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윤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겸임교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지구 평화구상을 제안하였으며 지난 10월 10일 이스라엘·하마스 간 1단계 휴전협정이 체결되었다. 유엔 안보리에서 이 구상을 지지하는 결의안도 통과되었다. 이제 평화구상 2단계로 진입해야 하는데 하마스가 무장해제를 거부하고 있어 쉽지 않다. 트럼프 2기 정부는 출범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전쟁을 종식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트럼프는 중동에서 이스라엘과 아랍국가 간 관계개선을 통해 평화를 이루고자 한다.
트럼프 정부의 중동정책 핵심은 아브라함 협정, 가자평화구상, 이란 핵무장 방지이다. 트럼프는 1기에서 아브라함 협정을 추진하였으며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였다. 이스라엘과 적대적인 이란과의 핵협정도 파기했다.
아랍국가들은 수니파인 사우디아라비아, 시아파인 이란 세력으로 양분될 수 있으며 이란은 레바논의 헤즈볼라, 하마스, 예멘의 후티 반군 등 '저항의 축'을 지원해왔다. 지난해 12월 시리아는 바샤르 알 아사드 독재정권이 붕괴하였으며, 과도정부가 수립되어 친서방 노선을 견지하고 있다.
트럼프는 재집권하여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은 미국을 뒷배로 삼아 반이스라엘 세력인 하마스, 헤즈볼라, 후티 반군의 위협을 제거하고자 정보기관 모사드 등을 동원하여 이들의 군 수뇌부와 지도자를 암살하는 한편, 올해 6월 이란의 핵시설까지 기습 공격하였다. 그 뒤를 이어서 미국도 이란 핵시설을 공습하였다. 트럼프 정부는 이란의 핵 보유가 이스라엘과의 갈등을 촉발하는 불씨라고 판단하고 아예 그 싹을 자르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출범 후 첫 해외 순방지로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3개국을 선택하였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중국 간 등거리 외교를 추진해왔던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의 관계 증진을 통해서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챙기는 한편, 중동지역에서 중국의 일대일로 확산을 견제하고 평화를 구축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미국·러시아 협상은 물론 미국·시리아 관계 개선도 중재하는 역량을 보였다. 트럼프의 중동평화 종착지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아브라함 협정에 끌어들이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의 중동정책이 한반도에 미치는 파급영향을 알아보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기에서 북한 비핵화를 위해 두 차례 미북정상회담을 개최하였으나 실패했다. 트럼프는 "김정은 위원장이 이미 핵무기를 확보하여 비핵화가 어렵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러나 이란의 경우, "아직 핵무기 개발에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란 핵시설 공격으로 핵무장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만일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한다면, 중동지역에 미칠 파장은 클 수밖에 없다. 이란이 시아파 종주국으로 영향력 확대를 도모할 것이며, 이스라엘과의 갈등도 심각해질 것이다. 트럼프와 네타냐후는 이러한 점을 우려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이 트럼프의 또 다른 과제인 북한 비핵화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과연 김정은이 핵을 포기할 것인가? 북한은 독재자였던 리비아 카다피와 이라크 사담 후세인의 최후를 잘 알고 있다.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폭격한 것도 보았다. 김정은 정권을 유지할 생명줄이 핵무기라는 점을 절실히 느낄 것이다. 김정은이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 오히려 북한은 중국·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국제사회에서 핵보유국 위상을 구축하려고 들것이다. 현재 트럼프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를 추진할 적절한 수단이 없어 고민이다.
지난 18일 북한은 한국 정부의 핵추진잠수함 건조 추진을 트집 잡아 "핵 도미노 현상"을 초래하며 "자체 핵무장 길"로 가는 포석이고 "준핵보유국"으로 일어서는 발판이라고 반발하였다. 적반하장이다.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6차례 핵실험을 했으며 100개가 넘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핵무력 정책을 북한 헌법에 명기했고 김정은이 지난 3월 전략핵잠수함 건조 현장을 시찰하였다. 북한의 핵미사일은 한국을 겨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핵추진잠수함 건조는 국민 안전과 자주국방을 위해 꼭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한국과 북한 간 핵 비대칭 전력 문제가 남아있다. 북한의 핵 위협을 억제하고, 동북아지역 평화를 위해서는 주한미군의 전술핵 재배치가 추진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