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 젠슨 황 "클라우드 GPU 매진"
주가 시간외서 5% 급등 … 뉴욕증시 선물도 강세
코스피도 단숨에 4000대 회복 … 반도체·전력기기 동반 강세
금리 불확실성에 안심하긴 일러 … 12월 美 금리 인하 가능성↓
AI(인공지능) 거품론 확산으로 최근 글로벌 증시가 휘청인 가운데 AI 대장주 엔비디아가 호실적을 발표하면서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20일 엔비디아는 정규장 마감 직후 회계연도 3분기(올 8~10월) 실적을 발표했다. 실적은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였다.
엔비디아는 올해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2% 늘어난 570억1000만달러(약 83조4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조사업체 LSEG가 집계한 시장전망치 549억2000만달러를 웃돈다. 주당 순이익(EPS)은 1.3달러로 시장전망치 1.25달러를 상회했다.
호실적을 견인한 건 전년 대비 66% 급증한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이다.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512억달러로 전체 매출의 90%에 달했다. 게임 부문은 43억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0% 늘었다. 전문가용 시각화 부문과 자동차·로봇공학 부문 매출은 각각 7억6000만달러와 5억9000만달러였다.
엔비디아는 4분기 매출 650억달러, 주당 순이익 1.43달러를 전망했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클라우드 부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는 모두 매진됐다"며 "우리는 인공지능(AI) 선순환에 들어섰다. AI 생태계는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더 많은 스타트업, 더 많은 산업, 더 많은 국가가 AI에 진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간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AI 버블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며 그간 랠리를 주도해왔던 매그니피센트 7을 비롯한 기술주들이 조정을 받아왔다. 뉴욕 증시는 나흘 연속 하락했고 코스피도 이틀 연속 떨어지며 4000대를 내줬다.
때문에 엔비디아의 어닝 서프라이즈는 AI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신호로 기술주 전반에 긍정적인 신호가 되고 있다.
실제 간밤 뉴욕증시는 강세로 돌아섰다. 다우존스(0.10%), S&P500(0.38%), 나스닥(0.59%) 등 3대 지수는 일제히 올랐다. 장 중 보합권에서 움직였으나 장 막판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기술주 매수세가 강화되면서 상승 폭을 키웠다.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 이후 미국 지수 선물은 나스닥이 1.53% 급등하는 등 일제히 랠리하고 있다. 정규장에서 2.85% 오른 엔비디아는 실적 발표 이후인 애프터장마켓에서 5% 상승했다.
국내 증시도 엔비디아발(發) 훈풍에 상승 중이다. 코스피 지수는 개장과 동시에 4000대를 되찾았다. 이후 오전 9시40분 현재 코스피는 전일 대비 2.65% 상승한 4033.65에 거래되고 있다.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급등세다. 삼성전자는 4.25% 상승하며 10만전자(10만600원)를 회복했다. SK하이닉스도 4.04% 상승한 58만5000원에 거래 중이다.
전력기기주도 동반 강세다. 같은 시각 LS일렉트릭은 전 거래일보다 6.53% 상승 중이다. 장 중 한때 13%대까지 상승폭을 확대하기도 했다. 또 HD현대일렉트릭(4.47%)과 효성중공업(2.73%)도 동반 상승 중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는 세간의 우려와 기대를 모두 뛰어넘는 실적을 보였다"며 "엔비디아 '깜짝 실적' 효과로 반도체를 포함한 국내 대형주들의 투자심리가 호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AI 거품론 여전 … 금리 불확실성도 시장 불안 키워
긍정적인 실적을 공개했지만 과잉 투자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AI 거품론의 핵심이 AI 과잉투자라는 측면에서 반도체 수요와는 별개로 논란이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AI가 아직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정당화할 만큼 충분한 매출이나 이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경고 목소리는 여전하다.
지난 18일(현지시각)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발표한 글로벌 펀드매니저 대상 설문조사에서 한 달 전 조사(33%)보다 크게 높아진 응답자의 45%가 AI 거품을 글로벌 경제의 최대 테일 리스크(tail risk)로 지목했다. 테일 리스크는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현실화될 경우 시장에 큰 충격을 주는 위험 요인을 뜻한다.
구글(알파벳)의 최고경영자(CEO)인 순다르 피차이는 최근 BBC와 인터뷰에서 "투자에는 합리적인 요소도 있지만 일부 비이성적 요소가 공존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연내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작아진 점도 시장의 불안을 키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 중 다수가 지난달 열린 통화정책 회의에서 오는 12월 기준금리 동결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19일(현지시각) 확인됐다.
이날 공개된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의사록은 "많은(many) 참석자들은 각자의 경제전망에 비춰볼 때 올해 남은 기간 기준금리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라고 전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뉴욕 오후 3시 56분께 연준이 오는 12월 금리를 25bp 인하할 가능성을 33.6%로 가격에 반영했다. 전장 50.1% 대비 16.5%포인트 내렸다.
한지영 연구원은 "엔비디아가 실적은 잘 넘기긴 했지만 증시가 전고점을 11월 지나가기 전에 빠르게 탈환하는 일은 녹록지 않을 듯하다"며 "연준 정책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