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멸하지 않는 도시
경신원 지음/투래빗 펴냄
지역에서 나고 자라 일하면서 많지도, 적지도 않은 시간을 한 곳에서만 보낸 기자에게는 학창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 대학 동기들이 많았다. 그러나 해가 지날수록 저마다 대학 진학과 취업을 이유로 수도권과 타지로 흩어졌고, 지역에 남아있는 친구들은 공무원, 교사처럼 지역에 기반한 직업군을 제외하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회사 밖에서 만난 지역 내 다른 업종의 청년들을 만나 대화를 나눠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또래 직원이 많지 않은 조직 구조 속에서 신입이 정기적으로 채워지는 구조가 아니다 보니 4~5년째 막내로 머무르는 경우가 흔했고, 바로 위 선임과 경력 차이가 10년 이상 나는 환경도 낯설지 않았다.
수도권 집중 현상과 도시 불균형의 중심에 있는 '청년' 인구로서 지역에 더 많은 청년들이 함께했으면 하지만, 현실은 인구 유출과 지역 활력의 저하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는 일자리, 주거, 문화생활 등 삶의 질 전반의 요인이 작용해 최저 출산율, 지방 소멸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로 이어지게 된다.
도시재생 전문가 경신원은 이러한 흐름을 '축소의 시대'에 들어섰다고 진단한다. 고도성장을 당연하게 여겨온 한국 사회에서는 아직 낯선 표현일지도 모르겠지만, 축소는 더 이상 지방만의 문제는 아니다. 서울과 수도권을 포함한 대도시조차 인구 감소와 경제 구조의 흔들림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번 신간을 통해 이러한 축소 시대의 해답을 '유입'이 아닌 '매력'에서 찾고, 도시의 생존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본다. 그 매력은 통계나 수치, 물리적 인프라 같은 외형보다는 사람이 머물고 싶은 이유, 돌아오고 싶은 감정, 공동체 속의 경험에서 출발한다. 이를 통해 도시의 생존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총 4부로 구성된 책은 도시를 새롭게 바라보는 틀을 제시한다. 1부에서는 '축소 도시'의 개념을 정리하고, 인구가 줄면서 국내 도시들이 겪는 유휴 공간 방치 등의 문제를 분석한다. 2부에서는 매력적인 도시를 구성하는 요소로 ▷혼합용도 개발 ▷짧은 블록과 보행 친화적인 거리 ▷다양한 형태와 시기의 건물 ▷충분한 인구밀도 등을 이론적으로 탐색한다.
3부에서는 실제 도시재생에 성공한 해외 사례들을 살펴본다. 그 중 하나로 호주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 브리즈번은 과거 다른 도시로 이동하기 위해 거치는 환승 도시에 불과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에도 브리즈번에 국내외에서 인구가 유입되면서 '국제도시'가 될 수 있었던 데에는 '하워드 스미스 와프' 사업이 큰 역할을 했다. 기능을 상실해 장기간 방치된 낡은 선착장을 크래프트 맥주 브루어리(양조장)와 함께 활력 넘치는 도심 수변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대표적인 사례다. 2000년대 후반부터 이곳의 역사적 가치를 살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문화·휴식 공간을 조성하고자 한 노력으로, 현재는 지역에서 가장 인기있는 명소가 됐다.
이외에도 한 농부가 시작한 뮤직 페스티벌로 도시를 살린 영국의 글래스턴베리를 비롯해 산업 쇠퇴와 인구 감소 속에서도 문화자산과 시민 참여, 공동체의 힘으로 회생한 디트로이트, 런던 쇼디치, 웨일스의 헤이온와이 등이 소개된다.
마지막 4부에서는 이 도시들에 공통적으로 작용한 다섯 가지 전략을 정리한다. 도시의 숨은 매력을 다시 '발견'하고, 시민들이 직접 '경험'하게 만들며, '함께 만들어가는' 참여 기반을 구축하고, '창의성'이 흐르는 생태계를 조성하고, 끝으로 그 도시가 지닌 '한계'를 가능성으로 전환하는 새로운 디자인을 제안한다.
결국 도시는 행정이나 전문가의 설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우리가 왜 이곳에 머무르는지, 도시를 살아가는 자신의 사연을 돌아보는 일과 맞닿아있다. 독자들이 발을 딛고 살아가는 '내 도시'의 숨은 매력은 무엇일까 고민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304쪽, 1만8천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