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 리허설 중 중대 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됐던 성악가가 끝내 세상을 떠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권 실현을 위한 학자·전문가 네트워크'(중대재해전문가넷)는 24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故) 안영재(30) 씨를 추모하며 예술인의 산업재해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안 씨는 2023년 3월 세종문화회관 무대 리허설 중 400㎏이 넘는 무대장치 아래에 깔리는 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됐다. 안 씨는 이 사고로 외상에 의한 척수 손상을 진단받았지만, 산재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안 씨가 프리랜서 신분이라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안 씨는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못해 억대의 치료비를 본인이 부담해야 했으며,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공연예술인 상당수는 프리랜서나 단기 용역 계약 형태로 일해 산재보험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랜 치료 끝에도 회복되지 못한 그는 지난 21일 오전 4시쯤 심정지로 쓰러져 숨졌다. 사망 원인은 통증 치료를 위한 약물 부작용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2012년 예술인 복지법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시행령을 개정해 예술인의 산재보험 임의가입을 허용했다. 하지만 보험료 전액을 본인이 부담하고 의무 가입이 아니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개인 예술인의 산재보험 가입률은 2021년 3.5%에서 2024년 2%로 떨어졌다.
중대재해전문가넷은 성명서를 통해 "예술인 산재보험을 의무화하고 고인의 근로자성을 인정해 산재보험을 적용하라"며 "산업안전보건법과 공연법에 공연예술인 사고 예방을 위한 관리 규정을 보완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범부처 차원의 조사위원회를 꾸려 이번 사고의 구조적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