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성장→시장 팽창→가격 전쟁… 산업 전반 수익성 급락
중국 자동차 산업이 세계 최대 시장이라는 외형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그 이면에서는 '내권(內卷·involution)'이라 불리는 과잉 경쟁의 역설에 빠져 있다. 정부의 신에너지차(NEV) 육성 정책을 기반으로 17년 연속 세계 1위를 유지해왔으나, 공급 과잉과 출혈 경쟁이 산업의 질적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 보고서 '중국 자동차 산업의 역설, 내권(內卷)'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완성차 생산량이 3천만대를 넘었고, 전기차 생산량은 세계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하지만 내수 판매는 2천690만대에 그치며 생산능력(5천507만대)의 절반 수준만 가동되는 등 공급과잉이 구조화됐다. 산업 평균 가동률은 72.2%지만 실질 가동률은 50%대에 머물러 과잉설비 상태로 평가된다.
안으로 말려 들어간다는 뜻인 '내권'은 2009~2017년 보조금 중심의 성장기, 2018~2022년의 시장 팽창기, 2023년 이후의 가격 전쟁기로 전개됐다. 초기에 정부는 '중국제조 2025'를 통해 전기차 생산 확대에 방점을 두었고, 지방정부는 공장 유치 경쟁에 나서며 2019년 기준 500개 이상의 완성차 기업이 난립했다. 완성차 평균 판매가는 2021년 3만1천달러에서 지난해 2만4천달러로 떨어졌고, 업계 평균 수익률은 같은 기간 21%에서 4.3%로 급락했다.
지방정부의 개입 또한 내권을 심화시켰다. 자동차 산업은 지역 고용과 재정의 핵심이어서 부실기업조차 세제 감면, 저리 대출, 지분 투자 등으로 인위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수익성 악화는 생태계 전반으로 전이됐다. 주요 부품사들은 연 10~15% 단가 인하 압박과 납품대금 지연에 시달리고, 상반기 기준 딜러의 절반 이상이 손실을 기록했다. 완성차 가격 하락에도 소비자는 "더 떨어질 것"이라는 심리로 구매를 미루며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중국 완성차업체들은 해외 수출로 활로를 모색 중이다. 저가 공세를 앞세운 중국산 전기차가 유럽과 신흥시장으로 확산되며, 가격 하락 압력이 해외 시장으로 번지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중국의 약 130개 전기차 제조사 중 흑자를 기록한 곳은 BYD, 테슬라 차이나 등 4곳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기업은 상업적으로 장기 생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030년까지 재무적으로 생존 가능한 전기차 기업은 15개 내외로 전망된다.
중국 정부는 '반내권(反內卷)' 정책으로 산업 질서 재편에 착수했다. 정부는 보조금 축소와 기술 표준 강화, 부정경쟁 금지 등을 통해 시장 자율 정화를 유도하고 있다. 올해 7월에는 국유기업 창안자동차를 별도 법인화하며 선택적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다만 자동차 산업은 지역 이해관계와 첨단산업 상징성이 맞물려 정부의 직접 개입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보고서는 "중국 자동차 산업의 내권 해소는 여타 산업 대비 완만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과잉 설비와 저수익 구조 속에서 기업들은 가격 경쟁 완화, 위탁 생산, 신흥시장 진출 등으로 생존을 도모하는 시나리오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