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로봇 시장이 팽창하고 있다. 수술과 재활, 돌봄, 진단 등 다양한 분야로 활용 폭이 확대되는 것은 물론 인공지능(AI)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정확성과 효율성이 더 향상되고 있다.
특히 수술 로봇은 의료 기술 패권을 좌우하는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시장 조사 전문기업 '리서치앤마켓츠'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수술 로봇 시장은 78억7천만달러(약 10조9천692억원)에서 오는 2029년 180억5천만달러(약 25조1천581억원)로 연평균 18.2% 성장할 전망이다.
외과 의사들이 뜻을 모아 창업한 대구의 강소기업 '이롭'(EROP)은 의료진의 의견을 반영한 안전한 수술 로봇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의료 로봇의 국산화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모색하며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의료 현장이 원하는 로봇
2018년 설립된 이롭은 의료기기 제조 벤처기업으로 의료기기의 안전성·효율성 극대화에 힘쓰고 있다. 일회용내시경투관침(TS-TROCAR)은 복강경 수술 기구나 내시경 카메라가 환자의 체내외로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개복 없이 복부에 작은 구멍을 내 카메라 및 기구를 삽입해 절개 부분을 최소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이롭은 수술협동로봇 '이롭틱스'(Eroptix) 개발로 주목 받았다. 수술 표준화 및 사용 목적에 따라 외과・산부인과 등 다양한 의료 현장의 복강경 수술에 활용이 가능하다. 조작 편의성 극대화를 위해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적용, 복잡한 의료 환경에서도 협업을 통해 즉각적이고 유연한 대응을 할 수 있다.
박준석 이롭 대표는 "현직에 있으면서 수술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제품이 무엇인지 고민이 많았다. 의료진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한 제품을 개발하고 싶었고 이는 의료기기 및 로봇 개발로 이어졌다"고 했다.
이롭틱스 역시 최소침습수술에 최적화돼 있으며 높은 정밀도를 자랑한다. 아울러 핵심기술인 인체동작 해석・보장・보상, 안전구동제어, 사용자 인터페이스, 충돌평가, 위험성 예측 및 모니터링 기술 등이 집대성된 제품으로 수술로봇 국산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대표는 "우리 힘으로 만든 로봇이 필요하다고 보고 연구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재투자를 통해 차세대 모델도 현재 개발하고 있으며 내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장을 고려해 경량화, 슬림화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1인기업에서 지역 대표기업으로
박 대표는 1인 창업기업으로 시작해 지속적으로 규모를 확대하며 동시에 채용도 늘리고 있다.
칠곡경북대병원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학교 창업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면서 "급격한 성장은 아니지만 매년 목표한 만큼 혹은 그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현재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를 기반으로 더 큰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로봇은 필수 의료를 지탱하는 새로운 대안이 될 것으로 확신했다. 박 대표는 "사실 외과를 외면하는 현상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젊은 의사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가 그만큼 변했다고 보고 의료 공백을 채우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봤다. 협동로봇이 고난도 외과 영역의 부담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의료체계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도 경력이 어느덧 25년 정도 됐는데 외과 의사로서 보람이 크다. 꼭 필요한 일이고 보완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체감했다. 로봇을 개발해 직접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대구의 창업 기반에 대해 그는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케이메디허브,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 등 다양한 지원 기관의 도움이 있었기에 사업을 이어올 수 있었다. '메디시티'의 명성에 걸맞는 기업으로 성장해 우리 지역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현재 이롭은 휴머노이드 로봇 선두기업인 '레인보우로보틱스'와 협업을 통해 이롭틱스 2세대 로봇을 개발 중이다. 1세대 모델 대비 로봇팔 사이즈를 대폭 감소해 의료진과 로봇팔의 간섭을 개선하고, 유선 조이스틱에서 무선 조이스틱으로 변경한 것이 특징이다. 아울러 향후 해외 시장 진출도 모색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대한민국 의료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K-서전(외과 의사)이 새로운 한 축이 될 수 있다"면서 "대구에서 만든 '메이드 인 대구' 로봇을 통해 의료 로봇으로 글로벌 무대에 우뚝 서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