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기 회복보다 서울 집값에 발목 잡힌 기준금리

입력 2025-10-24 05:00:00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서울 집값이 다시 기준금리를 붙잡았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3일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했다. 6·27 대출 억제, 9·7 공급 확대에 이어 10·15 수요 억제까지 서울 집값 대책을 잇달아 내놨는데도 불안한 부동산 시장을 자극(刺戟)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서다. 하반기 3차례 연속해 금리를 동결한 이유도 집값 안정이 목적이다. 서울 전체와 수도권 주요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고, 15억원 이상 주택의 담보대출 한도도 최대한 줄여 놓은 판에 금리를 낮춰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와선 안 된다고 본 것이다.

1천430원대를 넘어선 원·달러 환율도 원인이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타결 국면이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만큼 환율은 불안하다. 수출 호조와 소비심리 회복, 내년 성장률 회복 전망 등도 동결 이유로 꼽힌다. 그러나 금통위 회의 결정문에서 알 수 있듯 이번 동결은 고육지책(苦肉之策) 측면도 강하다. 금통위는 "성장의 경우 전망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면서 "성장의 하방 위험 완화를 위한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해 10, 11월 시장 예상을 깨고 연속해 금리를 낮추면서 통화정책을 완화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2, 5월 두 차례 인하했다. 건설·소비 등 내수 부진이 여전하고, 관세 영향으로 0%대 경제성장률이 우려돼서다.

충분한 긍정적 신호도 없는데 금리를 묶은 배경은 서울 집값을 둘러싼 정책 공조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 경제성장률이나 잠재성장률을 갉아먹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소득 수준을 고려하거나 사회적 안정을 유지하기에 너무 높다"는 이창용 한은 총재의 지적은 서울 집값에 발목 잡힌 우리 경제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집값과 환율이 안정되지 않는다면 11월 추가 인하도 어렵다. 그러나 "금리 인하를 안 했을 때 경기가 훨씬 더 나빠질지도 판단해야 한다"는 이 총재 발언은 정부 부동산 대책 기조에 맞추기 위한 금리정책이 한계에 봉착(逢着)했음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