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상품권 환급받으려다 대기 지옥…'전통시장 선물잔치' 첫 시행 논란

입력 2025-10-27 16:20:24 수정 2025-10-27 18:2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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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규모 상품권 환급 행사에 미숙한 운영…대책 요구 목소리
전통시장 선물잔치 환급행사, 수요 예측 실패
품목 제한 없는 참여 조건에 인파 폭증
"대형시장 혼잡 심해질 것" 우려에… 대구시 "탄력적으로 인원 확충"

20일 팔달신시장에서 전통시장 선물잔치 행사에 참여한 이들이 줄을 선 모습. 정두나 기자
20일 팔달신시장에서 전통시장 선물잔치 행사에 참여한 이들이 줄을 선 모습. 정두나 기자

대구시와 전통시장진흥재단이 주관하는 '전통시장 선물잔치' 행사가 미숙한 운영 탓에 현장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15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되는 '전통시장 선물잔치'는 지역 내 전통시장을 순회하며 상품 구매고객을 대상으로 사은품을 증정하는 행사로, 시장과 주변 상권을 활성화하고자 올해 처음 마련됐다.

3만원 이상 구매한 영수증을 인증하면 라면 또는 키친타올을 증정하고, 5만원 이상 구매 시에는 온누리상품권 1만원을 환급해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행사 시행 후 첫 주말부터 예상치를 훌쩍 넘는 인파가 몰리며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110개 점포가 들어선 중구 번개시장에서는 온누리상품권 환급을 받기 위해 이틀 동안 1천900명에 달하는 인원이 몰렸다.

한 전통시장 상인회장은 "번개시장 사례를 보고, 우리 시장에는 인력을 추가해달라고 급하게 요청했다"며 "지난 8월 농림축산식품부가 진행한 환급 행사 때도 줄이 길게 늘어져 고객 불만이 컸는데, 왜 대구시가 혼란을 예측하지 못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시장 측과 행사 대행사는 긴급히 인력을 추가 투입했지만, 대기열은 좀처럼 줄지 않아 시장을 찾는 시민들과 상인 혼란은 커지고 있다.

참여 인원이 폭증한 이유로는 참여 문턱이 낮은 점이 꼽힌다. 농림축산식품부나 해양수산부가 진행하는 환급행사는 고기·수산물 등 특정 품목만 해당되지만, 이번 행사는 품목 제한 없이 영수증만 있으면 환급이 가능하다.

온누리상품권 사용과 환급이 가능한 점도 행사 참여 인원을 늘린 배경으로 지목된다. 행사 관계자는 "번개시장과 서남신시장의 경우 과거 라면 증정 행사 때는 참여율이 낮았던 곳"이라며 "올해 행사는 상품권 환급 혜택이 주어지면서 더 많은 인원이 몰리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허술한 운영 방식이 혼잡을 야기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통시장 선물잔치는 정부 주관 행사와 달리 전산 입력 시스템이 없어, 참가자 정보를 수기로 기록해야 한다. 중복 참여나 부정 참여를 걸러내기 어렵고, 환급 처리 속도도 느려질 수 있다.

오는 29일부터 사흘간 예정된 서문시장 등 대형 시장의 경우 혼란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서문시장은 5천여 개 점포를 보유한 대구 최대 전통시장이지만 당초 계획대로면 환급 부스는 2곳, 지원 인원은 4명에 불과하다.

대구시는 현장 상황에 따라 인력을 탄력적으로 배치하겠다는 입장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올해 처음으로 상품권 환급까지 시행하다 보니 전산 시스템 구축까지는 완료하지 못했다"며 "기존 점포의 영업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환급 부스를 설치하다보니, 무작정 부스를 늘릴 수는 없다. 서문시장 등 대형 시장에는 행사 인원을 추가 투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