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사라지면 中 알리가 한국 잠식" 민주노총 '새벽배송 금지' 포비아 확산

입력 2025-11-13 15:51:02 수정 2025-11-13 16: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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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에게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알려줄 생각인가요? 이 내용을 아파트 단지에 뿌려달라"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민주노총 택배노조가 쿠팡 등의 새벽배송(0~5시)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주요 소비자 커뮤니티에서는 '새벽배송 금지' 포비아가 확산하고 있다. 쿠팡과 컬리 등이 노동계의 새벽배송 제한 주장으로 어려움에 처한 반면, 최근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인 '알리프레시'를 론칭한 알리익스프레스의 장악력이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 똑같은 날… 민주노총 "새벽배송 금지" 알리 "신선식품 배송 시작"
유통업계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말부터 민주노총 측이 택배기사 과로사를 막겠다며 새벽배송을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자, 서울·동탄 등 주요 우파 성향 맘카페와 소비자 커뮤니티, SNS·블로그 등에는 "새벽배송이 금지되면 중국 알리바바그룹 등에 수혜가 돌아갈 수 있다"는 다양한 글이 잇따르고 있다.

"쿠팡의 새벽배송이 금지되면 중국 알리바바나 테무 등이 수혜를 보고 장악력이 높아진다"는 취지의 글, 쿠팡과 알리를 AI로 합성한 이미지 등이 공유됐다. 한 우파 성향 맘카페에 확산된 게시물은 "쿠팡의 새벽배송이 금지될 움직임이 있는 상황에서 알리가 한국인 택배기사를 쓸까? 그 나라 사람을 쓴다. 그러면 결국 한국계 새벽배송 서비스를 금지하고 그 나라 택배기사가 우리 집의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알게 된다"고 주장했다.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이 한국 온라인 시장을 잠식한 상황에서 물류도 중국이 장악하는 것 아니냐", "쿠팡이 무너지면 그 자리를 알리나 텅쉰, 징동 같은 유통공룡이 메울 것"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새벽배송 금지 포비아'가 번지는 이유는 민주노총의 새벽배송 제한 주장과 알리프레시 출범 발표가 비슷한 시기에 알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달 22일 알리익스프레스는 신세계그룹과의 합작법인 출범 이후 첫 프로젝트로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 '알리프레시'를 선보였다. 민주노총 택배노조 역시 같은 날 사회적 대화기구에 "0~5시 초심야 배송을 제한하자"는 의견을 제시했고,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며 논란이 확산했다.

이후 "알리가 국내 소비자에게 0~5시까지 배송이 완료되는 새벽배송 모델을 도입할 것", "쿠팡은 국내에서 고용을 창출하고 세금을 납부하지만 알리는 배송망을 외주로 운영하고 국내 규제망에도 포함되지 않는다"는 소비자들의 반응이 이어졌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 이커머스 2위 알리, '택배 사회적대화기구' 불참
현재 택배기사 근로조건과 새벽배송 제한 등을 논의하는 '택배 사회적대화기구'에는 민주노총과 국토교통부, 민주당, 쿠팡·컬리·CJ대한통운 등 주요 택배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알리바바그룹과 테무를 비롯한 중소형 이커머스·새벽배송 업체들은 참여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참여 요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알리프레시 상품인 과일·채소·정육류 등을 하루 이틀 걸리는 일반 택배 형태로 시범 운영하고 있으며, 아직 새벽배송은 시행하지 않는다. 택배 배송은 CJ대한통운 등에 맡기고 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알리익스프레스 월간 이용자 수가 1000만 명에 육박해 국내 이커머스 2위에 오른 만큼, 국내 택배기사 근로 여건 개선 논의에도 참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알리익스프레스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909만 명으로, 직구 시장 점유율은 37.1%에 이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알리프레시 론칭 이후 신선식품 국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새벽배송 물류 인프라 구축이 불가피하다"며 "중장기적으로 한국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C커머스도 관련 논의에 동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고 말했다. 향후 알리가 지마켓과의 합작법인을 통해 SSG닷컴의 물류망을 이용하며 배송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알리는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해 총 1조5000억 원을 투자하고, 이 가운데 2600억 원을 국내 대규모 통합 물류센터 구축에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민주노총의 새벽배송 제한 주장에 대해 택배기사와 소비자단체, 중소상공인단체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기사 1만 명이 소속된 쿠팡파트너스연합회(CPA)는 기사 240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93%의 택배기사가 반대한다"고 밝혔다. 학계에서도 새벽배송 금지 시 최대 54조 원의 사회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은 지난 12일 국회 기후노동위원회에서 "정부가 새벽배송 자체를 금지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럴 수는 없을 것 같다. 논의는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