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사진으로만 남은 대구 골목, 옛 추억 떠올리며 위안 되길"

입력 2025-10-24 17:5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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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오지Ⅲ' 전시 여는 권상원 사진가
10월 28일~11월 2일 봉산문화회관 2전시실

권상원, 대구 동구 신암동, 2020.
권상원, 대구 동구 신암동, 2020.
권상원, 대구 북구 고성동, 2019.
권상원, 대구 북구 고성동, 2019.
권상원, 대구 중구 달성동, 2019.
권상원, 대구 중구 달성동, 2019.
권상원, 대구 동구 신암동, 2022.
'대구의 오지Ⅲ' 전시를 여는 권상원 사진가가 사진집을 들어보이고 있다. 앞에 놓인 책은 그가 앞서 펴낸 '대구의 오지 Ⅰ·Ⅱ' 사진집. 이연정 기자

점차 사라져가는 대구의 골목에 깊은 애정을 갖고 10여 년 간 곳곳의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해온 권상원 사진가가 오는 28일부터 11월 2일까지 봉산문화회관 2전시실에서 '대구의 오지Ⅲ' 전시를 연다.

이번 전시는 2016년 '대구의 오지Ⅰ', 2020년 '대구의 오지 Ⅱ'에 이어 세 번째다. 지금은 거의 모두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대구의 옛 모습들이 그의 사진 속에 남았다. 또한 그는 전시 때마다 자비를 들여 사진집을 1천권씩 펴내고, 대구의 주요 공공도서관과 대학도서관 등에 무상 기증하고 있다.

특히 최근 5년 간은 대구 전역에서 쉴 새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재개발·재건축이 이뤄진 탓에 어느 때보다 바쁘게 시간을 보냈다는 게 그의 얘기다. 그는 남구 봉덕동과 대봉동, 중구 태평로 일대, 북구 고성동, 동구 신암동, 수성구 중동, 달서구 상인동 등을 찾아다니며 이제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만 남은 골목과 건물들을 사진에 담았다.

특히 고(故) 김석철 건축가가 설계하고, 세대당 정원 테라스가 있는 아파트로 건축적 가치를 지녔으나 대봉동 재건축사업에 포함되면서 허물어진 '한양가든테라스'나, 1960, 70년대 건축 당시 타일로 외벽을 장식한 단독주택들, 하늘이 훤히 보이는 낮은 스카이라인 등 사진 속에 등장하는 대구의 옛 모습들은 반가우면서도 아련한 감정이 들게 한다.

그는 "개발이 가속화하면서 빨리 찍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 시간 날 때마다 촬영했다"며 "이 사진들이 나중에 대구시의 귀중한 자료가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을 찍으면서 어떤 느낌이 드는지 아세요? 마치 영정 사진을 남기는 것 같아요. 중장비의 소음은 진혼곡처럼 들리고, 철거하려고 둘러싼 가림막은 수의를 입힌 것처럼 보여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글썽일 때도 있습니다."

권상원, 대구 서구 평리동, 2020.
권상원, 대구 동구 신암동, 2022.
권상원, 대구 서구 평리동, 2020.

그가 이토록 열정을 쏟는 것은 골목마다, 집집마다 옛 시절의 추억이 배어있기 때문. 놀이터도, 커뮤니티룸도 없던 그 시절에는 골목이 곧 놀이터이자 주민들의 모임 장소였다.

그는 "골목에서 친구들과 구슬치기, 딱지치기를 하고 놀던 기억이 선하다. 부모님이 늦게 오실 때는 앞집, 뒷집에 가서 저녁을 얻어먹고, 골목의 평상에 다들 모여 앉아 음식을 나눠 먹으며 얘기를 나누곤 했다"며 "그렇게 좋은 기억들이 가득한 공간이 그냥 사라지는 것이 아쉬운 마음에 사진으로 남기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의 전시에 찾아오는 이들은 작가와 함께 그 공간을 추억하며 옛 기억들을 떠올린다.

"예전 '대구의 오지' 전시 때 우연히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이 중구 동산병원 근처 골목의 문간방을 찍은 사진을 보고는, 본인이 그곳에서 자취했다며 너무 반가운 사진이라고 말하더군요. 그분의 표정을 보며 또 사진을 찍을 힘을 얻었죠."

그는 "사진 속 장소들은 나의 기억을 담고 있기도 하지만, 우리 세대가 공유하는 추억이기도 하다"며 "같은 시대를 산 사람들에게 내 사진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