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조두진] 일그러진 법원 자화상

입력 2025-11-27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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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법원행정처가 유튜브에 출연해 판사를 겨냥해 욕설을 섞어 비판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변호인 이하상·권우현 변호사를 법정 모욕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두 변호사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 재판 증인으로 김 전 장관이 출석하자 재판정에 들어가 동석하겠다고 요청했다. 그러자 이진관 부장판사는 퇴정(退廷)을 명했다.

이에 변호인들이 반발하자, 재판장은 "감치(監置)하겠다. 나가라"며 쫓아냈다. 이후 재판부는 이들 변호사에 대한 별도의 감치 재판을 열어 감치 15일을 선고했다. 이에 화가 난 변호사들이 유튜브에 출연해 욕설을 섞어 가며 판사를 비난했다. 그러자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변호사들이 재판장을 상대로 욕설 등 인신공격적 발언을 한 건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법관의 독립과 재판 절차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수 있는 위법·부당한 행위"라며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법원행정처가 이들 변호사들을 고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올해 5월 대법원이 이재명 대통령(당시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破棄還送)하자 "대선 개입"이라며 반발했다. 대법관 탄핵을 주장했고,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해 "사법 내란"이라는 표현도 썼다. 지귀연 부장판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취소 판결을 하자 "법복을 벗어야 한다. 기괴한 방식으로 윤석열을 풀어 주었다"고 비판했다. 지 부장판사가 윤 전 대통령의 재판을 고의로 지연시키고 있다는 주장을 구체적인 근거도 없이 늘어놓았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조 대법원장을 조롱하고, 욕설로 매도(罵倒)했다. 민주당에 불리한 판결을 한 판사들을 향해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 그런 민주당과 민주당 지지자들의 행태에 법원이 사법부 본연의 가치를 훼손한다며 법적 조치를 취한 적 있나? 한쪽에 대해서는 판사를 비판했다고 고발하면서, 다른 쪽은 온갖 조롱과 욕설로 판사를 비판하고, 심지어 판결에 대해 '내란'이라고 해도 처벌하지 않는다. 이러니 이재명 대통령은 권력에 서열이 있다고 하고, 민주당은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와 대법관 증원을 밀어붙이는 것 아니겠나. 대한민국 사법부가 스스로 그린 일그러진 초상(肖像)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