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장 선거 벌써 과열 우려…"현안 산적, 정책 경쟁 우선"

입력 2025-12-08 16:32:28 수정 2025-12-08 17: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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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 후보들, 출판기념회·기자회견 등 발빠른 행보
'흑색 비방보다는 정책 제안 우선돼야' 경계 목소리

모성은 포항지진범시민대책 본부 의장이 8일 포항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정책 제안을 발표하고 있다. 신동우 기자
모성은 포항지진범시민대책 본부 의장이 8일 포항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정책 제안을 발표하고 있다. 신동우 기자

내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가 6개월 이상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포항시장 후보들이 발빠른 행보를 보이며 선거 열기가 일찌감치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이번 주부터는 후보들이 잇따라 공식 출마 기자회견을 예고하고 나서며 본격적인 세력 경쟁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모성은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 의장은 8일 포항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들의 의지를 모아 촉발지진으로 빼앗긴 권익회복과 도산위기에 빠진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포항시장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모 의장은 지난 2017년 11월 15일 포항지진이 발생한 직후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를 결성하고, 지난 2018년 10월 최초로 정부를 상대로한 '포항지진피해 정신적 위자료 청구 시민소송'을 제기한 인물로 유명하다.

이날 모 의장은 시민들의 하인 노릇을 자청하며 자신을 '포항시장이 아닌 포항시종 후보'라 명칭했다.

아울러 ▷인구소멸·주택문제 해결을 위한 포항·영덕·청송·영천 4개 시군 통합 ▷의과대학 분원 및 의료서비스 질 제고 ▷철강산업 위기 대응을 위한 최고전문가 포럼 결성 및 경제 방향성 설정 등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모성은 의장은 "포항지진 이후 만 8년이 넘도록 시민 권익회복을 위해 고군분투했으나 행정력과 정치권의 도움 없이 시민운동만으로는 역부족을 느꼈다. 시민권익 회복의 높은 장벽을 넘기 위해선 시장에 출마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중병을 앓는 환자에게 최고의 전문의가 필요하듯 위기에 봉착한 포항경제를 살려내려면 신뢰성 있고 사회적으로 정평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날 모 의장 외에도 포항지역에서는 지난달 중순부터 시장 후보자들의 공식적인 행보가 잇따르고 있다.

먼저 지난달 17일 김병욱 전 포항남·울릉 국회의원은 정책 제안 기자회견을 통해 시장 출마의 뜻을 내비치며 ▷대경선 연장 및 포항 중심지역 철도 교통 신설 ▷포항AI혁신센터 건립 등 도시 재생 비전을 제시했다.

이어 공원식 전 경북도 정무부지사는 지난달 20일 포항실내체육관에서 포항지진 극복기를 담은 '공원식의 포항 이야기' 출판기념회를 개최하며 "포항은 '지진도시' 오명을 떨쳐냈지만, 철강산업 불황을 맞았다. 저의 강점인 강한 추진력과 사통팔달의 협치를 바탕에 둔 정책 개발을 통해 불경기를 극복하고 기업 유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사실상 시장 출마 의사를 밝혔다.

공 전 부지사는 ▷정부 지원 등을 바탕으로 포항 철강산업의 경쟁력 회복 ▷SMR(소형원자로)을 통한 산업용 전기료 절감 ▷수소환원제철 전환 ▷영일만대교 조기 건설로 교통·물류·관광산업 활성화 등을 제시하고 있으며, 오는 10일 이러한 내용을 종합해 포항시청에서 공식 출마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이처럼 우회적인 행보를 제외하고, 공식 출마 선언의 포문을 가장 먼 인물은 안승대 전 울산광역시 행정부시장이다.

안 전 부시장은 지난 1일 포항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벼랑 끝에 선 포항을 구출하겠다"는 각오를 전하며 "30년 가까이 중앙과 지방을 아우른 행정 경험과 풍부한 인맥을 활용해 철강산업 재도약, 2차전지·AI(인공지능)·바이오·로봇·방위산업 등 첨단 신산업 유치를 통해 포항의 100년 미래를 다시 세우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9일에는 박승호 전 포항시장이 나서 공식 출마를 선언할 계획이다.

박 전 시장은 이번 기자회견에서 '리셋, 포항'을 주제로 포항의 미래 비전과 실행 전략을 담은 주요 메시지를 직접 밝힐 예정이다.

이처럼 연말을 기점으로 포항시장 후보들의 활동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본선만큼이나 뜨거운 초반 열기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기 과열 양상에 대해 지역 정계에서는 각 후보들이 상대의 경력이나 약점을 공격하며 정책 없는 비방과 '진흙탕 싸움'으로 흐를 가능성에 대해 조심스런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한 지역 정계 관계자는 "지금 시민들은 포항의 철강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100년을 책임질 새로운 리더십과 비전을 절실히 원하고 있다. 단순한 세 과시를 넘어 포항의 산적한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정책 경쟁에 집중해야 할 때"라며 "선거 열기가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미래 비전 경쟁으로 승화될 수 있도록 정치권의 책임 있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