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한푼에 양자역학"…'돈 헤는밤' 풍자시, 누구 겨냥했나 보니

입력 2025-11-01 15:26:07 수정 2025-11-01 16: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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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대한 종합감사. 연합뉴스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대한 종합감사. 연합뉴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편의 풍자시가 확산되고 있다.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을 패러디한 이 시는 특정 정치인을 직접 지목하지 않았지만 내용과 맥락을 통해 한 정치인의 자녀 혼사를 둘러싼 최근의 논란을 풍자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1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돈 헤는 밤 – 위원장님을 위한 헌시'라는 제목의 시가 공유됐다. 해당 시는 지난 26일 송영훈 전 국민의힘 대변인의 페이스북에도 게시되며 주목을 끌었다.

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국감이 지나가는 사랑재는
화환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봉투 속의 돈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탁자위에 하나둘 쌓여지는 봉투를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기자가 오는 까닭이요,
내일 국감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위원장 임기가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돈 한푼에 방송과
돈 한푼에 통신과
돈 한푼에 미디어와
돈 한푼에 과학과
돈 한푼에 기술과
돈 한푼에 양자역학, 양자역학,
여러분, 나는 리본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젊었을 때 민언련을 같이 했던 사람들의 이름과,
케이, 엠, 에스 이런 방송국들의 이름과,
벌써 국무위원이 된 의원들의 이름과,
유명한 피감기관들의 이름과,
네이버, 카카오, 케이티, 엘지 유플러스, 에스케이 텔레콤
이런 기업들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이미 마음속에 있습니다.
돈이 봉투 속에 있듯이.
여러분,
그리고 여러분은 멀리 남양주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아쉬워
이 많은 봉투가 쌓인 탁자 옆에
내 이름자가 나온 화면을 보고
기사창을 닫아 버리었습니다.
딴은 돈을 헤며 웃는 의원은
기사에 난 이름이 껄끄러운 까닭입니다.
그러나 국감이 지나고 위원장 권력에도 끝이 오면
우병우 사진 특종 못 막았듯이
내 이름자 적힌 기사 밑에도
전설처럼 악플이 무성할 거외다.

특히 '국감', '위원장 임기', '피감기관' 등의 표현은 국회와 관련된 맥락을 명확히 담고 있었다. 시에서 언급된 '방송', '통신', '미디어', '과학', '기술', '양자역학' 등의 단어와 피감기관의 이름들이 나열된 대목은 독자들로 하여금 대상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유추하도록 했다. 또 '내 이름자 적힌 기사 밑에도 전설처럼 악플이 무성할 거외다'라는 구절은 논란 이후 여론의 반응을 풍자적으로 묘사했다.

이 풍자 시는 게시 직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확산됐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혼자 보기 아까운 명시" 등의 다양한 반응이 이어졌다.

송영훈 전 대변인의 페이스북에는 "윤동주 시인이 울고 갈 만한 영시", "찰떡같은 비유에 감탄했다", "기사창을 닫는 구절에서 울컥했다"는 등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또 "국감장 앞에 붙였으면 좋겠다", "국회 역사에 길이 남을 풍자시"라는 반응도 나왔다.

"이제 시인으로 등단해야 한다", "다재다능하다", "노벨문학상감", "올해 읽은 글 중 최고" 등 송 전 대변인을 는 응원의 목소리도 눈에 띄었다.

한 네티즌은 "저도 돈 헤어 보고 싶네요"라며 비꼬았고, 다른 네티즌은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이 돈 헤는 밤으로 바뀌었다. 윤 시인이 울겠네"라고 했다.

이번 풍자 시는 과거 정치권을 둘러싼 유사한 논란이 떠오르게 한다. 2020년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후원금 유용 의혹이 제기됐을 당시에도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을 패러디한 시가 퍼졌던 바 있다. 당시 시는 다음과 같은 구절로 구성돼 있었다.

"나는 아무 기대도 없이 회계 장부의 돈을 다 헤일 듯합니다/…돈 하나에 아파트와 돈 하나에 기념관과 돈 하나에 안성 펜션과 돈 하나에 소녀상, 소녀상"

송영훈 전 국민의힘 대변인 페이스북
송영훈 전 국민의힘 대변인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