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얇은 벽 컨테이너 살이…닥쳐올 추위 걱정

입력 2025-11-11 06:30:00 수정 2025-11-11 10: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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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피해 만주로 떠난 부모님, 해방 이후 귀향
형편 어려워 글 공부도 못 해…농사 지으며 살아
시동생 폭력 피해 도망다녀…남편은 교통사고로 떠나
빈집 옮겨 다니다 컨테이너 살이…추위·수도 문제로 고생

시골 한 컨테이너에서 홀로 수년째 지내고 있는 서옥경(89·가명) 씨는 곧 찾아올 추운 겨울이 걱정이다. 김지효 기자
시골 한 컨테이너에서 홀로 수년째 지내고 있는 서옥경(89·가명) 씨는 곧 찾아올 추운 겨울이 걱정이다. 김지효 기자

어디든 마음 편히 정착하지 못하고 쫓겨 다니는 삶이었다. 서옥경(89·가명) 씨는 시대에 따라, 형편에 따라 자리를 옮기며 바람 같은 인생을 살았다.

수십 년 전 남편을 교통사고로 먼저 떠나보낸 옥경 씨는 현재 컨테이너에서 홀로 지내고 있다. 단열도 잘되지 않고 상수도도 들어오지 않는 이곳에서 옥경 씨는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곧 불어닥칠 매서운 한파가 걱정인 옥경 씨. 옥경 씨는 여기저기 안 쑤신 곳이 없는 몸에 겉옷을 껴입으며, 부디 이번 겨울도 큰 어려움 없이 날 수 있기를 바란다.

◆탈 많았던 시댁살이…야반도주만 수차례

옥경 씨는 태어난 곳이 만주다.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의 수탈을 피하고자 옥경 씨 부모님이 택한 활로였다. 농사지어 가족 여럿이 먹고 살아야 했다는 점은 변함없었으나, 떠나 온 고향보다는 낫다고 여겼다. 옥경 씨보다 세 살 위인 열 살 남짓의 오빠에게 입대 영장이 나오기 전까지는.

부모님은 급히 막내딸 옥경 씨와 아들을 데리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해방쯤이었다. 부모님은 역시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두 아이를 부양했는데, 당연하게도 형편은 좋지 못했다. 옥경 씨는 초등학교도 가지 못했고, 이름 석 자만 겨우 쓸 수 있었다.

성인이 되고서 친척 소개로 시집을 가기 전까지 옥경 씨의 일상은 농사일로 가득 차 있었다. 옥경 씨보다 두 살 많은 남편은 잡화장사를 하는 사람이었고, 옥경 씨에게 다정했다. 그 덕에 부부관계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함께 사는 시동생 둘이 속을 썩였다. 깡패와 어울리며 자주 술에 취해 기어들어 온 시동생들은 틈만 나면 옥경 씨에게 발길질하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옥경 씨는 그 탓에 허리를 다치기도 했다.

옥경 씨는 그 집에서 남편만 바라보고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시장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노름하던 남편이 빚쟁이를 피해 홀로 야반도주했다. 시동생들에게 시달리던 옥경 씨는 얼마 뒤 남편이 보내온 편지에 적힌 주소를 찾아가기로 결심했다. 편지를 남에게 부탁해 읽는 것도, 보따리 하나 들고 어린 아이를 업고 그곳으로 찾아가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옥경 씨는 천지를 모르던 때라 가능했던 일이라고, 정 많은 이들에게 도움받아 겨우 남편을 찾아갔다고 회상했다.

다시 남편을 만나고도 옥경 씨 인생은 좀처럼 쉽게 풀리지 않았다. 남편은 친구들과 다시 시작한 장사마저 접게 됐다. 얼마간 시댁으로 돌아가 지내던 부부는 막내딸과 시어머니와 함께 부산으로 내려가 자리를 잡았다. 옥경 씨와 남편은 공장과 회사에 취업해 맞벌이로 열심히 일했고, 막내딸을 대학에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불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옥경 씨의 시어머니와 남편이 한 해 터울로 모두 교통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난 것이다. 상을 치르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는 옥경 씨에게 보험금을 노린 시동생들이 찾아왔고, 그 과정에서 막내딸이 폭행당하는 일까지 생겼다. 옥경 씨는 급하게 짐을 싼 뒤 딸을 데리고 고향으로 도망쳤다.

◆수도 연결·단열 안 돼…어려운 컨테이너 생활

두 사람이 자리 잡은 곳은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이었다. 막내딸은 1년 만에 부산으로 돌아가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자신의 가정을 꾸렸다. 옥경 씨는 혼자 빈집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지내던 중 마을 이장 도움을 받아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있었다.

옥경 씨는 노인 일자리로 쓰레기 줍는 일도 해보고 허리가 망가지기 전까지 복숭아 밭이나 사과밭에서 일을 하며 지냈다고 했다. 살던 집 있는 자리에 도로가 들어서며 쫓겨난 적도 몇 번. 옥경 씨의 주거지는 항상 열악했다. 옥경 씨의 상황을 딱하게 여긴 조카가 컨테이너 하나를 구해준 뒤로, 옥경 씨는 조카 집 근처에 컨테이너를 놓고 살아가고 있다.

문제는 그 컨테이너가 건축물대장에 올릴 수 없는 불법 건축물에 해당해 수도가 들어오지 않고 단열도 엉망이라는 점이다.

조카가 집에 지하수를 연결해 임시로 옥경 씨가 물을 쓸 수 있게 조치해 두었으나, 석회가 섞여 나오는 지하수로 몸을 씻으면 피부가 엉망이 됐다. 그 탓에 옥경 씨는 생수를 사서 밥을 짓거나 얼굴을 씻었고, 목욕은 일주일에 한 번 목욕차가 오는 날에만 가능했다. 지하수로 세탁기를 돌리면 자꾸 세탁기가 고장 나 손빨래를 해야 했고, 겨울에는 물이 얼어 변기를 쓸 수 없다는 점도 불편했다.

게다가 이 집은 벽이 얇아 여름에는 찔 듯이 덥고 겨울에는 몸이 떨릴 정도로 추웠다. 보일러를 틀어도 금방 방이 식을 정도로 보온이 잘되지 않아 옥경 씨는 항상 외투를 껴입고 겨울을 난다. 겨울마다 보일러에 두 통씩 들어가는 기름도 큰 부담이었다.

나이가 드니 안 아픈 곳이 없다는 옥경 씨. 척추 협착증으로 보행기 없이는 몇 걸음도 걷기 힘든 옥경 씨는 재작년 낙상사고를 당하며 손목이 부러지기도 했다. 이도 다 빠져 틀니를 써야 했는데, 잇몸이 약한 옥경 씨는 겨우 국에 밥 몇 숟갈을 말아 먹는 것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해를 더해 갈수록 추운 겨울이 걱정이라는 옥경 씨는, 이번 한파도 무사히 견딜 수 있기를 기도할 뿐이다.

*매일신문 이웃사랑은 매주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소중한 성금을 소개된 사연의 주인공에게 전액 그대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성금을 전달하고 싶은 분은 하단 기자의 이메일로 문의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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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내역]

◆다가올 겨울이 두려운 문현경 씨에 2,329만원 전달

겨울이 오면 웃풍이 그대로 들이닥치는 낡은 집에서 남편과 함께 지내는 문현경 씨(매일신문 10월 28일 12면 보도)에게 2천329만4천16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변호사박헌경사무소 20만원 ▷동산내과 박경아 5만원 ▷동산내과 박준석 5만원 ▷배화옥 10만원 ▷김유성 5만원 ▷김은성 5만원 ▷하혜련 5만원 ▷김노주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배영철 2만원 ▷배정준 2만원 ▷최은서 1만5천원 ▷최정원 1만5천원 ▷배상영 1만원 ▷정준홍 1만원 ▷이장윤 4천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딸 걱정에 쉴 수 없는 윤은정 씨에 2,195만원 성금

지난해 남편이 세상을 떠난 이후 아픈 몸으로 홀로 중학생 딸을 돌보는 윤은정 씨(매일신문 11월 4일 12면 보도)에게 43개 단체, 112명의 독자가 2천195만980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태원전기 100만원 ▷㈜일지테크 100만원 ▷한성철강㈜ 100만원 ▷세무법인송정김천2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김영곤) 4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삼이시스템 20만원 ▷금강엘이디제작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 10만원 ▷㈜유성에스에이치 1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 10만원 ▷두드림정신건강의학과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경대혜인내과(김현지) 5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5만원 ▷위브디자인(김영민)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동위(이석우) 3만원 ▷동신통신㈜(김기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토탈인쇄(김창근) 3만원 ▷통영굴국밥국수(허정) 2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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