콘서트하우스 공연기획팀장이 대구시립교향악단 일본 순회공연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김도훈 기자
김진우 대구콘서트하우스 공연기획팀장이 대구시립교향악단 일본 순회공연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김도훈 기자

-오사카 더 심포니홀 측에선 구체적인 피드백이 있었던 건가.

▶그렇진 않았다. 이곳 담당자들과도 비슷한 수준의 이메일을 주고받은 게 전부였다. 다만 2022년쯤 대구콘서트하우스가 대구문화예술진흥원으로 통합이 되면서 해외 기관을 방문해 벤치마킹할 수 있는 국외 출장 프로그램이 생겼다. 2023년 이 프로그램에 신청을 했고, 내부 심사를 통과해 직원들과 함께 총 3명이 오사카 더 심포니홀을 방문할 수 있었다.

당시만 해도 이렇게 큰 프로젝트를 할 수 있겠다는 상상은 못 했다. 하지만 직접 방문한 뒤여선지 그 다음부터는 보다 구체적인 대화가 오갈 수 있었다. 이메일과 메신저를 통해 그쪽 극장장과 기획팀 담당자와 계속 연락을 취하며 협업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였다.

2024년 초엔 저희 쪽에서 업무협약을 제안했다. 놀랐던 건 업무협약도 섣불리 하지 않는 다는 점이었다. 자신들과 파트너가 될 기관인 만큼 대구콘서트하우스가 어떤 곳이고 어떤 조건을 갖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협약에 앞서 오사카 더 심포니홀 극장장이 직접 직원들과 대구를 방문해 대구콘서트하우스를 둘러볼 정도였다.

저희는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산하 기관을 일일이 소개시켜주고 대구시립교향악단 공연 등을 보여주면서, 특히 대구가 클래식 음악 분야에서는 뿌리가 깊고 인적 기반도 풍부하며 열정도 강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걸 확인한 뒤 오사카 더 심포니홀 측에서 업무협약을 하자는 연락이 왔고, 그해 9월 저희 쪽에서 일본을 방문해 협약을 체결하게 됐다. 이번 일본 공연의 출발점이었다.

-이번 공연이 업무협약 이후 함께한 첫 사업이었나.

▶아니다. 업무협약까지 오는 단계가 결코 쉽지 않았던 만큼, 이후에도 정말 제대로 된 교류 협력 사업이 이뤄져야 하고 꾸준히 이어가야겠다는 책임감이 들었다. 그 첫걸음으로 오사카 더 심포니홀에 소속된 앙상블 팀을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 초청해 공연을 가졌다.

일본 공연 이야기는 지난해 첫 공연을 마친 뒤 나왔다. 당시 앙상블팀 공연에도 극장장이 함께 왔었는데, 공연 후 극장장과 차를 마시는 자리에서 제안했다. "대구콘서트하우스의 대표적인 사업 중에 월드오케스트라페스티벌이 있다. 해외 개최를 통해 국제행사로 키우려는 비전을 갖고 있는데 마침 오사카 더 심포니홀과 교류 기반이 마련됐다. 대구시향은 세계적인 수준의교향악단은 아니지만 대구를 대표하고 국내를 대표하는 교향악단이다. 2025년이 한일 수교 60주년인 만큼 대구시향이 일본에서 '월드오케스트라페스티벌 인 재팬'이란 이름으로 공연을 하는 것도 참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극장장은 고민을 해보겠다며 돌아갔는데, 이후 오사카 더 심포니홀 측에서 경비의 절반을 부담하는 초청공연 형식으로 공연을 해보자고 연락이 왔다. 올해 초의 일이다.

김진우 대구콘서트하우스 공연기획팀장이 오사카 더 심포니홀과 지케이학원그룹으로부터 감사장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구콘서트하우스 제공
김진우 대구콘서트하우스 공연기획팀장이 오사카 더 심포니홀과 지케이학원그룹으로부터 감사장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구콘서트하우스 제공

-이번 공연에 의미를 부여하자면.

▶대구시향은 1964년 창단 이후 네 차례 정도 해외공연을 가졌다. 해외공연도 드문 일이지만, 현지 극장을 대관해 해외에서 공연을 선보이는 게 아닌, 극장과 극장 간 협업을 통해 이뤄진 초청공연이란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공연 경비를 부담하는 문제뿐만 아니라 초청공연이 아닌 경우 해외에서 직접 홍보를 하고 티켓을 팔아야 하다 보니 관객 모집이 쉽지 않다. 반면, 이번 공연은 초대를 받아 갔기에 홍보 등 모든 것을 현지 극장 측에서 진행해줬다. 그렇다보니 세 차례 공연 일정이 모두 평일임에도 객석이 거의 다 찰 정도로 일본 관객의 관심도 높았다. 특히 오사카 더 심포니홀은 대구콘서트하우스보다 객석이 훨씬 많은 1천600석 규모다. 초청공연이었기에 보다 많은 현지인들에게 대구시립교향악단 연주를 보여줄 수 있었지 않았나 한다.

-10대 시절 유학을 떠나 폴란드 국립쇼팽음대에서 피아노 전공으로 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엔 음악교육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공연 기획에 대한 뜻이 있었던 건가.

▶1990년대 중반 피아니스트의 꿈을 안고 유학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등 수많은 연주자를 보면서 피아니스트로 살아남는 게 정말 쉽지 않겠구나란 생각을 했다. 그리고 박사학위를 시작하는 시점인 2006년 무렵, 내가 좋아하는 것 말고 잘하는 분야가 어떤 건지에 대한 고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때마침 폴란드에 한국문화원 개관을 앞두고 직원을 뽑고 있었다. 지원서를 냈고 채용이 돼 공연기획팀 팀원으로 일하게 됐다. 유럽에서 활동하는 연주자를 폴란드에 소개하고 국악 등 한국 문화를 알리는 일을 하면서 즐거움도 컸고, 이런 역할을 통해서도 저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기면서 이 분야로 좀 더 깊이 들어가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귀국 후 2014년부터는 현재 경상북도문화관광공사로 통합된 (재)문화엑스포에서 근무했다. 대구콘서트하우스에 오기 전까지 6년 정도 있었는데 주로 대외협력 업무를 담당했다. 돌이켜보면 이 시기가 지금의 저를 만든 밑거름이 된 것 같다.

-콘서트하우스 측이 새롭게 구상하고 있는 사업이 있나.

▶오사카 더 심포니홀과의 교류를 잘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월드오케스트라페스티벌 기간 중 해외공연 상당수는 한국 공연이 예정된 연주단을 기획사 등을 통해 섭외하는 방식이었다면, 이젠 이번 일본 공연처럼 극장이나 연주단과의 직접 교류를 통해 섭외하는 사례를 늘려갈 계획이다. 교류를 확대하고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시민들에게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보이는 동시에 지역 음악인들의 해외 진출을 도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