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제시한 범죄수익 중 법원 400억만 추징
민사소송…"불법이익 구체적 입증 불가능"
성남시, 대장동 일당 확보 재산 '고작 62억 '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의 범죄수익 환수를 둘러싸고 법적·정치적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검찰이 대장동 일당의 범죄수익을 7천815억 원으로 보고 이를 전액 추징 대상으로 삼았지만, 법원이 "범죄수익을 명확히 특정하기 어렵다"며 473억원만 추징을 명령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남은 7천342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사실상 환수 불가능해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민사소송 환수 '불가능'
검찰의 항소 포기로 범죄 수익 환수가 막혔다는 우려에 대해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여권은 "민사 소송을 통해 환수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정 장관은 1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최대한 다시 입증해서 범죄 피해액이 민사소송에서라도 확보되도록 적극적으로 뒷받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법조계의 전망은 냉담하다.
형사재판은 국가가 공권력을 통해 수사·기소까지 수행하는 절차인데도 법원이 이를 인정하지 않은 만큼, 민사소송처럼 피해자가 입증 책임을 지는 절차에서는 더 큰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민사 소송을 맡은 재판부는 범죄 수익 여부부터 따져야 해 결국 대장동 일당의 형사 재판 결과가 결정적 근거가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선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1심에서 무죄 판정을 받은 부분의 범죄 수익은 더 환수하기 어렵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형사판결에서 이미 범죄수익의 특정이 어렵다고 판단한 이상, 민사소송에서도 불법이익을 구체적으로 입증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민사소송을 통한 환수 절차는 일반적으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부당이득 반환청구'나 '손해배상청구'의 형태로 소를 제기하는 방식이다. 원고(국가)는 피고(대장동 사업 관련자 등)가 불법행위로 부당한 재산상 이익을 취했다는 사실과 그로 인한 손해액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핵심은 '이익이 범죄행위로 직접 귀속됐는지'에 대한 인과관계 입증이 관건이다.
결국 이번 사안의 쟁점은 '범죄수익의 범위와 입증 가능성'에 있다. 검찰은 개발이익 전반을 범죄수익으로 본 반면, 법원은 "일부 합법적 이익과 혼재돼 있어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부장판사 출신 A변호사는 "형사판결에서 이미 이익의 특정이 불가능하다고 결론 난 이상, 민사 절차로 환수하려는 시도는 상징적 의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대장동 일당 확보 재산 '고작 62억 '
법무부는 당초 "성남시가 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이고, 2천70억에 대해 가압류를 해놨기 때문에 범죄수익 환수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사소송 당사자인 성남도시개발공사가 확보한 대장동 일당들의 재산이 62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이 몰수·추징 보전처분한 2천70억원에 대해서도 가처분·가압류 등 아무런 민사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대장동 일당들 재산에 대한 동결 조치는 62억 원 상당의 김만배 씨의 부동산뿐이다. 지난 2022년 6월 성남지원은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1호가 소유한 60억 원대 운중동 타운하우스에 대한 부동산 처분금지 가처분신청을 인용했다.
공사 측은 천화동인 4호 실소유주 남욱 변호사의 서울 강남 빌딩과 강원도 소재 사업장에 대해서도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지난해 10월 이재명 대통령 등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13개월째 재판이 열리지 않고 있다. 청구액도 5억1천만원에 불과하다.
법조계에서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가압류한 재산의 가액은 이들이 이득을 본 범죄수익보다 턱없이 적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가압류가 이미 진행돼 범죄수익 환수에 문제가 없다는 법무부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