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석민] '나가리' 특검들

입력 2025-10-24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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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민 선임논설위원
석민 선임논설위원

화투판에서 이긴 사람이 없을 때 흔히 '나가리 됐다'고 한다. 무효를 의미하는 일본어 나가레(流 なが れ)에서 유래했다. 계획이나 약속이 깨지거나 중단되어 무산되었을 때에도 속된 표현으로 '나가리 됐다'고 한다. 이재명 정권이 출범하면서 기세(氣勢) 좋게 출발한 3대 특검(특별검사)이 강압 수사 의혹 등으로 모조리 '나가리' 될 위기를 맞았다.

너무 자신만만(自信滿滿)했던 탓일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한국판 미친 잭 스미스'로 불린 조은석 내란 특검이 크게 헛발질을 했다. 한미 공군이 함께 사용하는 전략 기지인 오산공군기지를 미군 측과 협의·승인 없이 압수수색한 것이다. 국제협정인 SOFA(한미주둔군지위협정)를 가볍게 무시한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 측 시설만 압수수색했다"고 해명(解明)했지만, 주한미군사령부는 공식 문건을 통해 한국 정부의 해명을 요구했다. '이재명' 말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전례 없던 일이다.

참고인 신분인 양평 공무원의 사망 사건에 관련 있는 민중기 특검은 그야말로 진퇴양난(進退兩難)이다. 사망 공무원의 메모·유서에다, 육성 증언까지 모든 것이 한결같이 특검의 불법적 강요·회유·압박 가능성을 보여 준다. 극단적 선택이 아니라, 특검의 정신적 고문치사(拷問致死)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더불어 민중기 특검 본인의 불법적 주식 투자 의혹이 불거졌다. '부장판사 시절, 고교·대학 동문의 비상장 주식을 액면가로 매수해 (상장 이후) 상장 폐지 직전에 30배의 이익을 남기고 모두 팔았다'는 정황만으로도 이미 특검 자격을 상실했다는 평가다.

존재감 없던 순직 해병 특검은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옥중 입장문에서 "임성근 전 사단장 관련 진술을 하지 않으면 재산 형성 과정을 털겠다"고 협박(脅迫)했다는 주장을 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특검은 "답변할 가치도 없는 일방적 주장"이라고 했지만, 정황을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에게 1심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는 별건(別件) 수사 관행을 '진실을 왜곡하는 부당한 수사 방식'으로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런데 이종호 대표는 바로 이 별건 수사로 인해 구속되어 있다. '특검=수사 적폐' 공식이 성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