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만촌네거리에서 경산 방향으로 가다 보면 담티고개가 나온다. 이 고개 정점(頂點) 이후는 '에코존'이다. 연료 절감과 배출가스 저감 효과를 위해 도입한 친환경 구간이다. 내리막으로 이어지는 지형이라 가속 페달을 밟지 않고 관성에 맡긴 채 내려가라는 의미다. 대륜고를 지나면 고가도로 부근에 커다랗게 '연료절약운전구간'이라는 교통표지판도 설치돼 있고 도로 노면엔 '에코존'이라는 표시도 있다.
고개이다 보니 내리막에 앞서 오르막이 있다. 시속 60㎞인 제한속도에 맞추려면 오르막에서 가속 페달을 약간 밟아 줘야 한다. 전방 주시(注視)를 해야 하니 계기판을 보고 있을 순 없어 어느 정도 밟을지는 다년간 이곳을 지나며 익힌 나 나름의 경험과 감에 따른다. 차종이나 연식, 상태에 따라 다를 순 있겠지만 오후 8시 이후 시간대 기준으로 시속 60㎞ 정도로 고개를 넘어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에코존에서 시속 60㎞ 중반 정도까지 가속된다. 시속 60㎞를 조금 초과해 내리막 구간에 접어들면 시속 60㎞대 후반까지 속도가 붙기도 한다. 물론 제한속도를 상회(上廻)한 게 확인될 땐 바로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낮춘다.
추석 명절 연휴 때인 지난달 8일 출근했다가 퇴근하던 오후 8시 30분쯤, 하던 대로 오르막에 가속 페달을 밟았다가 발을 떼고 전방을 주시하며 내려오던 중 속도가 평소보다 좀 더 빠른 듯해서 계기판을 보니 시속 70㎞. 바로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순간 불이 번쩍 했다. 이동식 과속 단속 카메라였다. 그리고 10여 일 뒤 과속 통지서가 날아왔다. 시속 72㎞ 속도 위반. 에코존에, 얼마 전까지 이곳 제한속도가 시속 70㎞였다는 사실까지 오버랩되면서 속이 상했지만 얼른 온라인 납부하고 애써 잊었다.
과속은 하면 안 된다. 그에 따른 책임도 져야 한다. 다만 에코존에선 가속 페달뿐 아니라 브레이크도 웬만하면 밟지 않는 게 맞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가속 페달을 밟아 의도적으로 과속하는 상황을 얘기하는 건 당연히 아니다. 연료·배출가스 감소 효과를 노리는 에코존의 의미가 반감(半減)될 수도 있다. 순간순간 속도계를 확인하는 것도 전방주시 등 안전 운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추석 때 던져진 에코존 딜레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