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혼자 둘 수 없어 외출도 망설여… 영케어러 10명 중 4명 일상 제약"

입력 2025-10-30 13:5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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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서비스조차 이용하지 못해…활동지원사가 돌봄 제공해주는 활동지원서비스 이용률 38.1%에 그쳐
복지서비스·돌봄 지원하는 '사례관리' 탄탄해져야 한다는 지적 나와

10일 대구의 한 가정집에서 은혜(11·가명)양이 설거지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10일 대구의 한 가정집에서 은혜(11·가명)양이 설거지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아픈 부모를 돌보는 아동·청년(영케어러) 절반 가까이는 가족을 혼자 둘 수 없어 외출을 주저하는 등 일상생활에 제약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돌봄의 굴레 속에서 삶을 잃어가고 있는 이들에 대한 지원체계가 더욱 촘촘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중증장애 가정의 영케어러 지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영케어러 210명 가운데 '아픈 가족을 집에 혼자 두기 불안해서 외출이 어렵다'고 답한 비율이 36.2%(76명)에 달했다.

영케어러는 학업이나 직장 생활을 병행하면서 가족의 간병과 집안 살림까지 맡는 아동·청년을 말한다. 앞서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지난 6월부터 한 달간 만 18세 이상 34세 이하 영케어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신체장애와 감각장애, 발달장애 등 중증장애인 가족을 돌보는 사례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영케어러들은 평균 20.2세부터 가족 돌봄을 수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돌봄을 제공한 기간은 평균 6.9년이었으며, 매일 돌봄을 수행하고 있다는 비율이 51.8%로 절반을 웃돌았다.

가족 돌봄을 부담하면서 일상생활에 제약도 큰 것으로 확인됐다. 응답자 10명 중 3명은 학교 수업이나 직장 근무를 마치고 곧장 집으로 돌아가 가족을 돌봐야 한다고 답했다. 대구에서 거주하는 이은혜(11·가명) 양의 경우 알코올 의존증을 앓는 어머니로 인해 친구들과의 만남을 포기하고 집으로 향한다. 친구들과의 교류가 원만하지 않은 것이다.

영케어러 상당수는 정작 필요한 복지서비스조차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인을 대신해 활동지원사가 가족을 돌보는 '활동지원서비스' 이용률은 38.1%에 그쳤다.

전체 응답자들 가운데 돌봄에 가장 필요한 지원은 '소득지원'(22.4%)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의료지원(17.1%), 간병지원(16.2%) 순으로 나타났다.

영케어러 본인에게 가장 필요한 지원으로는 '개인시간 확보'(39.5)가 가장 높았다. 29년간 부모를 돌봤다는 한 조사 참여자는 "장애인 가족을 돌보는 아이들은 비장애인 가정보다 공부시간이 상대적으로 적다. 이런 게 전반적으로 학업 성취도와 대학 진학, 직업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돌봄에 많은 시간을 쏟으며 일상생활에 제약을 받는 영케어러들에 대한 지원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그 해법으로는 복지서비스와 돌봄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사례관리가 제시되고 있다.

연구진은 "일부 기관에서 장애가정 영케어러들을 사례관리 하는 경우도 있지만 장기간 지속되지 못하거나 단기 사업에 그치고 있다"며 "영케어러의 상황과 돌봄 대상 가족의 장애 특성에 맞춘 중·장기적이고 개별화된 사례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매일신문은 지난달 초록우산 대구지역본부 도움을 받아 '들리지 않는 SOS, 가족을 짊어진 아이들' 기획 기사를 4편을 보도했다. 하루에 반나절 이상을 돌봄에 쓰며 청춘을 반납한 가족돌봄청년들의 삶을 밀착 취재했고, 이를 바탕으로 지원제도의 문제점과 해법을 담는 데 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