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65세 연장을 골자로 하는 제도 개편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재계에서는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인건비 증가로 기업의 경영활동이 위축될 것이란 지적이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최근 발표한 '중견기업 계속 고용 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견기업의 62.1%는 고령자 계속 고용 방식으로 퇴직 후 재고용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년 연장과 정년 폐지를 선호하는 기업은 각각 33.1%, 4.7%에 그쳤다.
이번 조사에서 중견기업계가 법정 정년 연장 시 가장 우려하는 사항은 인건비 부담 가중(64.5%)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청년 신규 채용 여력 감소(59.7%)와 조직 내 인사 적체가 심화(41.4%)가 뒤를 이었다. 특히 인건비의 경우 중견기업 44%는 '20% 이상 인건비가 증가할 것'이라고 답했다. '10~20% 증가'를 전망한 중견기업은 45%가량이었고,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답변은 11%에 불과했다.
연공서열제가 보편적인 한국 고용시장의 특성을 고려하면 정년 연장 시 인건비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생산성과 무관하게 근속기간이 긴 직원의 임금이 더 높게 책정되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 조사 결과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면 60~64세 추가 고용에 15조8천626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임금(직접비용) 14조3875억원과 4대 보험료(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간접비용 1조4752억원을 합친 수치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근무 기간에 따른 임금 상승 영향이 가장 높다.
기업들은 정년 연장이 현실화되면 비용 절감을 위해 고용, 투자를 축소하고 이는 경제 활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고령자 고용방식뿐 아니라 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논의도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과거 정년 60세 의무화 시 법제화된 의무였던 '임금체계 개편'은 실제 현장에선 지지부진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연공형 임금체계에서 비롯되는 고용자 고용 부담이 막대한 만큼 연공급 임금체계를 직무 가치와 개인의 성과에 기반한 임금체계로 개편할 수 있는 실효적 조치가 고령자 고용방식 논의에 앞서 마련돼야 한다"면서 "현행법상 제아무리 합리적인 방식의 임금체계 개편이라도 노조가 반대할 경우 조금의 변화도 끌어내기 어렵다"며 취업규칙 변경 절차 완화를 제안했다.
또 "삼성전자와 TSMC를 비교하면 삼성전자 임금이 20% 높고 현대차도 도요타보다 높다"면서 "지금까지는 기업이 버티고 있지만 노동 경직성이 계속된다면 앞으로는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