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관련 1심 판결에 대한 검찰의 항소(抗訴) 포기가 윗선 압력 때문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대검에서 '항소 필요성이 있다'는 보고가 왔을 때 '신중하게 판단하면 좋겠다'고 했으며 항소 마감 기일에 검찰 일선 부서에서 항소하려고 한다고 했을 때 '종합적으로 잘 판단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 구형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게 있기 때문에 법리적으로 문제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은 "용산과 법무부의 관계 등을 고려해야 했다"고 발언했다고 한다.
대장동 사건에서 검찰은 공범들에게 추징금 7천814억원을 구형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배임 피해액을 특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473억원만 추징한다고 선고했다. 검찰의 항소 포기로 민간 업자들이 취한 수천억원에 대해 범죄 수익 여부를 다퉈 볼 수도 없게 됐다.
대장동 사건 민간 공범들에게 각각 징역 4~8년이 선고됐지만 이들이 형기(刑期)를 다 채울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 한국 형사 사법 체계에서 수형자가 형기의 절반 이상을 복역한 뒤 가석방되는 경우는 허다하다. 대장동 공범들은 앞으로 2년 또는 4년 남짓 복역한 후 이런저런 이유로 석방돼 떵떵거리며 살 수도 있는 것이다.
검찰이 항소하지 않은 것이 문제 없다는 정 장관의 말은 타당한가? 일반적으로 검찰 구형량의 3분의 1 이상이 선고됐을 경우 검찰이 항소를 안 하는 경우는 공소사실 전체에 대해 유죄 판결이 내려졌을 때이다. 하지만 무죄가 명백(明白)하지 않음에도 무죄가 선고되면 검찰은 거의 예외 없이 항소한다. 대장동 사건의 경우 일부 무죄(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가 났다. 이는 다툼의 여지가 많은 부분이다. 따라서 검찰은 항소했어야 마땅하다. 실제로 일선 검사들은 항소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법무부 장관은 '종합적으로 잘 판단하라'고 했다. 항소하지 말라는 지침이 아니고 무엇인가?
검찰은 사안이 명백할 경우 항소를 자제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다툼의 여지가 많고, 일부 무죄까지 났음에도 항소를 포기한 것은 이 사건이 이재명 대통령 재판과 연결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대장동 사건은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 재직 시절 발생한 비리이고, 이 대통령은 대장동 관련 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있다.
검찰의 항소 포기는 사법 특혜(特惠)에 다름 아니라고 본다. 검찰 기능의 핵심인 공소 유지 의무를 스스로 포기한 것으로, 이는 국가 사법행정 시스템이 무너지는 문제다. 특정인들의 이익을 위해 공공기관이 확보해야 할 수익을 포기하고, 마땅히 엄벌해야 함에도 특정인의 사법 리스크를 덜기 위해 봐 주는 것이 국가인가. 왜 이래야 하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