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 칼럼] 중국 따라 하는 휴대전화 사찰

입력 2025-11-23 14:04:06 수정 2025-11-23 15: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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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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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불법 콘텐츠나 테러·극단주의에 연루된 의심이 들거나 간첩 혐의나 국가 기밀 유출 및 외국 세력과의 공모 등이 의심되면 누구나 체포·구금할 수 있으며 휴대전화와 노트북·패드·USB 등에 대한 압수 및 강제 수색이 가능하다. 모든 기관과 조직, 개인은 국가안전기관의 반간첩 혐의 수사 등에 협조하고 사실을 제공하며 관련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

중화인민공화국 '반간첩법'(反間諜法) 제10조와 제16·17·18조 규정이다. 중국 국가안전기관은 '기술적 수단'을 사용할 수 있으며 여기에는 휴대전화 포렌식과 디지털 복제, 온라인 계정 조회, 데이터 백업까지 총망라된다.

2023년 개정, 2024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중국의 '반간첩법'은 중국에 입국하는 외국인에게도 예외없이 적용된다. 통신 내역과 휴대전화 압수수색 등에 대한 엄격한 '영장주의'는 없다. 반간첩법·국가안전법·국가비밀보호법이 작동하는 중국에선 개인의 인권과 양심의 자유 따위는 없다.

중국의 개정된 '국가안전법'은 국가 안전 위협에 대한 포괄적인 조사·검사 권한을 강화시켰고, '국가비밀보호법'은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 전자기기에 대한 압수수색과 검사 및 복제할 수 있는 권한을 무제한적으로 넓혔다.

휴대전화는 개인의 일상을 기록하고 일상을 함께하는 필수 불가결한 삶의 반려자 위상으로 등극했다. 누구도 휴대전화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다. 그런 휴대전화를 수사기관이 압수수색,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사생활을 사찰(査察)한다면 끔찍하다. 한 사람의 인생이 국가에 의해 털리는 것이다.

오죽하면 이재명 대통령도 과거 성남시장 시절인 2016년 "사고를 치면 절대로 휴대전화를 빼앗겨선 안 된다. 휴대폰 안에는 인생 기록이 다 들어 있다"며 수사를 받더라도 수사기관에 휴대폰을 임의 제출하거나 압수당하지 말고 빼앗기더라도 비밀번호를 자발적으로 제공하지 말라고 했을까.

경기도지사 시절, 친형 강제 입원 혐의로 경찰 수사 당시 휴대전화(아이폰) 2대를 압수당한 이 대통령은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았고, 수사 당국은 그의 휴대전화 내용을 들여다보지 못한 채 수사를 마무리했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도 문재인 정부 때 채널A와의 검언 유착 사건 수사를 받으며 휴대전화를 압수당했으나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았다.

느닷없는 이 대통령의 내란 가담 행위에 대한 전 공무원 조사 지시에 따라 정부 각 부처에 설치된 '헌법존중 정부혁신TF'의 휴대전화 임의 제출 조사 방침이 논란이다. '내란 동조자'로 동료들에게 낙인찍힌 공무원이 부역 혐의를 벗기 위해서는 휴대폰을 임의 제출, 스스로 결백을 밝히라는 것이다. 이는 전 인민의 휴대전화를 언제든지 압수수색해서 볼 수 있는 중국의 국가 폭력과 다를 바 없다. 우리가 갑자기 중국 법이 적용되는 '아류'(亞流) 독재국가가 된 것인가?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19조)는 규정을 통해 양심과 표현의 자유를 동시에 보장하고 있다. 국가는 절대로 개인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양심 표현을 보장하는 기본권이 언론·출판·집회의 자유다. 헌법은 이어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하고'(17조),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제18조)며 사생활과 통신 비밀 침해 금지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내란 행위 가담자 색출을 명분으로 한 TF의 휴대전화 엿보기는 위헌적인 '국가 사찰'이다. 중국·북한에서나 가능한 이런 국가 폭력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버젓이 자행되는 것은 헌법과 민주주의가 동시에 무너졌다는 방증이다.

'헌법 존중'을 참칭하면서 헌법을 파괴하고 있는 'TF'는 즉각 해체돼야 한다. 휴대전화를 자발적으로 제출하지 않으면 내란 동조자로 낙인찍어 불이익을 주겠다는 겁박으로 개인의 사상과 통신 기록 등 사생활을 들여다보겠다는 발상이 어떻게 가능한가? '대장동 항소 포기'로 검찰권을 무력화시키고 범죄자의 수익을 보장하면서 이반된 민심이 이런 겁박으로 돌아올 것 같은가? 위헌 논란이 제기되자 아예 휴대전화 강제 사찰 법안까지 제정할지도 모른다.

백주에 헌법을 파괴하면서 '헌법 존중'이라 호도하는 이 정부의 파렴치한 무도함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