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녀가정 돼보니 가족 간 끈끈함과 의지되는 마음 커
아이들 스스로 하게 하는 습관 들여주니 육아 부담도 감소
결혼 14년 차인 김승우(44)·윤소희(40) 부부는 같은 회사(제약회사)에 다닌다. 아내 직급(과장)이 남편(대리) 보다 높다. 직장에선 아내가 3년 선배다. 둘의 러브스토리는 전형적인 사내 커플 케이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일을 가르쳐주며 친하게 지내다 신세 갚는다며 밥을 사고 퇴근 후에도 잦은 만남을 가지면서 자연스럽게 연인이 됐다. 윤소희 씨는 "영업관리직으로 제가 먼저 입사하고 뒤에 신랑이 입사했는데 마주칠 일이 많아 어찌어찌 만나다 보니 결혼까지 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렇게 결혼까지 골인한 이들은 현재 도윤(11), 채린(10), 도진(7) 등 2남1녀를 슬하에 두고 있다.
◆형제자매 많은 집 부러웠던 아내 바람대로 다자녀가정 이뤄
사내 연예를 1년 정도 하다 2013년 결혼한 부부는 곧바로 아이를 갖고 싶었지만 임신이 쉽사리 되지 않았다. 걱정이 컸지만 다행히 2년 후 첫 아이를 품에 안을 수 있었다. 그런데 둘째는 생각도 안 했는데 출산 후 바로 임신이 된 돼 연년생으로 낳았다. 셋째도 둘째와 조금 더 터울을 두고 낳을 생각이었는데 3년 후 갑작스레 들어섰다. 첫째 때 애를 태웠던 탓인지 둘째와 셋째가 생겼을 때는 감사하고 기쁜 마음 뿐이었다.
윤소희 씨는 "결혼하고 나서 자녀가 3명 정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신랑이랑 얘기했었다"며 "성장기 때 친구들을 보면 형제자매가 3명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저는 남동생 하나 뿐이라 그게 늘 부러웠다"고 했다. 성인이 돼서도 3남매 가족이 그렇게 보기 좋았던 그는 이제 세 자녀 부모가 돼 어릴 적 아쉬움을 달랠 수 있게 됐다. 서로 의지하고 챙겨주는 사이가 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박물관 투어하며 가족 여행
첫째 도윤은 의젓하고 배려심이 많다. 야구를 좋아하고 먹는 것도 그에 못지 않게 즐긴다. 교우관계도 매우 좋은데 이상하게 친구들과는 말을 잘 하지만 집에서는 과묵하다.
둘째 채린은 쾌활, 발랄한 성격이다. 자기 할 말은 꼭 해야 직성이 풀리고 여자아이다 보니 쇼핑하는 것, 특히 다이소 가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현재 유튜버로 활약하고 있기도 하다. 구독자 수는 19명 뿐이지만 말이다.
막내 도진은 도무지 종 잡을 수 없는 아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건 꼭 해야 되고 특히 형과 누나 하는 건 무조건 따라하고 싶어한다. 흥도 많아 춤을 잘 추고 운동도 잘하는 편이다. 유치원생이다 보니 친구들이랑 놀이터에서 노는 것을 가장 행복해한다.
이런 사랑스런 아이들과 부부는 되도록이면 많이 여행을 다니려 노력한다. 특징이라면 여행지의 박물관은 빼놓지 않고 방문한다는 것인데, 큰아들이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 그렇다. 하지만 둘째랑 셋째는 박물관 투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역사공부에 도움이 될까 해서 꼭 데리고 다닌다.
◆평일 아침은 전쟁, 주말은 바깥 나들이
평일 아침은 그야말로 전쟁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첫째와 둘째 아침밥 챙겨주고 학교 보내고 나면 막내 차례다. 막내 도진을 깨우는 일은 힘든 일이다. 도무지 이불에서 나오지 않으려고 해 겨우 깨워 옷 입히고 밥 먹여 유치원 보낸다. 이후 둘은 출근길을 서둘러 한 직장, 다른 자리에서 업무를 보고 똑같이 집으로 퇴근한다.
집에서나 직장에서나 늘 얼굴 맞대고 사니 좋은 점도 있고 불편한 점도 있다. 연애 초기에는 매일 볼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지금은 항상 함께 하니 혼자만의 시간도 필요하다고 서로가 느낀다.
육아 분담은 평일에는 아내가 식사 준비, 빨래, 청소 등 집안일을 도맡고 남편은 그 외 모든 가사를 책임지는 식이다. 막내 유치원에서 데려오고, 첫째와 둘째가 필요한 게 있다면 같이 사러 가고, 장 보는 것, 저녁 먹고 아이들이랑 놀아주고 이야기 들어주는 것 등이 모두 남편 몫이다.
주말에는 온가족이 틈 나는 대로 캠핑을 가거나 바깥 나들이를 한다. 공원에 자전거 타러 나가기고 하고 산책도 즐긴다. 유튜브를 하는 둘째가 졸라서 가끔 다섯 가족 모두 지상철 타고 동성로에 나가 뽑기도 하고 시내 구경도 하고 온다. 특별한 날에는 아이들 친구를 집으로 초대해 할로윈 파티, 크리스마스 파티 등도 해준다.
◆스스로 하고 포기하지 않는 자세 강조
김승우·윤소희 부부는 "특별한 육아 노하우는 없다"고 했다. 대신 뭐든 아이들 스스로 하게 하는 원칙은 철저히 지킨다. 어릴 때부터 샤워도 혼자 하게 하는 습관을 길러줘 첫째와 둘째는 4살 때부터 그렇게 했다. 혹시나 미끄러질까 옆에서 보고 있긴 했지만 도와주진 않았고, 혹 거품이 묻어 있으면 그것만 씻겨주고 나머진 스스로 하게 했다. 그러니 막내도 어느 순간 형과 누나 하는 것 보고 혼자 하게 됐다. 이런 점이 육아 부담을 조금 덜어준 측면도 있다.
교육관은 '포기하지 않는 자세'를 강조하는 것 딱 하나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아이들이 학습 어려움을 호소해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하라고 조언할 뿐이다. 물론 이게 어려운 아이도 있다. 둘째가 그렇다. 이럴 땐 해보고 안되면 상의해서 해결해 나가자고 이야기한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에게 많은 경험을 시켜주려 노력하고도 있다. 체험을 통해 '이런 것도 있구나'를 깨닫게 하기 위해서다. 주말 가족여행도 이런 차원이다. 김승우 씨는 "아이들에게 딱히 바라는 바는 없지만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부모 역할인 것 같다"며 "부모의 욕심으로 강요하는 일 없이, 아이들이 하고 싶다고 하는 부분이 있을 때 적극적으로 도와줄 것"이라고 했다.
◆즐겁고 끈끈하고 의지되는 마음이 다자녀가정의 이점
친구가 없어도 가족끼리 재밌게 놀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다자녀가정이 누리는 최대 이점 중 하나다. 이는 아이는 물론 부모에게도 해당된다. 가족끼리 여러 도시를 다니며 이것저것 구경과 체험을 하며 맛있는 것 먹고 일상 이야기를 하는 게 너무 행복하다.
가족끼리 끈끈하고 의지가 되는 부분도 빼놓을 수 없다. 항상 무언가를 하게 되면 다섯 명 모두 함께 하려 한다. 아이들도 지나가다 마트나 편의점이 있으면 자기 것만 사는 게 아니라 형제자매들 것도 꼭 챙긴다. 아빠엄마가 퇴근이 늦을 경우엔 형과 누나가 막내 유치원 차량 시간에 맞춰 데리러 가고 놀이터 가서 놀아주기도 한다.
부부는 "어쩌다 둘이 늦게 집에 들어올 때면 아이들이 샤워하고 옷 갈아입고 위로 둘은 숙제하고 막내는 옆에서 종이접기를 하고 있다"며 "이런 모습을 보면 다둥이 낳아 키운다는 게 참 잘한 일인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집에서 말소리가 끊이지 않는 것도 다자녀가정이 누리는 행복이다. 시끄러워서 한편으론 힘들 때도 있지만 아이들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웃길 때가 더 많다.
◆타 지역 공공시설에도 다자녀 혜택 주어졌으면
아이들이 어릴 때는 셋을 케어하는 자체가 힘이 들었지만 이제는 그런 어려움은 없다. 지금 가장 힘든 부분은 경제적인 문제다. 아무래도 식구가 많다 보니 교육비와 식비 등에서 지출이 많다. 물가는 점점 오르고 생활비는 느는데 고정 수입의 변화는 없으니 가계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캠핑이나 여행 등 야외활동을 줄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 또한 아이들 교육 차원에서는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 맞춤해 다자녀가정을 위한 혜택이 보다 세심하게 짜여지면 좋겠다고 부부는 주문했다. 숙박업계 및 공공시설(휴양림 등)에서 기준 인원을 가족 인원수에 맞게 변경하고, 해당 지역에서만 그 혜택이 돌아가는 게 아닌 다른 지역에서도 같은 혜택을 제공해줬으면 하는 것이다.
윤소희 씨는 "일례로 우리 가족이 서울 박물관을 갔을 때는 다자녀가정 입장료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없다"며 "큰 혜택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정부가 이런 사소한 부분이라도 현실에 맞게 다자녀가정 지원책을 펴줬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