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우영 대구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검찰 기소 4년 만에 대장동 사건의 1심 재판 결과가 나왔다. 단군 이래 최대 부동산개발 비리로 불리는 이 사건에는 현직 대통령이 피고인으로 연루되어 있다. 그 가운데 공범 5명이 전원 법정 구속됨으로써 사법의 정의를 곱씹게 하였다. 그런데 법원이 판단한 범죄수익 추징금은 검찰이 구형한 7,815억원 중 473억원에 그쳤다.
즉 검찰에게 7,342억여원의 차액을 추징해서 국민의 재산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주어진 것이다. 그러나 검찰의 항소 포기로 천문학적 범죄수익은 고스란히 대장동 일당의 주머니 속으로 굴러 들어갔다.
대장동 수사 공판팀은 외압에 굴복하고 알아서 기었다. 검찰의 항소 포기에 한 검사장은 "검찰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사건"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대장동 수사 검사는 "법무부 장관과 차관이 항소에 반대했다"고 폭로했다. 수사지휘권이 없는 이진수 법무부 차관이 "항소 포기의 선택지를 제시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은 "대검 지시를 수용하지만 중앙지검의 의견이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이번 상황에 책임을 지겠다"며 사표를 던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도 "법무부 의견을 참고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직을 떠났다.
정성호 법무부장관은 3차례 "신중하게 판단하라"고 의견을 표명했다고 한다. 그는 대통령의 막역한 친구로 알려진다. 이런 정황이라면 밝혀야 할 진실이 무엇인지 자명해진다. 법무부는 국민의 편인가, 범죄자의 편인가? 법무부 장관은 왜 범죄자의 천문학적 수익을 지켜주었는가? 법무부 차관은 검찰청법을 위반하며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는가? 대통령실이 이 법치 파괴의 윗선인가?
검찰의 항소 포기는 국가가 국민 재산을 포기하는 차원을 넘어 약탈하는 결과를 낳았다. 핵심 주범 김만배와 남욱은 각각 5,684억원과 1,011억원의 시세 차익을 얻었다. 이들이 투자한 비용은 기껏해야 몇 억원에 불과하다. 대장동 일당은 이제 미 추징된 수익을 풀어 달라고 당당히 요구하고 있다.
국가적 책무를 배임한 항소 포기의 주역들은 직무유기와 직권남용으로 응징되어야 마땅하다. 기가 차는 이 만행의 최대 수혜자는 이재명 대통령이다. 대장동 판결에 피고인 이재명이 약 390차례 언급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민주당이 배임죄 폐지를 추진하고 있어 그의 퇴임 이후는 더없이 홀가분해질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중범죄들의 혐의자이자 해당 재판의 피고인이다. 그런 이 대통령의 변호인들이 공천을 받고 국회의원이 되어 방탄의 전위대로 뛰고 있다. 또 다른 변호인들은 대통령실 비서관, 금융감독원장, UN대사 등으로 국가 공직에 포진해 있다. 이 중 조원철 법제처장은 국정감사에서 "이 대통령의 5개 재판, 12개 혐의가 모두 무죄"라며 충성을 맹세한 바 있다. 이해충돌과 국정농단의 예후로 읽히는 대목이다.
그래서 민심이 격분하고 있다. 한 여론조사(코리아정보리서치, 2025년 11월 17일) 결과 51.4%가 검찰의 항소 포기에 대통령실의 의중이 작용했다고 답했다. 특히 5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대통령실 의중이 반영됐다는 비율이 과반을 넘겼다. 그리고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파기환송심 재판을 재개해야 한다는 여론조사(에브리리서치, 2025년 11월 11일) 응답 비율도 50.2%로 나타났다. 소위 국민주권정부가 이 민심을 어떻게 떠받들지 궁금하다.
검찰의 항소 포기는 검찰이 권력의 시녀라는 비난이 사실임을 명백히 입증한다. 집권세력도 검찰개혁의 본질이 대통령의 면죄 면소를 위한 정치검찰 만들기임을 자인했다. 이들은 대장동 재판 항소 포기에 대한 검찰의 반발을 "내란 청산에 대한 국민의 명령에 대한 항명"으로 매도한다.
그래서 대장동 사건의 또 다른 주범인 정진상 재판과 대북송금사건 이화영 재판 이후 검찰의 항소 포기를 반드시 막아야 한다. 그리고 민주당의 재판중지법 추진과 배임제 폐지 그리고 대통령의 검찰의 상고 질타 등 집권세력의 법치 파괴에도 경종을 울려야 한다.
만약 대통령이 중범죄 피고인이 아니었다면 백주에 이렇게 낯부끄러운 법치 파괴가 자행될 수 있었을까? 준법의 나라에서 피고인 대통령의 나라로 뒤바뀐 대한민국의 오늘이 너무도 참담하다. 그리고 이 적폐의 시간에서 벗어날 길도 요원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