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보다 정확성, 기술보다 윤리"
인력 축소와 수익성 악화 속에서 지역 언론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 역시 같은 고민을 안고 있었다. 미국 플로리다 현장에서 만난 주요 언론사들은 하나같이 "인공지능(AI) 시대에도 언론의 신뢰를 지키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17일~20일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스버그에 있는 포인터 재단에서 매일신문 등 한국 지역 언론사 6곳이 언론의 AI 사용 환경과 윤리적 고려 사항에 대해 논의했다. 포인터 재단은 미국에서 현역 기자와 언론사 리더들이 가장 신뢰하는 연구·교육 기관으로 꼽힌다. 언론인 재교육, 직업 윤리 및 저널리즘 품질 향상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 언론계에서도 AI는 단연 화두였다. 미국 언론사의 대응은 테크 기업을 상대로 저작권 소송을 하거나 파트너십을 맺는 등 크게 두 가지로 나뉘고 있다. 한국에서도 점점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포인터 재단에서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 프로젝트 '미디어 와이즈'를 이끌고 있는 알렉스 마하데반 국장은 '구글 AI 오버뷰'의 등장 이후 언론사 사이트로 유입되는 트래픽이 사라지고 있다며 '제로 클릭'의 시대가 열렸다고 진단했다. 마하데반 국장은 "이제는 사람이 기사를 읽는 것이 아니라 AI 봇이 뉴스를 읽는다"며 "언론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했다.
AI 작동 원리는 패턴 학습과 확률적 계산을 통해 결과값을 내놓는 구조다. 문제는 이런 구조로 인해 답변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마하데반 국장은 "AI는 넣는 용기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는 액체에 가깝다. AI를 활용할 때는 항상 출처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미국 언론사들은 AI 사용에 주저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플로리다주 디어필드비치의 종합 일간지 선센티널의 그레첸 데이브라이언트 편집국장은 "AI의 영향력을 평가하기에는 아직 내부 자원이 부족하다"며 "변화된 환경에 따른 리스크는 분명히 존재한다. AI를 사용하다 팩트가 틀리면 신뢰에 문제가 생긴다. 느리더라도 신뢰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포트로더데일 지역을 중심으로 방송되는 NBC 계열 지역 방송국 NBC 6는 방송용 프롬프트나 통역 등 기술적 요소에서는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다만 모든 글은 반드시 사람의 검수를 거쳐야 하고, 사람의 목소리를 AI로 만들지도 않는다는 최소한의 원칙을 정했다. AI 학습에 자신들의 지식재산권이 사용되는 것도 제한하고 있다. 던 클래퍼턴 NBC 6 뉴스 부국장은 "AI 도입으로 업무가 사라진 인원은 다른 분야로 재배치했고 새로운 곳으로 이직하는 기자들도 어느 정도 생기기는 했다"고 설명했다.
플로리다 최대 지역신문으로 꼽히는 탬파베이 타임스도 AI 사용에 관한 윤리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AI가 기자들을 대체해서는 안 되고 신뢰를 잃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 핵심 원칙으로 언급되고 있다. 사진 설명, 영상 스크립트, 기사 작성 등 콘텐츠 생산에는 AI를 절대 쓰지 않는 방향으로 기준을 정하는 중이다. 클리어 맥닐 부국장은 "SEO(검색엔진최적화)나 코딩 정도에만 쓸 수 있다 정도로 정리하고 있다. AI를 사용하더라도 사람이 걸러주는 작업이 중요하다. 정확성이 떨어지는 AI는 독자의 신뢰를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KPF 디플로마 '로컬 저널리즘' 해외교육과정을 통해 작성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