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꾸꿈아트센터 대표
입시철이다. 주말뿐 아니라 평일에도 서울행 KTX 열차표 구하기가 쉽지 않다. 며칠 전에는 오랜만에 새마을호 기차를 탔는데, 거의 네 시간여를 서서 내려왔다. 청춘의 한때를 되살릴 만한 아련한 낭만은 없었고, 그저 사람들로 꽉 찬 열차 안에서 대학 입시의 무거운 공기를 느꼈을 뿐이다.
입시의 북새통은 호텔 또한 예외가 아니다. 대학가 숙소는 대부분 만실이고 가격은 평소보다 뚜렷하게 올랐다. 어떤 대학은 하루에 4만 명이나 논술시험을 치른다니, 이쯤 되면 차라리 본고사를 부활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현행 제도가 공정하고 합리적이라 말하지만, 실제 현장을 보면 조금은 소모적이고 비효율적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다. 결국 그 긴장은 학생과 학부모를 넘어 사회 전체가 함께 떠안는 부담으로 돌아온다.
대학 입시는 한 사람의 인생에서 지나치게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변수는 많고 구조는 복잡하다. 작은 실수 하나가 결과를 뒤흔들곤 한다. 일부 전문가는 "실력 있으면 다 합격한다"고 말하지만, 정당하게 노력한 학생에게 실수를 만회할 공평한 기회를 주는 것이야말로 사회 제도의 역할 아닐까. 단 한 번의 시험으로 미래의 문이 닫힌다면, 그 제도가 진정한 공정을 담보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공정과 공평은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가치이기 때문이다. 공정은 모두에게 같은 규칙을 적용하는 것이고, 공평은 서로 다른 출발선과 조건을 고려해 필요한 보정을 하는 것이라 한다. 예컨대 호텔 스위트룸이든 싱글룸이든 조식은 같은 장소에서 공정하게 제공된다. 그러나 같은 음식을 먹는다고 같은 조건이 되긴 어렵다. 방의 크기, 가격, 숙박 경험에서 이미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작은 차이가 전체 경험을 바꾸듯, 입시에서도 조건의 차이가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학생부종합, 내신, 수능, 논술, 면접 등 다양한 전형이 뒤섞인 구조 속에서 모든 학생이 같은 조건에서 출발한다고 말하기는 사실 어렵다. 한 번의 실수에 너무 많은 것이 걸려 있고, 그 부담은 학생뿐 아니라 부모에게도 그대로 전가된다.
입시제도를 단번에 바꾸기는 어렵지만, 학생들이 실력과 잠재력을 안정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구조는 만들어 내야 한다. 지금의 혼잡함은 단순한 일정 문제가 아니라, 현행 시스템이 더 이상 현실을 담아내지 못한다는 신호일지 모른다. 공정한 경쟁은 누구나 가진 능력을 온전히 펼칠 수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지금처럼 현 제도를 고민 없이 반복할 뿐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매년 이 소모적 풍경은 계속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