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환자는 왜 소통이 힘들까? DGIST가 뇌 속 답을 찾았다

입력 2025-11-10 10: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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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원·고재원 교수 연구팀, 자폐 증상과 연결된 '뇌 속 스위치'를 밝혀…정신질환 치료제 개발 기대

사진 왼쪽부터 KBSI 김진영 박사, DGIST 정혜지 박사후연수연구원, 엄지원 교수, 고재원 교수. DGIST 제공.
사진 왼쪽부터 KBSI 김진영 박사, DGIST 정혜지 박사후연수연구원, 엄지원 교수, 고재원 교수. DGIST 제공.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연구팀이 자폐 증상과 연결된 '뇌 속 스위치'를 밝혀내 향후 정신질환 치료제 개발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DGIST 뇌과학과 엄지원·고재원 교수 연구팀은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김진영 박사 연구팀과의 공동으로 자폐증 환자에게서 발견된 콜리비스틴(collybistin) 단백질의 돌연변이가 뇌의 억제성 시냅스 기능을 약화시키고, 의사소통 결핍을 일으키는 원인임을 규명했다고 DGIST가 10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자폐의 발병 원인을 분자 수준에서 밝히고, 향후 자폐 스펙트럼 장애 및 다양한 정신질환의 치료제 개발에 중요한 단서를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프랑스 공동연구진으로부터 자폐 환자에게서 발견된 콜리비스틴 유전자(ARHGEF9)의 변이 정보를 제공받아, 이를 단서로 자폐의 분자적 원인을 추적했다. 또한, 콜리비스틴 유전자를 전전두엽에서 제거한 형질전환 생쥐(conditional knockout mouse)를 제작해, 시냅스 구조와 기능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억제성 시냅스에서만 뚜렷한 결함이 발견됐다. 흥분성 시냅스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억제성 시냅스의 밀도와 신호 전달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특히, 콜리비스틴이 결핍된 생쥐는 다른 행동 지표에서는 정상 수준이었으나 동료 생쥐와 소통할 때 사용하는 초음파 발성(USV) 능력이 크게 저하됐다. 이는 자폐 환자들이 언어적·비언어적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특징과 일치한다. 연구팀은 이 현상을 통해 뇌의 억제성 회로 이상이 사회적 의사소통 결핍의 직접적 원인일 수 있음을 입증했다.

고재원 교수는 "이번 연구는 신경발달장애, 특히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병태생리학에 대한 이해를 크게 진전시켰다"고 했고, 엄지원 교수는 "향후 콜리비스틴-게피린 유전자 연구를 인간세포 모델로 확장시켜 전임상연구 등으로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성과는 DGIST 뇌과학과 시냅스 다양성 및 특이성 조절 연구단 소속 정혜지 박사후연수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국제전문학술지 'Molecular Psychiatry'에 10월 31일자 온라인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글로벌리더연구사업, 기초연구실지원사업,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및 세종과학펠로우십의 지원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