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메리미' 시청률 9% 종영·'키스는 괜히 해서!' 넷플릭스 글로벌 3위
해피엔딩·클리셰 가득한 연출…장르물·현실적 서사로 쌓인 피로감 해소
'얄미운 사랑' 이정재 "발랄하고 재미있는 작품 하고 싶었다"
돌고 돌아 다시 '로맨틱 코미디'(로코) 붐이 불고 있다.
23일 방송가에 따르면 최근 지상파·종편 방송사 및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에서 전형적인 로코 드라마들이 다시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우식·정소민 주연의 SBS 금토드라마 '우주메리미'는 지난 15일 마지막회(12회)에서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9.1%의 시청률로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인기리에 종영했다.
이는 tvN '태풍상사'(8.5%), JTBC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3.4%) 등 동시간대 방송된 다른 드라마들과 비교해 가장 높은 성적이다.
'우주메리미'는 50억원대 타운하우스에 당첨된 유메리(정소민 분)가 전 약혼자와 동명이인인 김우주(최우식)와 90일간 위장결혼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다.
'로코 장인'이라 불리는 최우식과 정소민을 주연으로 섭외해 기대감을 높인 이 작품은 청춘남녀의 로맨스를 가볍게 그리면서도 위장결혼이란 소재로 긴장감을 더했다.
여러 난관을 거치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두 사람이 위장이 아닌 진짜 결혼을 하는 결말은 '꽉 닫힌 해피엔딩'으로 마지막까지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들었다.
지난 12일 첫 방송한 장기용·안은진 주연의 SBS 수목드라마 '키스는 괜히 해서!'도 클리셰(Cliché·뻔한 표현이나 장면) 가득한 로코로 시청자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생계를 위해 워킹맘으로 위장 취업한 싱글 여성 고다림(안은진)과 우연한 첫 키스 이후 그에게 빠져버린 상사 공지혁(장기용)의 로맨스를 그렸다. 제목 그대로 첫 화부터 두 주인공이 키스하는 빠른 전개로 눈길을 끌었다.
이 작품은 4화 만에 전국 기준 6.3%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평범한 여자에게 반하는 금수저 남자 주인공, 신데렐라처럼 갑자기 사라졌던 여자가 우연히 남자의 눈앞에 다시 나타나는 서사 등 2000년대 초반 로코 드라마의 향수를 자극하는 연출이 입소문을 탔다.
글로벌 반응도 심상찮다. 넷플릭스 공개 첫 주 만에 비영어 쇼 부문 글로벌 3위를 차지하며 해외 시청자들의 호응도 얻었다.
이는 최근 '당신이 죽였다', '친애하는 X' 등 무거운 소재의 장르물이나 '김 부장 이야기' 같은 현실적 문제를 다룬 작품들 사이에서 가벼운 로코에 대한 시청자들 수요가 다시 살아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시청자들은 "살인·가정폭력 이야기나, 하이퍼 리얼리즘(극사실주의) 드라마를 보면서 답답해진 마음을 로코로 해소하고 있다"라거나, "현생(실제 삶)도 고구마인데 드라마도 고구마는 싫다", "깔깔 웃으며 한 편 보고 나면 도파민은 채워지고 스트레스는 풀린다"는 등의 후기를 남기고 있다.
로코 드라마는 연기를 하는 배우 입장에서도 숨 돌릴 틈을 주는 단비 같은 존재가 되고 있다.
배우 이정재는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 이후 차기작으로 연예부 기자와 슈퍼스타의 사랑을 그린 로코 드라마 tvN '얄미운 사랑'을 선택하면서 "전작들은 무게가 있었기에 좀 가볍고 발랄하고 재미있는 작품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상대역인 임지연 역시 "전작에서 어둡거나 고난을 많은 겪는 인물을 맡다 보니 제 나이대에 맞는 가볍고 유쾌한 작품을 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이른바 '연기 차력쇼'를 필요로 하는 복잡한 감정선이나 자극적인 소재로 인해 피로감이 쌓인 배우와 시청자 모두에게 설레는 로코 드라마가 전략적 선택이 되는 셈이다.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최근 OTT를 중심으로 자극적인 장르물들이 한동안 쏟아졌는데, 아무리 작품이 좋아도 계속해서 자극적인 이야기만 보면 시청자 입장에선 피곤해지기 마련"이라며 "메인 음식을 먹은 뒤 디저트를 찾듯 무거운 이야기를 본 뒤에 가볍고 달달한 로맨스 작품을 찾는 수요가 늘어나는 경향"이라고 설명했다.
공 평론가는 "드라마 역사를 보면 로맨스부터 장르물, 판타지 등 여러 장르가 번갈아 가며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패턴이 있다"며 "로코는 서사의 당위성만 잘 풀어낸다면 성공하기 쉬운 장르여서 제작에도 큰 부담이 없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