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28일 사전통지서 발송...'판매금액' 기준 적용해 제재 수위 높여
내달 18일 제재심서 '자율배상' 감경 여부 두고 당국-은행 간 공방 전망
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손실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판매 은행들에게 도합 2조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사전 통보했다. 이는 2021년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 이후 첫 '조(兆) 단위' 제재이자 역대 최대 규모다.
다만 은행권의 우려가 컸던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인적 제재는 제외됐다. 은행들이 90% 이상의 자율배상 동의율을 기록하며 사태 수습에 나선 상황에서, 향후 열릴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에서 과징금 감경을 둘러싼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된다.
28일 금융권과 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등 5개 은행에 검사 결과에 따른 제재 사전통지서를 발송했다. 우리은행은 판매 규모가 400억원대로 상대적으로 작아 이번 제재 대상에서 제외됐다.
금감원이 책정한 과징금 총액은 약 2조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당초 시장에서는 수천억 원 수준의 과징금을 예상했으나, 당국이 금소법상 징벌적 과징금 조항을 엄격하게 적용하면서 규모가 대폭 늘어났다.
금소법은 불완전판매 등 위법 행위로 얻은 수입의 최대 5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관건은 '수입'의 해석이었다. 은행권은 위법 행위로 얻은 실질적 이익인 수수료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금감원은 소비자 피해 규모와 제재의 실효성을 고려해 판매 금액 전체를 기준으로 삼은 것으로 파악된다.
역대급 금전 제재와 달리, 은행장 등 CEO에 대한 중징계는 이번 통보에서 제외됐다. 이는 과거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당시 금융당국이 CEO들에게 내린 중징계가 법원에서 잇달아 취소된 판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법원은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을 이유로 CEO를 제재하는 것에 대해 법적 근거가 미흡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DLF 사태와 달리 홍콩 ELS의 경우 상품 구조 자체의 하자보다는 판매 과정에서의 설명 의무 위반이 주된 쟁점이라는 점도 고려됐다. 개별 창구의 불완전판매 책임을 지주 회장이나 은행장에게까지 묻기에는 법리적 인과관계가 부족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금감원은 해당 은행들의 소명 절차를 거쳐 오는 12월 18일 제재심에 안건을 상정하고 본격적인 제재 절차에 돌입한다. 최종 제재 수위는 금융위원회 의결을 통해 확정된다.
향후 쟁점은 과징금 감경 폭이 될 전망이다. 은행들은 이미 수천억 원대의 자율배상 비용을 지출하며 영업이익에 타격을 입은 상태다. 지난 6월 말 기준 은행권의 자율배상 동의율은 96.1%에 달해 사실상 대부분의 배상 절차가 마무리됐다.
은행권은 이 같은 자율배상 노력을 근거로 과징금 감경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금소법 시행령과 감독규정에는 금융사가 소비자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한 경우 과징금을 감경할 수 있는 조항이 존재한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제재가 확정될 경우 은행권의 비이자이익 확대 전략이 당분간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국의 고강도 제재가 현실화됨에 따라 고위험 투자상품 판매에 대한 은행권의 보수적 태도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