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소외' 노년층, 은행 뺑뺑이 끝난다…오픈뱅킹·마이데이터, 영업점 도입

입력 2025-11-19 11:4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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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개 은행서 타행 계좌 조회·이체 가능...'점포 소멸' 지역 숨통
고령층 자산관리 격전지 될 듯...과당경쟁 방지는 숙제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9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광교영업부를 찾아 오프라인 서비스 시연을 점검했다. 금융위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9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광교영업부를 찾아 오프라인 서비스 시연을 점검했다. 금융위

스마트폰 뱅킹 앱 사용이 서툰 70대 A씨는 그동안 예금 이자 확인이나 송금을 위해 하루에도 두세 군데 은행을 직접 돌아다녀야 했다. 집 근처 주거래 은행 지점이 폐쇄된 50대 B씨는 간단한 이체 업무를 위해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가는 불편을 겪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신분증 하나만 들고 가까운 은행 아무 곳이나 방문하면, 흩어진 내 돈을 한눈에 보고 관리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19일부터 그동안 웹·모바일 등 온라인에서만 제공되던 '오픈뱅킹'과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은행 영업점 등 오프라인 채널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디지털 전환이라는 미명 아래 가속화되던 점포 폐쇄로 인해 금융 사각지대에 놓였던 고령층과 지방 거주자들의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이번 오프라인 채널 확대의 핵심은 '접근성'이다. 지금까지 오픈뱅킹은 핀테크의 전유물처럼 여겨졌으나, 이제 은행 창구 직원의 도움을 받아 타행 계좌의 잔액 조회는 물론 자금 이체까지 가능해졌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신분증을 지참하고 서비스가 도입된 은행 영업점을 방문해 신청하면 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IBK기업·iM 등 주요 시중은행과 부산·광주 등 지방은행을 포함한 총 11개 은행에서 오픈뱅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수협·산업·제주은행은 2026년 상반기에 합류할 예정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자금 채우기(이체)' 기능이다. 고객은 방문한 은행 창구에서 다른 은행에 있는 자금을 끌어와 예·적금에 가입하거나 송금할 수 있다.

다만, 타행 자금을 가져오는 것은 가능하지만, 방문한 은행 계좌에서 타행으로 보내는 것은 해당 은행 정책에 따라 수수료가 발생하거나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이번 조치는 은행권의 급격한 지점 축소와 맞물려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국내 은행 영업점 수는 2019년 6천709개에서 2024년 5천625개로 5년 새 1천개 이상 사라졌다. 수익성을 이유로 은행들이 점포를 줄이면서, 스마트폰 사용이 어려운 고령층은 말 그대로 '금융 난민'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었다.

오프라인 마이데이터 서비스 도입은 단순 편의성을 넘어 '자산관리의 대중화'를 예고한다. 일부 은행 영업점에서는 고객의 동의하에 흩어진 금융 자산을 분석하고, 맞춤형 금융상품을 비교·추천하는 대면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는 은행 입장에서도 기회다. 막대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나 디지털 채널로 흡수되지 않았던 '오프라인 부유층' 고객을 타행에서 뺏어올 수 있는 창구가 열린 셈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은행 간 고객 뺏기 경쟁이 과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창구 직원이 고령 고객에게 타행 예금을 해지하고 자사 상품으로 갈아타도록 유도하는 식의 영업이 횡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금융소비자보호법과 신용정보법상 영업 행위 규칙을 준수해야 하며, 마이데이터 사업자의 이익을 위해 고객에게 부적합한 계약을 권유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또한, 은행 창구별 서비스 편차를 줄이기 위해 연 1회 이상 교육을 이수한 직원만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기술 발전의 혜택을 모든 구성원이 나누고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며 "이번 서비스가 포용적 금융 인프라로 자리 잡도록 살피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