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 속 변형 가능한 시스템, 작가로서의 고민과 연결"
12월 13일까지 아트스페이스펄
신명준 작가의 개인전 '인스턴트 라이프(Instant Life)'가 동구 효목동 아트스페이스펄에서 열리고 있다.
그간 일상 속 흔한 사물들을 수집하고 관찰하며 이를 설치미술의 형태로 전환해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새로운 시도를 보여준다. 자신에게 익숙한 목공 작업을 통해 전시 공간에 새로운 영역을 구축한 것.
전시장에는 우리의 일상 가까이 있는 베란다와 계단이 설치됐다. 분명 흔히 볼 수 있는 건축물의 요소인데, 전시장에 배치되니 왠지 어색하다.
작가는 바로 이 지점에 주목한다. "낯설고 이질적인 감각을 불러일으키고, 이를 통해 공간과 인간, 사물의 관계를 다시 사유하기 위한 시도"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다만 구조물들은 한 자리에 영원히 머무르지 않는다. 일시적으로 한시적으로 설치하고 철수하는 이 작품들에는 작가로서 지속성과 변화를 동시에 고민하는 그의 태도가 담겨있다.
그는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중에 베란다와 계단이 눈에 들어왔다"며 "작업실에 무심히 쌓인 목재들과 손잡이 등 재료의 확장성에 주목해, 일정한 규칙 속에서도 유동적으로 변형이 가능한 시스템이 내재돼있음을 탐구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대표 작품인 '견고한 단계들'에서도 솔직하게 드러낸 그의 고민이 엿보인다. 8단 중 중간중간 3개 단이 비어있는 계단은 누가 봐도 견고하지 않고 불완전하다.
작가는 "단순한 계단이 아니라 작가로 나아가는 단계에서의 시행착오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스스로 '견고해지고자' 밟아온 단계들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전시에서는 베란다와 계단 외에도 소형 입체작업 4점을 함께 볼 수 있다. 새롭게 제작된 형태뿐 아니라, 이전 작업에서 다뤄온 오브제들이 변형된 모습으로 등장하며 작가의 작업 세계가 확장되는 지점을 보여준다.
아트스페이스펄 관계자는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예술을 지속하기 위한 내적 시스템과 그 확장성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진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오는 13일까지 이어진다. 일, 월요일 휴관. 053-651-695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