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에서] 클래식 공연장에서 듣는 日애니 음악…대구 관객 사로잡은 오사카 오케스트라

입력 2025-11-12 11:08:08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1부 세계 각국 명곡으로 구성해 화합과 교류 메시지 강조
2부는 일본 애니메이션 OST로 세대와 장르 넘나드는 이야기 전해
10대 학생부터 가족 단위 관람객 까지…다양한 관객 마음 사로 잡은 무대
오사카 심포니홀 극장장 "양국 우호 관계 위해 문화 교류 중요…다음 세대까지 이어지길"

심포니홀 슈퍼 브라스 WITH 오사카 시온 윈드 오케스트라 대구콘서트 하우스 공연 모습. 대구콘서트하우스
심포니홀 슈퍼 브라스 WITH 오사카 시온 윈드 오케스트라 대구콘서트 하우스 공연 모습. 대구콘서트하우스

클래식 공연장에 일본 애니메이션 삽입곡이 울려 퍼진다면 어떤 느낌일까?

지난 8일 대구콘서트하우스에는 유난히 젊은 관객들이 몰리며 평소와는 사뭇 다른 에너지로 가득 찼다. 이날 무대는 일본의 금관앙상블 '더 심포니홀 슈퍼 브라스'와 '오사카 시온 윈드 오케스트라'가 애니메이션 명곡과 세계 각국의 클래식을 한 무대에서 들려주는 특별한 공연을 선보였다.

이날 공연에서는 '신세기 에반게리온'과 '귀멸의 칼날' 등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일본 애니메이션의 곡부터, 번스타인과 보로딘 같은 클래식 명곡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곡들이 준비됐다.

관객들이 착석하는 순간부터 전통적인 클래식 공연의 엄숙함 대신 기대감 어린 웃음과 소곤거림이 로비를 채웠다. 청소년 애니메이션 팬,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시니어 클래식 팬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한 자리에 모였다.

지난 8일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진행된 심포니홀 슈퍼 브라스 WITH 오사카 시온 윈드 오케스트라의 공연 팜플렛. 김세연 기자
지난 8일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진행된 심포니홀 슈퍼 브라스 WITH 오사카 시온 윈드 오케스트라의 공연 팜플렛. 김세연 기자
지난 8일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진행된 심포니홀 슈퍼 브라스 WITH 오사카 시온 윈드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관객들이 착석하고 있다. 김세연 기자
지난 8일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진행된 심포니홀 슈퍼 브라스 WITH 오사카 시온 윈드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관객들이 착석하고 있다. 김세연 기자

1부는 의도적으로 다양한 국적의 곡을 선택해 화합과 교류의 메시지를 강조했다. 1부의 막은 미국 출신의 레너드 번스타인 '캔디드 서곡'으로 열렸다. 두 번째 곡은 프랑스의 조르주 비제 '아를르의 여인 2번 모음곡: 파랑돌'이, 세 번째 곡은 일본의 히로시 호시나 '후몬'이 연주됐다.

다음으로는 한국 전통 민요 '아리랑'과 일본 민요 '아카톤보'(코사쿠 야마다)가 연주됐고, 마지막으로 러시아의 보로딘 '이고르 공: 폴로베츠인의 춤'으로 마무리했다. 현악기의 자리를 클라리넷의 음율이 대신하면서 색다르면서도 힘 있는 멜로디가 돋보였다.

이어 2부에서는 일본 애니메이션 OST를 통해 세대를 넘나드는 이야기를 전했다. 첫 곡은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삽입곡인 'E01 신세기 에반게리온'과 '잔혹한 천사의 테제'다. 이어 '귀멸의 칼날 메들리'와 아야세의 '아이돌, 히사이시 조의 '천공의 성 라퓨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연주됐다.

2부는 단순한 음악의 나열이 아니라 마치 하나의 스토리처럼 구성됐다. 격투와 갈등의 음악으로 시작해 점차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을 거쳐 마지막은 해피엔딩 장면에 삽입된 곡으로 배치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애니메이션 곡은 단순하고 반복적이기 때문에 클래식 초심자도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었다. 중독성 있는 멜로디가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사운드로 재탄생하며 관객들의 반응을 이끌어냈다.

평소 클래식과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있다는 20대 관객 최모 씨는 "쉽게 접하지 못한 금관악 기반 오케스트라와 하프같은 악기들을 볼 수 있어 신선했다"며 "콘서트로 듣기 힘든 애니메이션 곡을 포함해 곡 구성도 차별화된 게 느껴졌다"고 전했다.

지휘를 맡은 히로요시 키타 오사카 심포니홀 극장장.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지휘를 맡은 히로요시 키타 오사카 심포니홀 극장장.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이번 공연은 한국과 일본, 세대와 장르를 연결하는 무대였다. 앞서 지난 9월 대구시립교향악단과 함께 일본 3개 도시에서 진행한 공연과 이어지는 이번 공연은 양국 간 지속적인 문화 교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지휘를 맡은 오사카 심포니홀의 극장장 히로요시 키타는 "고전적인 곡만 연주하면 오는 사람들만 온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음악을 즐겼으면 하기에 애니 곡으로 기획하게 됐다"며 "클래식이 철학이나 삶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담고 있는 것처럼 애니도 다르지 않다. 만남, 애정, 고통 등 인생을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양국 우호 관계를 위해 문화교류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정보교환 등 교류가 지속돼 다음 세대까지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심포니홀 슈퍼 브라스 WITH 오사카 시온 윈드 오케스트라 대구콘서트 하우스 공연 모습. 김세연 기자
심포니홀 슈퍼 브라스 WITH 오사카 시온 윈드 오케스트라 대구콘서트 하우스 공연 모습. 김세연 기자
심포니홀 슈퍼 브라스 WITH 오사카 시온 윈드 오케스트라 대구콘서트 하우스 공연 모습. 김세연 기자
심포니홀 슈퍼 브라스 WITH 오사카 시온 윈드 오케스트라 대구콘서트 하우스 공연 모습. 김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