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체감경기 지수 79.1 "경기실적 악화"
수익 감소에도 자영업자는 증가, 영세성 심화
나 홀로 사장 500만명 시대, 일자리 질은 악화
경기 부진과 고물가, 고금리 상황이 길어지면서 소상공인들은 경영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양상이다. 경영환경이 나빠진 기업들이 고용을 축소하면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늘었고, 이들이 자영업자로 전향하면서 자영업 환경마저 악화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인건비 부담을 피해 사업 형태를 전환하는 사례가 늘면서 주당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초단시간 근로자'도 증가했다.
◆자영업 경기 부진 "불황 장기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발표한 '10월 소상공인·시장 경기동향(BSI)'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소상공인의 체감경기 지수는 79.1로 나타났다. 경기동향 지수는 사업 실적과 계획 등에 대한 주관적 의견을 수치화한 지표로, 지수가 100을 초과하면 '실적 호전'을, 100 미만이면 '실적 악화'를 의미한다.
지난달 체감경기 지수는 9월(76.6)보다 2.5포인트(p) 개선됐으나 100을 넘지는 못했다. 대구와 경북 지수는 각각 76.0, 78.7로 모두 전국 평균보다 낮았다. 이번 달 전국 소상공인의 경기전망 지수는 90.7로 이 또한 지난달보다 3.9p 올랐지만 100을 밑돌았다. 최근의 지수 반등세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효과와 연중 최대 대목으로 꼽히는 연말이 다가오면서 소비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이 조사에서 상인들은 체감경기가 호전된 사유로 '계절적 요인'(70.6%), '매출 증대'(53.4%), '정부 지원'(28.5%) 등을 꼽았고, 반대로 체감경기가 나빠졌다고 답한 상인들은 그 사유로 '경기 악화'(70.1%), '매출 감소'(51.8%), '계절적 요인'(26.9%) 등을 들었다. 여전히 소비 부진으로 인한 매출 타격을 호소하는 상인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는 '대구지역 자영업자 부채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대구는 자영업이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다. 영세 자영업 비율이 높고 영세성은 심화하고 있다"며 "자영업 수익 감소에도 자영업자 수는 계속 늘어 경쟁이 격화했다"고 진단했다.
◆경영환경 악화→자영업자 양산
한은은 이 보고서에서 자영업자가 계속해 늘어난 이유로 "지역 상용직 일자리가 감소하면서 제조업 등에 종사하던 근로자들이 자영업으로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기업 경영환경 악화가 고용 축소와 영세 자영업자 양산으로 이어진다는 해석을 낳는 대목이다.
소상공인들은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족 경영 체제로 전환하거나 무인기 사용을 확대하는 추세다. 대표적 '불황형·저가형 창업 모델'로 꼽히는 무인점포도 빠르게 늘어났다. 아이스크림·과자류 판매점에서 과일·계란·축산물 등으로 무인점포 종류도 다양해진 상황이다.
직원을 두지 않고 혼자 일하는 '나 홀로 사장'도 급증했다. 국가데이터처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전국 개인사업체 수는 502만3천개로 전년 대비 12만7천개(2.6%) 불어나며 500만개를 돌파했다. 대구경북 개인사업체 또한 지난 2021년 50만2천개에서 2022년 50만4천개, 2023년 50만9천개로 증가한 추세다.
이처럼 고용을 축소하는 사업장이 늘면서 일자리 질은 악화 흐름을 보였다. 지난달 대구경북 지역의 주 15시간 미만 취업자 수는 18만3천명으로, 지난해 10월(16만3천명)보다 2만명 늘어났다. 같은 기간 주당 평균 취업시간은 38.4시간으로 1년 전(39시간)보다 0.6시간 짧아졌다.
'테이블 오더'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 회사 관계자는 "인건비 문제나 구인난 등으로 직원 고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업주들이 주로 테이블 오더를 찾는다. 인건비 부담과 경기 영향도 크지만 요즘에는 직원 관리를 힘들어하는 사업주도 늘어난 분위기"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