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일자리 대체 현실화, 채용시장의 미래는? [노동시장 대전환]

입력 2025-11-24 16:23:21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챗GPT, 제미나이 등 인공지능(AI) 플랫폼 애플리케이션. 연합뉴스
챗GPT, 제미나이 등 인공지능(AI) 플랫폼 애플리케이션. 연합뉴스

인공지능(AI) 전환이 고용시장에 미칠 영향을 두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AI가 현재 인력을 대체하며 대규모 해고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도 있는 반면, AI 혁신을 통해 효율성·생산성을 높여 경제 활성화를 도모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긍정적 분석도 공존한다.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 제공

◆AI발 고용쇼크 현실화

AI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미국 빅테크를 중심으로 감원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은 대규모 해고를 시행했으며, 개발자 직군에서 40%에 달하는 감원이 이뤄졌다.

최근 미 경제 전문 매체 CNBC 방송은 뉴욕, 캘리포니아, 뉴저지, 워싱턴주에 제출된 보고서를 인용해 아마존 내 총 4천700개 이상의 일자리가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회사는 지난달 28일 1만4천명 규모의 해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CNBC는 "이번 대규모 인력조정은 클라우드 컴퓨팅, 광고, 소매, 식료품점 등 아마존의 광범위한 사업 부문에 영향을 미쳤다"며 "다른 직종보다 감원 규모가 가장 컸던 직종은 엔지니어"라고 분석했다. 아마존의 구조 조정은 창립 31년 만에 최대 규모로 3분기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이뤄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아마존은 성명을 통해 AI가 직접적 원인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업계에서는 AI 도입에 따른 자동화로 인력 대체가 이뤄진 영향으로 분석하고 있다. 채용 통계 사이트 레이오프에 따르면 올해 들어 미국 내 231개 IT기업에서 총 11만명이 넘는 인원이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도 AI발(發) 고용 충격을 피해가지 못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간한 'AI 확산과 청년 고용 위축, 연공 편향 기술 변화를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청년층(15~29세) 일자리는 총 21만1천개 줄었고 이 가운데 98.6%에 달하는 20만8천개가 AI와 밀접한 연관을 지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은행은 "청년층이 주로 수행하는 정형화되고 교과서적인 지식 업무는 AI가 상대적으로 쉽게 대체한다. 반면 경력에 기반한 암묵적인 지식, 사회적 기술이 요구되는 과업은 AI가 대체하기보단 보완하는 쪽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AI가 기초적인 수준의 업무를 대체하는 속도가 빠르다는 평가다.

아울러 챗GPT 3.5 모델이 공개된 2022년 11월 이후 국민연금 가입자 수를 바탕으로 연령대별 고용 흐름을 분석한 결과, 정보 서비스업(23.8%), 출판업(20.4%), 컴퓨터 프로그래밍·시스템 통합 및 관리업(11.2%), 전문 서비스업(8.8%) 순으로 청년 고용의 감소율이 높았다.

향후 학력 수준이 높은 근로자의 업무도 대체 가능성이 높다. AI 활용으로 인한 업무 시간 감소율은 석사(7.6%)가 가장 높고 이어 4년제 대졸(5.0%), 박사(3.7%), 2~3년제·전문대졸(3.4%), 고졸(0.8%)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경제학회 제공
한국경제학회 제공

◆돌파구도 결국 AI

노동 시장에 미치는 충격에도 AI 전환을 피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AI 도입으로 생산성을 증대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

한국경제학회가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AI 정책' 설문 결과를 보면 63.6%는 AI가 향후 10년간 한국 경제 성장에 미칠 전반적 영향에 관해 '일정 부분 기여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성장률을 크게 높일 것'이라는 응답과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응답이 18.2%씩을 차지했으며, AI가 경제 성장에 부정적일 것이라고 예상한 응답자는 한 명도 없었다.

다만 경제학자들은 AI 확산이 한국 노동시장에 미칠 주요 영향으로 '전반적인 직업 전환 압력 증가'(44.4%)를 가장 많이 꼽았다. 기존 직종은 유지하더라도 대규모 재교육·직무조정이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대규모 감원을 시행한 AI 선두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는 향후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조정' 단계에 진입했다"며 "기존 업무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방식을 배우는 과정이 필요하다. 여기에 직원이 늘어나면 영향력이 극대화될 수 있다"고 했다.

김현덕 경북대 첨단정보통신융합산업기술원장은 "단기적으로 보면 고용이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장기적 관점은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다"면서 "가령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 창구 업무가 대체되면서 인력 규모가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으나, 핀테크 기업이 등장했고 가상화폐 등 예상치 못했던 전혀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 AI로 인해 기존 업종의 채용이 축소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새로운 직업이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