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준 전 국회의원·계명대 특임교수
지난 대구시장 선거 결과 홍준표 시장이 당선되었을 때 기대가 컸다. 그도 그럴것이 역대 대구시장 중 가장 정치적 거물 인사였다. 국회의원 5선에 당 대표 두 번, 대통령 후보 두 번을 한 인사는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거기에다경남지사로서 지방행정 경험까지 있었으니 금상첨화였다. 그러니 대구시민들의 기대가 큰 것도 당연했다.
또 당시 정부가 윤석열 정부였다. 지방행정 특히 도시행정의 성공여부는 중앙정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하면 대형사업은 국비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시 윤석열 정부의 존재는 사업성공 보증수표나 다름없었다. 지금도 더위 속에 국채보상공원에서 열렸던 시장 취임식이 생각이 난다.
이처럼 많은 기대와 성원 속에 탄생한 홍준표 대구시정은 어떻게 되었나? 그리고 홍준표 시장이 떠나고 난 뒤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나?
먼저 홍준표 시장은 대구시민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남겼다. 홍준표 시장은 당내 경선에서 패배한 뒤 "서울 시민으로 돌아가겠다"라는 말을 남기고 정계 은퇴 선언했다. 이것은 자존심 센 대구시민들에게 큰 상처가 되었다.
역대 대구시장들은 아름다운 전통이 있었다. 시장직을 퇴임해도 대구에 남아 살면서 대구 시민들과 희노애락을 함께 해왔다. 또 사회봉사와 가르침으로 대구 시민들의 존경을 받아왔다. 그런데 대구시장 하셨던 분이 서울 시민으로 돌아간다니 이게 무슨 일인가 망치로 머리를 맞은 기분이었다. 결국 홍준표 시장에게 대구시장 자리는 잠시 거처가는 징검다리에 불과했고 자기 집이 있는 서울로 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대구 시민들에게 들었다.
또 아쉬운 것은 홍준표 시장 재임중에 시민들과 전문가들과 소통이 없었는 것이다. 홍준표 시장과 진지한 대화를 해봤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러다보니 일처리가 독불장군식으로 될 수 밖에 없었다.
외부 소통은 물론 직원들과의 내부 소통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간부들도 홍준표 시장의 입만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내부소통 부재는 시장만의 책임은 아니다. 시청 간부 쯤 되면 시장이 듣기 싫어하더라도 직언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시장이 불과 몇 달 만에 인사조치 하는 것을 보면 시장 입만 바라볼 수 밖에 없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시행착오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문화예술 단체들을 통폐합한 문화예술진흥원은 옥상옥에 불과하고 문화예술단체 누구도 현재 좋아하지 않는다.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디자인 사업과 컨벤션 사업 유치를 위한 컨벤션 뷰로도 통폐합 되어 버렸는데, 그 이후 좋은 평가가 나오지 않는다.
얼마전 예타가 통과된 농산물 도매시장도 문제다. 이 사업은 필자가 2019년 경제국장으로 재임시 기존 북구 태전동에서 현대화사업을 하는 것으로 총 사업비 1800억으로 예타를 통과시킨 사업이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하빈으로 이전시켰다. 새 농산물도매시장은 총 사업비가 4600억으로 국비가 1004억이다. 3500억 이상을 지방비로 해야 하는데 현재 대구시 재정형편상 잘 진행될 지 미지수다. 대구의 인구가 매년 1만명에서 2만명이 감소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굳이 이전 확장해야 하는지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
차려놓은 밥상도 걷어찬 경우도 있었다. 필자는 윤석열 정부 인수위에서 대구 경북 국정과제를 만들었고 2022년 4월 엑스코에서 발표했다. 그 중 문화산업 분야에는 산격동에 국립근대미술관과 뮤지컬 컴플렉스를 만드는 사업이 있었다. 당시 필자는 문광부 차관, 국장 등과 싸우가면서 이 사업을 국정과제에 넣었다. 그런데 대구시에서 부지 위치를 화원 대구 교도소로 변경시켰고 당연히 문광부에서는 반대했다. 2년반 동안 실랑이 끝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지만 비상계엄이 터지고 정부가 바뀌었다. 바뀐 정부가 전 정부 사업을 챙길리는 없을 것이다.
홍준표 시장은 부채관리에 있어서는 철저했다. 민선 자치단체장이 그렇게 관리하는게 쉽지 않다. 그 점은 평가받아야 한다. 문제는 부채관리에 매몰되다보니 적극적인 미래먹거리 발굴을 못했다는 것이다.
지방의 대부분 사업은 국비와 시비가 함께 들어가는 매칭사업 형식으로 운영된다. 부채관리를 이유로 매칭사업에 소극적이다보니 적극적인 정책사업 수주를 못한 것이다. 예를들어 기업 지원기관 중 가장 중요한 테크노마크(TP) 보통 예산이 2000억대였는데 현재는 절반도 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공무원들과 관련 기관 관계자들이 미래먹거리 발굴과 그에 따른 예산 확보 노력을 안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시간이 가면 아이디어 부재, 중앙인맥 차단으로 더욱 정책적 역량이 약화될 것이다.
현재 대구시는 미래성장동력 부재와 대규모 아파트 미분양 등으로 실물경제가 심각한 상황에 있다. 대구시 재정상황도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다. 공항 이전과 상수도 문제 등 해묵은 국책사업들도 표류하고 있다. 하나 같이 풀기 힘든 난제들이다.
홍준표 시장이 남긴 유산에세 해법을 찾아야한다. 대구의 문제를 한 방에 날릴 해결책은 없다. 결국 대구 시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희노애락을 함께 하면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또 우리가 가지고 있는 산업, 문화자산 등을 정확히 알고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도 도시도 과거의 역사를 바로알고 평가하면서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우리의 고향 대구의 운명이 여기에 달려있다.





