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구미에 수조 원 투자할 듯…2028년 완공 목표
기존 공장 철거·설계 동시 진행 중, 내년 착공 전망
기존 SDS 센터·수소 AIDC와 연계해 '데이터 허브' 도약
삼성이 450조 원 국내 투자 계획의 일환으로 삼성전자 구미1사업장에 2028년까지 대규모 AI(인공지능) 특화 데이터센터를 건립한다. 이곳은 1995년, 15만 대의 불량 '애니콜' 휴대전화를 임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불태운 전설적인 '화형식'이 거행됐던 삼성전자 품질 경영의 상징적인 장소다.
삼성SDS가 주관하는 이 프로젝트에는 수조 원의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며, 최첨단 GPU 수만 장이 탑재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하드웨어 생산'과 '애니콜 신화'의 심장이었던 삼성전자 구미1사업장이, 이제는 삼성전자와 관계사의 AI 서비스를 총괄하는 'AI 심장'으로 완벽한 탈바꿈을 예고하고 있다.
◆ "외부 의존 끝"…삼성 AI '자체 해결' 거점, 구미 낙점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현재 구미 1공장 부지의 기존 공장 철거 공사와 동시에 AI 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한 설계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속도감 있는 사업 추진을 통해 이르면 내년(2026년) 중 착공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AI 데이터센터 건립 계획의 핵심은 '삼성 AI 서비스의 내부화'다. 갤럭시 AI의 고도화부터 반도체 설계(EDA), 스마트 가전, 경영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그룹 전반에 걸쳐 폭증하는 AI 연산을 외부 클라우드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자체 인프라로 해결하겠다는 강력한 전략이다.
이는 막대한 AI 연산이 필요한 R&D 과정에서의 핵심 기술 및 데이터를 보호하는 '보안' 측면과, 장기적으로 막대한 클라우드 사용료를 절감하는 '비용 효율화' 측면을 모두 고려한 포석이다.
삼성이 이 핵심 인프라의 입지로 다시금 구미를 택한 것은, 인근 삼성전자 구미1·2사업장(모바일, 네트워크)과의 기술적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구미의 전략적 가치가 재확인됐다는 평가다.
◆ '전력·용수·안전'…AI 거점, 왜 구미인가
구미가 AI 거점으로 낙점된 데는 이러한 전략적 시너지 외에도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수적인 핵심 인프라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AI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릴 만큼 막대한 전력을 24시간 소비한다. 구미 국가산업단지는 이미 검증된 고용량의 안정적인 산업 전력망을 갖추고 있어 초기 인프라 구축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또한, 수만 장의 GPU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열을 식히기 위한 냉각 시스템에 필수적인 풍부한 산업 용수 역시 낙동강을 통해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는 점이 결정적인 강점으로 작용했다. 지진 등 자연재해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내륙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도 무중단 운영이 생명인 데이터센터 입지에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구미는 이미 데이터센터 운영 노하우와 미래 인프라 계획을 모두 갖춘 도시로 진화하고 있다.
기존에도 삼성전자 1사업장 내에는 삼성SDS 데이터센터가 이미 안정적으로 운영 중이어서, 이번 AI 특화 데이터센터와의 연계 운영 및 노하우 공유가 용이하다.
여기에 더해, 구미 5산단(하이테크밸리)에서는 2조 원 규모의 '수소연료전지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별도로 추진되고 있다. 이는 AI 데이터센터의 최대 난제인 '막대한 전력 소모'를 신재생에너지인 수소연료전지로 해결하려는 차세대 모델이다.
이번 삼성의 'AI 특화 데이터센터' 건립 계획은 이 두 프로젝트와 맞물려, 구미가 명실상부한 'AI 메카'이자 '친환경 디지털 인프라 허브'로 도약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전망이다.
◆ 지역 경제, '질적 전환' 기대감
AI 데이터센터 건립은 구미 지역 경제에 단순한 활력을 넘어 '질적 전환'을 가져올 전망이다. 조 단위의 투자와 최첨단 GPU 수만 장 탑재는 단순한 시설 건립을 넘어, AI 모델 운영, 서버 아키텍처, 네트워크 보안 등 고도의 기술을 갖춘 IT 전문 인력의 대규모 유입을 필연적으로 동반한다.
이는 구미시가 '오래된 공단' 이미지를 벗고 'AI 인프라 허브 도시'로 변모하는 상징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 나아가 삼성이라는 확실한 수요처와 인프라를 중심으로 AI 스타트업, 소프트웨어 개발사 등 연관 산업 생태계가 자생적으로 조성될 가능성도 크다.
특히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효율적으로 제어하고 관리해야 하므로, 관련 '전력 반도체' 및 고효율 전력 설비 산업의 특수가 예상된다. 구미산단 내 다수의 관련 부품사들 역시 단순 부품 공급사를 넘어, AI 시대가 요구하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하고 납품하는 '체질 개선'의 기회를 맞을 수 있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애니콜 신화의 발원지에 삼성의 AI 심장이 다시 뛰게 된 것을 환영한다"며, "삼성의 AI 데이터센터 건립 계획이 성공적으로 완수될 수 있도록 구미시의 모든 행정적,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투자가 구미를 첨단 디지털 인프라의 허브로 만들고, 지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위대한 첫걸음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