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별거 있나! 떨지 말고 잘 봐"…'교정 가득 응원 목소리' 대구 수능 시험장 풍경 [영상]

입력 2025-11-13 10:01:24 수정 2025-11-13 10: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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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장마다 조용한 응원전 릴레이…"평소대로만 보고왔으면"
입실 마감 시간 임박해 뛰어오는 모습도…돌발 상황은 없어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3일 오전 대구 수성구 대구여자고등학교 수능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이 학생들의 응원을 받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3일 오전 대구 수성구 대구여자고등학교 수능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이 학생들의 응원을 받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날인 13일. 대구의 각 고등학교 시험장에서는 수능을 치는 선배들을 응원하는 후배들의 행렬과 자녀를 응원하는 학부모들의 발걸음으로 북적였다.

이날 대구 수성구 대구여자고등학교 시험장에는 예년과 달리 수능 한파가 없어서인지 얇은 패딩이나 바람막이 등 가벼운 옷차림을 하고 온 수험생들이 유독 많았다.

현장에서는 자녀와 제자, 선배들을 격려하는 응원전이 펼쳐졌다.

같은 학교 선배들을 응원하러 자진해서 왔다는 대구중앙고등학교 재학생들은 '대구중앙고 수능대박'. '생명과학 만점받자' 등 직접 만든 피켓을 들고 일렬로 나란히 서서 '떨지 말고 잘봐!', '하던대로만 해' 등 응원 구호를 외쳤다.

이른 아침부터 응원 행렬에 함께한 손진현(대구중앙고·2학년)군은 "오늘 대구여고 시험장에 친누나도 입실했는데 긴장할까봐 '수능 별거 없다, 떨지 말고 다녀와'라고 한마디 했더니 웃으며 교문으로 들어갔다"며 "누나가 일찌감치 실내 디자인 전공을 꿈꿔왔는데 시험을 잘 치러서 꿈을 이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간단한 간식 꾸러미를 만들어온 교사들도 눈에 띄었다.

정화여고 고3 담임인 장용선(40) 씨는 "제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선생님들이 시험장으로 삼삼오오 흩어져 응원도 하고 간식도 준비했다"며 "대구지역 수험생 모두 공부한다고 고생 많았고, 어려운 문제를 만나도 배웠던 개념을 떠올려 좋은 성과를 거뒀으면 좋겠다"고 했다.

문이 닫히는 오전 8시 10분이 다가오자 멀리서부터 하나둘 뛰는 수험생들도 보였다. 8시 3분쯤 수험장 맞은편 횡단보도에 급히 차를 세운 한 학부모는 "접촉 사고 날 뻔 했다. 시계를 안 챙기면 어떡하냐"며 딸에게 손목시계를 건네는 급박한 상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입실 마감 시간이 지났는데도 정문 앞에 서서 제자들을 위해 두눈을 감고 기도를 하고 있는 교사들도 있었다. 일부 학부모들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서성이며 자녀들을 응원했다.

같은 시각 덕원고등학교 시험장에서도 수험생 가족들의 간절한 모습을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었다. 손자가 시험을 치러 왔다는 한 할머니는 학교 뒤편에 보이는 절을 향해 연신 고개를 숙였다.

일부 학부모들은 혹시나 자녀가 놓친 게 있을까 입실 마감시각까지 교문 앞을 떠나지 못했다.

학부모 한동윤(50) 씨는 "7시 반에 아이를 데려다 주면서 침착하고 긴장하지 말라고 해줬다"며 "올해는 황금돼지띠라 아이들 인원도 많고 의대 정원 백지화로 수험생들이 많이 늘어서 현역인 고3 아이들 긴장도가 높아진 것 같다. 제가 다 긴장돼서 혹시나 아이가 두고 온 게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8시 반까지 밖에서 기다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학령인구가 갈수록 줄면서 수능날 분위기도 조금씩 차분해지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험장 앞에서 교통정리를 도운 이상수(수성모범운전자회 부회장, 67) 씨는 "옛날에는 선배들이 와서 꽹과리도 치면서 응원했는데, 요즘은 조용한 분위기다. 해마다 시험치는 학생들이 줄어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