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스테이블코인 공포 조장 멈춰라"…민병덕, '진짜 리스크 보고서' 공개

입력 2025-11-26 16: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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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페깅·코인런은 관리 가능한 '미시적 공포'...진짜 위기는 '달러 종속'과 'AI 경쟁 패배'"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한국은행이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대해 지나치게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태도로 일관하다가 국가적 기회를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은이 제시한 리스크들은 충분히 통제 가능한 '기술적 문제'에 불과하며, 오히려 이를 핑계로 혁신을 지체할 경우 대한민국의 금융 주권이 '디지털 달러'에 잠식당할 것이라는 경고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26일 한국은행이 주장해 온 스테이블코인 7대 리스크를 조목조목 반박하고 대한민국 경제가 직면한 '진짜 7대 리스크'를 제시한 정책 보고서를 공개했다.

민병덕 의원은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행은 관리 가능한 미시적 위험을 과장해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며 "지금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코인런이 아니라, 원화 스테이블코인 부재로 인한 '디지털 경제 주도권 상실'"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한은은 그동안 스테이블코인이 ▷가격 불안정(디페깅) ▷디지털 뱅크런(코인런) 가속화 ▷소비자 보호 공백 ▷금산분리 훼손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도입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민 의원과 경제·법률 전문가들이 작성한 이번 보고서는 이러한 한은의 논리가 "본질을 호도하는 과장된 공포"라고 일축했다.

가장 큰 쟁점인 코인런 위험에 대해 보고서는 은행과 스테이블코인의 구조적 차이를 강조했다. 은행은 예금의 일부만 남기고 대출을 실행하는 '부분지급준비' 시스템이라 태생적으로 뱅크런에 취약하지만, 규제형 스테이블코인은 발행액의 100% 이상을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보유하므로 지급불능 위험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는 것이다.

민 의원은 "클릭 속도가 빠르다고 자금이 즉시 빠져나가는 것은 아니며, 상환 속도 조절 장치(게이트·슬로우 드레인) 등을 설계하면 충분히 통제 가능하다"며 "오히려 한은의 공포 조장이 은행 시스템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 보호 공백 우려에 대해서도 "지급준비율이 10% 미만인 은행보다, 100% 안전자산을 보유하고 도산격리 신탁을 의무화할 스테이블코인이 구조적으로 더 강력한 보호 장치를 갖추게 된다"고 반박했다.

금산분리 원칙 훼손 논란에 대해서도 "스테이블코인은 대출 기능이 없으므로 산업자본의 사금고화가 불가능하다"며, 빅테크 독점 우려는 공정거래법으로 다룰 사안이지 금융 혁신을 막을 명분이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스테이블코인 관련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스테이블코인 관련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민 의원은 한국은행이 간과하고 있는 치명적인 위험은 따로 있다고 강조했다. 바로 '거시적·구조적 경쟁력 상실'이다. 보고서는 이를 '진짜 7대 리스크'로 규정했다.

가장 우려되는 시나리오는 '원화런(KRW Run)'과 '디지털 달러 종속'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USDT, USDC 등)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경쟁력 있는 원화 모델을 내놓지 못할 경우, 외환위기 등 충격 발생 시 경제 주체들이 원화를 버리고 달러 코인으로 갈아탈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이미 관리 밖의 달러 코인이 자본 유출 경로로 기능하고 있는 현실에서, 제도권 내 원화 스테이블코인 육성만이 통화 주권을 지키는 길이라는 분석이다.

산업적 타격도 구체적으로 명시됐다. 인공지능(AI) 에이전트 시대에 결제 데이터가 해외 코인 발행사에 독점되면 국내 AI 산업은 데이터 부족으로 경쟁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다는 것.

또한 한류 콘텐츠 로열티와 외국인 관광객의 결제가 달러 코인으로만 이뤄질 경우, 환전 수수료 수익 증발은 물론 문화 소비 생태계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경고도 포함됐다.

보고서는 2025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조엘 모키르 등)의 '혁신 주도 성장' 이론을 인용하며, 위험을 이유로 혁신을 막는 '갈라파고스 규제'를 타파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은행에만 발행권을 쥐여주는 방식으로는 글로벌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승산이 없다고 진단했다.

민 의원은 "삼성전자,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세계적 플랫폼 기업의 기술력과 네트워크를 활용해야만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가능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은행 독점 모델은 혁신을 지연시키고 결국 소비자를 해외 서비스로 내몰 것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핵심은 '금지'가 아니라 정교한 설계다. 보고서는 유럽의 MiCA(암호자산시장법) 규제나 미국의 사례처럼 법적으로 1:1 상환권을 보장하고 투명한 공시 시스템을 갖춘다면, 한은이 우려하는 부작용은 모두 해소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민 의원은 "정책의 핵심 질문은 '스테이블코인이 위험한가'가 아니라, '우리가 이 체제를 구축하지 못했을 때 무엇을 잃게 되는가'여야 한다"며 "한은은 공포의 확성기가 되는 대신, 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 화폐 생태계의 설계자가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