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어도 이자도 못 갚는 '한계 기업' 급증

입력 2025-11-13 18:45:00 수정 2025-11-13 19: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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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거리에 부착된 카드 대출 광고물. 연합뉴스
서울의 한 거리에 부착된 카드 대출 광고물. 연합뉴스

수입으로 대출 이자를 갚지 못하는 '한계 기업'이 급증하고 있다. 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연체율도 금융위기 수준으로 치솟은 상태다.

13일 한국은행의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외부감사를 받는 국내 기업 가운데 한계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17.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년 전보다 0.7%포인트(p) 높은 수치로 2010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기록을 경신했다.

한계기업 비중은 2022년부터 3년 연속 최대치(15.5%→16.4%→17.1%)를 경신하고 있다. 또 3년 이상 한계 상태에 빠진 기업 비중도 2023년 36.5%에서 지난해 44.8%로 확대됐다.

특히 글로벌 공급 과잉 이슈가 불거진 석유화학과 전기·전자 업종에서 신용 공여액 기준 한계기업 비중이 크게 늘었다. 한은은 "지난해 전반적인 기업 실적 개선에도 한계기업 비중이 상승했다"며 "경기 요인뿐 아니라 구조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추정한다"고 짚었다.

중소기업의 고충은 더 크다. 중소기업을 주 고객으로 하는 IBK기업은행의 올 3분기 기준 연체율도 1.00%로 뛰었다. 지난 2분기 0.91%에서 0.09%p 올랐으며 올해 3분기 연체율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1.02%) 이후 최고치였다.

기업은행의 3분기 기업 대출 연체율은 1.03%로, 지난 2010년 3분기(1.08%) 이후 15년 만에 가장 높았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 지속 등 경영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을 적극적으로 이어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시중은행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올해 3분기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팩트북 기준)은 0.53%로 집계됐다. 지난 2017년 1분기(0.59%) 이후 최고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불확실한 대내외 경제환경과 내수 부진으로 인해 자영업자,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오르는 추세"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내수 경기 부진이 길어지면서 취약 차주들의 상환능력이 떨어졌고, 환율이 오른 탓에 외화대출 차주의 부담도 가중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