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되는 낙동강 중·상류 녹조 수치…보 개방 효과도 물음표

입력 2025-11-12 14:4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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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낙단·구미·칠곡·강정고령·달성보 녹조 수치 일제히 악화
뜨거워진 여름 평균기온 탓일까?…보 부분 개방한 곳도 마찬가지
수생태계 건강성 지표도 경고등…"물 정책 과학적 판단 절실"

낙동강 녹조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대구 달성군 강정고령보 수문을 통해 흘러내리는 물이 탁한 녹색을 띠고 있다. 매일신문 DB
낙동강 녹조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대구 달성군 강정고령보 수문을 통해 흘러내리는 물이 탁한 녹색을 띠고 있다. 매일신문 DB

대구경북(TK) 생명의 젓줄인 낙동강 중·상류 하천 녹조 수치(유해남조류 세포수)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기상 이변 등으로 여름철 평균기온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지류지천 정비, 비점오염원 관리 등 근본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환경·시민단체들은 녹조 원인으로 4대강 보를 지목하고 개방해체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녹조 문제 해결을 위해 과학적·종합적 대응 방안 마련이 중요하고, 정권이나 이념 성향에 따라 사안의 본질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는 제언도 나온다.

◆최근 2년간 녹조 수치 급등

12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비례)이 기후에너지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낙동강 중·상류 보(상주, 낙단, 구미, 칠곡, 강정고령, 달성) 지점의 유해남조류 세포수(세포/㎖)는 지난 10년간(2016~2025년 여름철, 6~9월) 평균 1만2천594세포로 나타났다.

최근 2년간(2024~2025년) 평균(2만7천534세포)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상주보는 4천314세포에서 8천523세포로, 낙단보는 7천268세포에서 1만4천219세포로 수치가 2배가량 증가했다. 구미보는 6천405세포에서 8천178세포로 소폭 늘었다.

칠곡보는 1만755세포에서 3만2천437세포로 급증했다. 강정고령보는 2만1천961세포에서 5만988세포로, 달성보는 2만4천861세포에서 5만863세포로 크게 늘었다.

경북보다 비교적 하류에 위치한 대구 지역 보들의 유해남조류 세포수가 많았다.

유해남조류 세포수는 2회 연속 1천 세포 이상 기준을 초과하면 조류경보 '관심' 대상이 된다. 1만 세포 이상이면 '경계', 100만 세포 이상이면 '대발생'이 발령된다.

낙동강 중·상류 하천의 여름철 녹조 수치가 정수 처리 강화 등 구체적 대응이 필요한 관심 단계 이상을 평균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만큼 수질이 좋지 않다는 얘기다.

이는 하천 수생태계 건강성 평가(저서성 대형무척추동물, 어류 건강성평가 지수)에서도 비슷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 지난 10년간 대부분 보통(C등급) 이하인 나쁨(D등급), 매우 나쁨(E등급) 수치를 기록하고 있어서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상하반기 하천 수생태계 건강성 평가(각각 총 40회)를 분석한 결과 좋음(B등급)을 기록한 것은 상주보, 낙단보, 구미보, 칠곡보 등의 경우 각 1회 뿐이었다. 강정고령보와 달성보는 각각 2회로 나타났다.

최근 2년간 녹조가 심각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하반기 보별 저서성 대형무척추동물·어류 건겅성평가 지수 역시 보통 이하로 측정됐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하반기 평가 결과 상주보는 각각 D·D등급, 낙단보는 E·C등급, 구미보는 D·D등급, 칠곡보는 E·D등급, 강정고령보는 E·E등급, 달성보는 D·E등급을 보였다.

낙동강 중상류 하천이 녹조와 나쁜 수생태계로 시름하고 있는 셈이다.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비례). 의원실 제공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비례). 의원실 제공

◆보 일부개방 소용 없나?…"녹조 대응 컨트롤 타워 시급"

이같은 녹조 심화의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물의 체류시간, 온도, 비점오염원 등에 따른 영양염류 유입 등을 꼽는다. 낙동강 중·상류 곳곳에 설치된 4대강 보로 인해 물의 체류시간이 늘었고 여름철 평균기온 증가 등으로 녹조가 심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당시 진행된 4대강 재자연화 정책에 따라 보의 수위를 낮춰 체류시간 줄이기에 나선 곳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강정고령보, 달성보는 2017년 6월 이후 보를 부분개방하고 있지만 녹조 수치, 수생태계 건강성 평가 등에서 나아진 테이터를 보이지 못했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하류인 탓에 더 오염된 수치도 보인다. 강정고령보는 지난해 여름철 유해남조류 세포수 최대 수치가 한때 95만4천667세포까지 치솟아 대발생 발령 직전까지 갔다. 이는 최근 10년 중 최고 기록이다.

어류 건강성평가 지수도 근래 10년 가운데 가장 낮았다. 달성보 역시 같은 해 유해남조류 세포수 최대 수치가 50만8천400세포를 기록하기도 했다.

보 개방을 통해 물이 흐르는 속도를 높여도 녹조 수치 관리나 수생태계 건강성에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우리나라 여름철(6~8철) 평균기온이 크게 높아진 점은 나름 유의미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기상청이 김위상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름철 평균기온은 2016년 24.6도(℃), 2017년 24.3℃를 기록하다 2018년 25.3℃로 크게 높아졌다.

이후 2019년 23.9℃, 2020년 23.9℃로 낮아졌고 2021년 24.2℃, 2022년 24.5℃, 2023년 24.7℃ 등으로 24℃대를 유지했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25.6℃, 올해 25.7℃로 급증했다.

이 외 유역의 비점오염원 관리 등을 통해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끊이지 않고 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8월 가축 분뇨와 같은 낙동강 녹조 오염원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낙동강 녹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컨트롤 타워를 신설해야 한다고 목소리도 낸다.

국회에는 박상웅, 임이자(상주문경) 국민의힘 의원이 녹조종합대응센터 혹은 국가녹조연구센터를 설립하자는 물환경보전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발의했다. 이 기구를 통해 녹조 예측과 공동자사, 예방과 제거, 저감기술 개발 등을 일원화해 진행하자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환경시민단체들은 센터 설립이나 비점오염원 관리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낙동강 일대에 설치된 보의 개방과 철거를 통해 물이 흐르게하는 등 재자연화가 시급하다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다른 어떤 요인보다 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 역시 새 정부의 국정과제를 선정하면서 '4대강 재자연화'를 명시하고 보 개방·철거의 선결 조건으로 꼽히는 취·양수시설 개선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와 관련, TK 정가 등에서는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이 낙동강 중·상류 보의 완전개방 혹은 철거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김위상 의원은 "국가 물 정책은 과학과 국익에 기반해야 하며 이념에 경도된 판단은 오히려 왜곡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환경적 실익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보 해체나 개방과 같은 중대한 변화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