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시장안정프로그램 연장 결정…채권·부동산PF 대상 100조원 규모

입력 2025-12-15 09:53:11 수정 2025-12-15 10: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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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더멘탈 견고하지만 불확실성 '여전'
주요국 통화정책 엇박자·지정학적 리스크 등 '복합 위기' 대비 선제적 조치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감독원, 금융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KDI) 및 거시경제/금융시장 전문가들과 함께 개최한 금융시장 상황 점검회의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감독원, 금융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KDI) 및 거시경제/금융시장 전문가들과 함께 개최한 금융시장 상황 점검회의에서 '25년 국내외 경제/금융시장을 평가하고 향후 전망 및 리스크 요인에 대해 논의했다. 금융위

금융위원회가 내년인 2026년에도 100조원 규모의 금융시장 안정 프로그램을 유지하기로 했다.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탈)은 양호하지만,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이 엇갈리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잔존하는 등 대내외 불안감이 여전히 높다는 판단에서다.

금융위는 15일 이억원 위원장 주재로 금융감독원, 한국개발연구원(KDI), 금융연구원 및 시장 전문가들과 함께 '금융시장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현재 운영 중인 시장안정프로그램(100조원 규모)을 내년까지 연장 운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회의의 핵심은 '시장 안전판'의 유지다. 금융당국은 내년 채권 및 단기자금시장 안정을 위해 최대 37조6천억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을 위해 최대 60조9천억원 등 총 100조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 체계를 지속 가동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채권시장안정펀드(20조원)와 정책금융기관의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10조원) 등이 포함된다. 부동산 PF와 관련해서는 사업자 보증(40조원)과 정상화 지원펀드(4조9천억원) 등이 운영될 예정이다.

이는 올해 시장안정프로그램이 비우량 회사채와 CP를 중심으로 약 11조8천억원을 매입하며 시장의 '급한 불'을 끄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에 따른 것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회의를 통해 "위기는 매번 반복되나 늘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발생한다"며 현재의 안정세에 안주하지 말고 과감하고 선제적인 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내년도 우리 경제가 수출 호조와 내수 회복에 힘입어 1% 후반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 실적 호조와 4천307억 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2025년 11월 기준), 큰 폭으로 떨어진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등 건전성 지표도 청신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일부 전문가들은 내년 금융시장의 최대 리스크로 주요국 간 통화정책의 차별화 가능성을 꼽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나, 일본·호주 등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어 글로벌 자금 흐름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글로벌 인공지능(AI) 과열 경계감까지 더해져 언제든 시장이 출렁일 수 있는 상황이다.

내년 4월로 예정된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은 채권시장의 대형 호재다. 시장에서는 약 75~90조원의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며 수급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는 방침. 내년 국채 및 공사채 발행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축소될 경우 시장 금리가 다시 튀어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위는 내년 중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은행채·여전채 등의 만기 구조를 면밀히 점검하고, 금리 상승 시 금융권의 건전성에 미칠 영향을 사전에 점검할 예정이다.

특히 이 위원장은 2026년의 금융 정책의 화두로 ▷생산적 금융 ▷포용적 금융 ▷신뢰받는 금융 등 3대 금융 대전환을 제시했다. 그는 "이러한 금융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금융시장 안정'이라는 든든한 토대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