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 '입틀막' 1964년 이후 두번째, "역사적 오점"
필리버스터 중 일방적 정회 선언도 문제 "국회법 무시한 것"
"국민과 국회에 사과하고 중립적 의사 진행자 역할 해야"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전날 국민의힘 필리버스터 과정에서 마이크를 차단해버린 우원식 국회의장에 대해 "국회 역사에 남을 중대한 일탈"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주 부의장은 10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칭 '의회주의자' 우원식 국회의장, 참 가지가지 한다!'는 제하의 글을 올려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주 부의장은 국회의장은 토론을 보장하고 회의를 공정하게 이끄는 헌법기관인 점을 짚으면서 우 의장에 대해 "스스로를 '의회주의자'라 부르면서도, 소수당의 필리버스터를 자의적으로 중단시키며 국회법의 근간을 흔들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과 이재명 정권의 입법 폭주를 비호하는 시녀 노릇을 자처한 것"이라고 했다.
소수당의 권리인 필리버스터를 다수당 출신 의장이 마음대로 재단하려 든 것 자체가 필리버스터를 행할 권리를 보장한 취지와 맞지 않다고도 짚었다.
주 부의장은 "국회의장의 '입틀막'은 헌정 사상 극히 드문 사태다. 이런 일은 단 두 번뿐이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61년 전, 1964년 4월 22일 당시 이효상 국회의장이 김대중 의원의 마이크를 끊었던 사건"이라고 지적하면서 "그 오점이 21세기 대한민국 국회에서 다시 반복된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이어 "필리버스터는 내용까지 의원의 양심에 따라 보장되는 제도로, 의장의 개입은 금지돼 있다. 그럼에도 의장은 나경원 의원의 발언을 무조건 '의제 외'라고 단정하더니 마이크를 끊었다. 이는 사회자인 국회의장이 토론의 내용을 재단한 것으로, 어떤 국회의장도 시도한 적 없는 초법적 행위"라고 설명했다.
특히 우 의장이 필리버스터 도중 정회를 선언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무제한 토론이 종료될 때까지 회의를 계속해야 한다는 국회법을 무시했다는 것. 주 부의장은 이에 대해 "앞으로 다수당이 원치 않는 필리버스터를 '의장의 판단'만으로 언제든지 차단할 수 있는 위험한 선례를 만드는 것"이라고 짚었다.
우원식 의장의 즉각적인 사과도 요구했다. 주 부의장은 우 의장에게 "자신의 독선이 국회와 헌정 질서에 남긴 상처를 직시해야 한다"면서 "즉각 국민과 국회에 사과하고 본연의 중립적 의사 진행자로 복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이번 사태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무너진 의회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글을 마무리 했다.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두고 필리버스터에 나섰다. 나 의원이 민주당의 일방적인 국회 운영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자, 우 의장은 "의도적으로 의사진행을 방해한다"며 발언대의 마이크를 끄고 정회를 선언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국회법은 의제와 관계없는 발언을 금지하고 있지만 필리버스터 중에는 사실상 발언주제에 관한 제한이 없다고 보는 것이 관례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