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오프 5차전 선발 등판, 강민호 리드 속 '가을 에이스'로 재탄생
최원태는 조용히 마운드에 올랐고, 묵묵히 아웃 카운트를 쌓았다. 한때 'FA 실패작'으로 불렸던 그가 지금, 삼성 라이온즈의 마지막 희망이자 '가을 사나이'로 불리고 있다.
삼성이 한국시리즈 문 앞에 섰다. 24일 오후 6시 30분,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리는 2025 KBO 플레이오프 5차전. 단 한 경기로 시즌의 운명이 갈린다. 상대는 정규시즌 2위 한화 이글스. 총력전이 예고된 이날, 삼성은 마운드의 선봉장으로 최원태를 내세운다.
그가 이번 가을야구에서 보여주고 있는 투구는 이전과는 결이 다르다. 2024시즌 내내 평균자책점 4.92, 8승 7패라는 다소 평범한 성적에 머물렀고, 기대에 미치지 못한 투구 내용으로 아쉬움을 남겼던 최원태. 4년 최대 70억 원에 달하는 대형 FA 계약 이후, 팀 내 입지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시즌 중에는 불펜과의 시너지 부족과 함께 흔들리는 장면도 잦았다.
하지만 가을이 시작되자 최원태도 달라졌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 SSG전에서 6이닝 8탈삼진 무실점,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는 한화를 상대로 7이닝 1실점의 안정감 있는 피칭을 선보이며 분위기를 바꿨다. 중요한 경기가 거듭될수록 흔들림 없는 투구를 이어가며, '가을 맞춤형 투수'라는 새로운 평가를 이끌어냈다.
특히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의 호투는 삼성 벤치와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직전 경기에서 6실점으로 흔들린 한화의 에이스 코디 폰세를 상대로, 최원태는 오히려 완성형에 가까운 투구로 시리즈 균형을 맞췄다. 탈삼진보다 중요한 것은 '경기 운영 능력'이라는 점을 증명한 날이었다.
최원태는 자신의 달라진 모습에 대해 "이제는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보다, 정확하게 던지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중심에는 포수 강민호의 리드가 있다. 강민호는 "시즌 때는 말을 안 들었는데, 요즘은 말을 잘 듣는다"며 웃었다. 이어 "구속보다 제구에 집중하라고 했는데, 두 경기 모두 잘 해줬다"고 평했다.
최원태는 정규시즌 동안 강한 승부욕에 비해 조급한 경기 운영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에 들어서며 '욕심을 버린 피칭'으로 전환했다. 그 스스로도 "민호 형이 원하는 곳에 던진다는 생각만 했다. 덕분에 길게 끌고 갈 수 있었다"며 심리적인 변화도 인정했다.
그런 그가 다시 한 번 큰 경기에 선다. 5차전. 지면 모든 것이 끝나고, 이기면 LG가 기다리는 한국시리즈로 향한다. 상대 선발은 정규시즌 4관왕 코디 폰세다. 17승 1패, 평균자책점 1.89, 탈삼진 252개, 승률 0.944. 한화 팬들이 '슈퍼 에이스'라 부르는 외국인 투수다. 폰세는 외국인 선수 최초로 KBO 리그에서 투수 4관왕을 달성한 이력이 있다.
그러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삼성 타선이 폰세를 흔들었다. 당시 삼성은 6이닝 동안 7안타를 때려내며 6득점, 폰세에게 시즌 최다 실점을 안겼다. 이 경기로 한화는 선취점을 지키지 못하고 역전패했고, 삼성은 반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삼성은 NC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SSG와의 준플레이오프를 거쳐 플레이오프 5차전까지 오며 6경기를 치렀다. 체력적으로는 분명 열세다. 그러나 김영웅의 연타석 3점 홈런이 터졌던 4차전처럼,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저력이 분명 존재한다.
그 중심에 선 인물이 바로 최원태다. 그는 가을이 깊어질수록 더 단단해졌다. 구속을 줄이고, 제구를 높이며, 승부에 집중하는 모습은 팀 전체의 분위기까지 안정시켰다. '가을야구 약세'라는 꼬리표를 스스로 지워낸 투수. 이제는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끄는 마운드의 리더가 될 준비를 마쳤다.
"한 타자, 한 타자, 민호 형 리드만 따라가겠다." 그는 그렇게 말했고, 지금까지 그 약속을 지켜냈다. 5차전에서도 욕심은 없다. 하지만 묵묵하게 던지는 그의 공 하나하나가, 삼성의 2025시즌 마지막 항해를 이끌어갈 나침반이 될 수 있다.
한 KBO 해설위원은 ""최원태는 가을 들어 확실히 투구 밸런스를 잡았다. 시즌 중엔 힘에 의존한 모습이 강했는데, 지금은 공 하나하나를 컨트롤하는 능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