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하면 급여 삭감'에 퇴사했더니…"180만원 배상해"

입력 2025-11-14 13:31:15 수정 2025-11-14 13:5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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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자료사진 연합뉴스.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자료사진 연합뉴스.

서울 강남의 대형 치과에 입사했다가 이틀만에 퇴사 의사를 밝힌 직원이 치과로부터 180만원을 배상하라는 황당한 요구를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의 한 치과에 입사한 A씨는 첫 출근 후 깜짝 놀랐다. 면접 때 들었던 근무 내용과는 달리 새벽 근무가 포함돼 있었고, 실수를 하면 급여가 삭감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A씨는 업계 상위권으로 알려진 대형 치과에 입사했지만, 결국 이틀 만에 퇴사를 결심했다. 그런데 며칠 뒤, 치과 측은 A씨에게 "퇴사 예정일을 최소 한 달 전에 알려야 한다"는 약정을 어겼다며 손해배상금을 요구했다. 이틀 동안 일한 임금은 약 25만 원이었지만, 치과는 책정된 월급의 절반인 180만 원을 배상하라고 통보했다.

A씨가 항의하자, 치과 측은 "첫 출근 날 작성한 '퇴사 한 달 전 고지' 확인서가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해당 서류에는 퇴사 예정일을 한 달 전에 알리지 않을 경우 치과에 손해를 끼친 것으로 간주해 배상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A씨는 "모두가 하는 절차"라는 말에 별다른 의심 없이 서명했다고 한다.

A씨는 "고작 이틀 일했는데 어떤 손해를 줬다는 거냐"고 물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새 직원을 뽑는 시간과 비용"이었다. 이후 치과 측 변호사로부터 내용증명까지 받은 A씨는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식의 '퇴사 통보 확인서'는 명백한 불법이라고 지적한다. 근로기준법 제20조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해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하는 계약'을 금지하고 있다. 즉, '퇴사 예정일을 미리 알리지 않으면 손해배상을 한다'거나 '지각 시 급여를 공제한다'는 조항은 모두 위법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반한 사업주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박성우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근로자에게 사전 손해배상 약정을 쓰게 하는 행위 자체가 범죄"라며 "노동청이 지도·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치과는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