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꿈꾸는 시] 김종태 '유언遺言'

입력 2025-12-29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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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태 시인
김종태 시인 '유언遺言' 관련 이미지.

〈유언遺言〉

단골로부터 사 놓은 육쪽마늘 묶음을

몇 달째 베란다에 걸어두신 노모

올해 김장도 당신 손으로 직접 해줘야 한다며

그 마늘, 혹시 상하지나 않았을까

굽은 허리로 틈날 때마다 살피신다

무좀으로 두꺼워진 발톱이 살을 파고들어

발톱 깎기에 집중하고 있는 아들에게

느닷없이

'올여름, 내 죽거들랑

저 마늘 가져가 김장할 때 쓰라' 하신다

빛과 어둠이 겹겹이 다녀간

백 년 세월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우면

등은 저토록 굽어야 하고

마음은 또 어린애처럼 약해졌을까

껍질 속 마늘처럼 알싸해진 나는

매운 눈물로 울어야 하는

대책 없는 아이가 되어 엄마 집을 나선다

김종태 시인.
김종태 시인.

<시작 노트>

칠성시장 단골로 다니시던 어머니의 발길은 아직도 선명한데 요즘은 북두칠성 어디쯤에서 장을 보고 계시겠지요? 달빛 좋은 어느 날 밤, 제게도 꼭 한 번 다녀가시기를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