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위치기반 증강현실 기술력 대단…궁금한 세계인들 체험 문의 이어져
27일 오후 2시쯤 경북 경주시 보문동 위치기반 증강현실(XR) 버스 탑승지인 서편 환승 주차장. 45인승 대형 버스가 시동을 건 채 손님을 태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경북도와 경주시, 한국수력원자력 등이 이번 경주 APEC 기간에 맞춰 야심 차게 준비한 버스다. 버스를 타는 순간부터 타임머신을 타고 1천 년 전 경주로 넘어가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만든 프로그램으로, APEC 기간 전부터 한국의 첨단 과학기술을 손님들에게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차량 안은 외부에서 봤을 때보다 어둡지 않았다. 외부에서 캄캄했던 유리창은 내부에 들어가 보니 밖이 비교적 훤히 보였다. 좌석은 14인승으로 개조돼 넓고 아늑했다. 승객은 국내 언론인, 개발자 등으로 APEC 외국 손님은 보이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XR 타임머신 버스에 탑승한 것을 환영합니다."
가이드의 멘트가 나오고 버스 창문이 갑자기 뿌옇게 흐려지더니 밖이 보이지 않게 변했다. 이어 경주 APEC 마스코트인 나비가 창문에 뜨고 로고로 변하는 장면이 천장과 창문 옆 등에 뜨며 승객들의 시선을 압도했다. 전 좌석 옆으로 설치된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은 웅장함을 느끼게 했다.
이준의 경주스마트미디어센터 기술개발실장은 "창문마다 전자차양장치가 설치돼 때로는 밖과 안이 소통할 수 있고, 필요할 때는 보이지 않도록 했다"며 "손님들에게 몰입도를 높이고 경주의 현재와 과거를 잘 표현하기 위해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이 버스가 가장 먼저 보여준 곳은 불국사였다. 3D 영상으로 구현한 불국사의 옛 모습은 현실과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정밀한 모습이었다. 이 영상은 버스가 대릉원을 지나 첨성대 방면으로 운행할 때까지 이어졌다. 첨성대에선 옛 신라인들이 별을 관측하는 장면이 나오고, 첨성대가 층층이 건설되는 장면으로 바뀌었다. 첨성대가 천문대였을 것이라는 가이드의 설명이 나오며 버스는 다음 코스인 황룡사지 근처에 다다랐다.
황룡사지 코스는 경주스마트미디어센터가 가장 힘주어 만든 것인 듯했다. 버스가 황룡사지 복원 터 가까이 접근하자 황금색 용이 타임머신인 버스를 휘감는 모습이 실감 나게 나타났다. 황룡사지 입구 차단기를 지나고는 용은 사라지고 황룡사지의 빈터 위에 황룡사가 건축되는 모습이 창문을 통해 그려졌다.
이 버스가 가진 기능은 이날 보여준 것 외에도 많았지만 한계가 있었다. 승객이 좌석에 앉았을 때 얼굴을 사진으로 찍고, 신라 왕복을 입은 캐릭터에 얼굴을 입힌 뒤 창밖에 증강현실로 띄우는 기능, 태블릿 PC를 이용한 체험 기능 등은 아직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은 탓에 아직 손봐야 할 점이었다. 또 일부 구간에서 장치 오류가 조금씩 있었던 것도 문제로 나타났다.
시스템 개발자 측은 "사업 중간중간 시스템 개발을 중단하고 정부 또는 지자체 손님을 태우느라 시간을 많이 뺏겨 오류를 모두 잡지는 못했다"며 "그러나 본격적인 APEC이 시작되는 29일부터는 모든 기능이 정상 작동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버스는 대형환승센터인 서편 환승 주차장을 시작으로 월성지구, 황룡사지, 환승센터를 순환한다. 운행 시간은 오전 10시, 오후 1시, 오후 5시 30분 등 세 차례이다. 구간 운행 시간은 2시간 정도 소요된다. APEC 이후에도 상시 운항을 준비 중으로, 양동마을과 문무대왕릉 등 코스 확장도 검토하고 있다.
이준의 실장은 "현재 탑승 예약은 많지 않지만 문의 전화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이 버스로 세계인들을 대한민국의 전통문화와 첨단 과학기술로 놀라게 해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